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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11년째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해온 60대 A씨는 어느 날 본사에서 보내 온 공문을 읽고 순간적인 기쁨을 느꼈습니다.

"G마켓에서 우리를 돕는대요!"

G마켓.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오픈마켓인 G마켓에 A씨 업체 상품이 등록되나(?)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줄 한 줄 읽어 내려 갈수록 A씨의 기쁨은 이내 허탈감으로 변했습니다.

공문은 다름 아닌, 올 해 초 배달사업에 뛰어든 'G마켓 배달'에 입점을 권유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권유사항일 뿐이니 안 하면 그만이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았지요.


" G마켓과 본사의 계약으로,
 G마켓을 이용하는 우리 소비자들에게 5천 원 할인쿠폰을
발행해 드릴 것입니다.
가입비,광고비無 ! 다만, 즉시주문 결제시 건당 수수료 7~9% "

5천 원 할인쿠폰까지만 좋았습니다. 역시 문제는 건당 수수료!

" 이런 식이면 가입 안 할 수가 없어요. 옆집 어느 한 군데라도 가입하면 소비자들이 그쪽으로 몰린단 
말이에요. 이쯤 되니 그쪽(배달앱)에서 영세상인들 약점을 일부러 노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듭니다 "

                  수수료 0% 선언 = 논란 끝(?)
                                                 

한때 과도한 수수료 때문에 갑질논란을 일으켰던 배달앱 업체들이 수수료 0% 방안을 실행한지 이제 4개월 째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제 좀 할 맛 납니다!" 하는 업주들도 있지만 여전히 힘들다는 업주들도 상당수라는데요.

" 수수료는 없앴으니 낫기야 낫죠. 그렇지만 월 광고비가 최소 3~5만 원 선이에요.
보통 2~3군데 가입하니, 월 10만 원이 넘네요. 
근데 배달 어플은 가입 안 하면 힘들어요.
고정 지출만 늘어난 셈이죠 "

배달앱 업계에서 소위 `빅3`로 불리우는 위 업체들(이미지)은 현재 주된 수익을 월 광고비에서 얻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 6%의 '바로결제' 수수료를 0%로 인하하고 현재는 월 광고비를 통해 운영 중입니다. 월 광고비는 상위 노출 여부에 따라 부가세 별도로 3만 원, 5만 원으로 나뉘게 됩니다.
*현재 울트라콜 5만원은 2016년 1월 1일 부로 8만 원으로 오를 예정.(부가세 포함 8만 8천 원)
 
<요기요>"월 광고비 4만 원(부가세 별도) vs 판매 수수료 12.5%" 중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요기요>의 경우 월 광고비에서 약간의 변수가 있으니 다름 아닌 "배달 지역 당 별도부과"가 그것.
가령, 서울 미아동에 위치한 치킨집이 바로 옆 동인 수유동까지 배달을 할 경우 미아동+수유동의 광고비를 합산해서 청구한단 것인데요, 이 경우 부과세 포함 8만 8천 원이 되겠군요.

<배달통>"월 광고비 3~5만원(부가세 별도) + 판매 수수료 2.5%~6%(외부결제 수수료 포함)"
입니다. 타 업체와 다르게 기존의 방식을 고수 중 입니다. 광고비 3만 원과 5만 원을 가르는 기준은 역시나 상위노출 여부겠지요.

 " 여기에 드는 비용이 다 어디서 나갑니까. 누가 대주나요? 우리 마진율에서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오토바이 배달 한 번 나갔다 오면 2~3천 원 이에요. 이 와중에 어쩌다 꼭 필요해서 전단지 만드는 것도 부담되는데 매달 고정지출이 생겨버리니 이거야 원. 본사에 전화해서 담당자 연결 좀 부탁했더니,
매번 출장가고 없다더군요. '그럼 나중에 연락 좀 달라' 해도 연락 안 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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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어플 안에서도 경쟁은 치열합니다. 고로 광고효과가 좋다고 단정지을 수 없어요.
그렇다고 별 수 있나요? 물론 탈퇴 하려면 할 수 있죠.
근데 그렇게 놓칠 수 있는 고객 숫자가 무시 못하니까..."

소비자들의 배달앱 사용량은 갈수록 증가 하지만 소비자 1명이 동시에 여러 개의 배달앱을 이용하는 게 아니다 보니 업주들은 대게 2개 이상의 배달앱에 입점합니다. 그러나 이 안에서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사실상 들어가는 비용 만큼의 광고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상위 노출 등, 광고효과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 뿐입니다.

이는, 이제 막 창업한 업주들에게는 효율적인 광고 수단으로 작용하지만 한 곳에서 오랜 시간 입지를 다져온 업주들에게는 만만찮게 무거운 짐이되고 있습니다.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각종 행사ㆍ이벤트에 소비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가입하지 않고는 그간 다져온 입지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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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서비스랑 맛으로 경쟁 해야죠. 이건 사실상 지출로 경쟁하는 거에요"

" 무슨 3천 원 할인, 8천 원 할인이랍시고 저들 마음대로 어디랑 계약하고 그러면 어쩝니까. 
그러면 가맹업주들이 어떻게 가입을 안 해요? 내가 안 하고 옆에서 하면 소비자들 다 빼앗기는데. 
그렇게 가입하면 그 광고비든 수수료든 다 본사에서 대준답니까? 
다 우리 마진율에서 나가는 거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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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데 오토바이 타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열심히 했습니다.
근데 한 번 보세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출하는 광고비며 뭐며..이젠 어디 할 맛 나겠어요? 
그렇게 가져다주는 음식에 소비자들은 좋아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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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나이를 먹어서 잘 몰랐었는데 얼마 전에 알았어요. 네이버에 우리 가게 지도에다가 사람들이 댓글을 많이 남겼더라고요. 한 번 보세요. 다 칭찬 일색이에요. 장사 별거 없습디다. 그저 친절하게, 상냥하게 웃으면서 고객들 대하고 정성스럽게만 하면 때가 돼선 다 잘 돼요.

근데 요즘은 배달앱이다 뭐다 하는데 사실 우리를 궁지에 몰아 넣는 것과 다름 없어요.
궁지에 몰리면 누가 안 합니까? 이런 와중에 어디 예전처럼 손님들한테 따뜻한 마음이 가겠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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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업체의 "수수료 0%" 방안에 위 업주들은 '마음은 고맙다'면서도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합니다. 우리 사회 기류가 큰 것만 보고 작은 것엔 신경쓰지 않는다며, 남은 과제를 극복하는데에 중요한 것은 '더 맛있는 신메뉴를 개발하고, 단가를 낮추려는 본사의 노력(프랜차이즈의 경우)'이라 짚었습니다. 다른 서비스에 기생하지 말고, 자생력을 길러내야 한다는 의미이지요.

한편, 기존 수익의 30%를 차지하던 수수료를 없앤 배달앱 업체들의 앞으로의 행보도 주목 됩니다.
'배달대행'등의 사업을 통해 부수입을 얻어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겠단 회사도 있지만, 일각에선 '심히 걱정된다'는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언젠가 다시 수수료를 부활시킬 것"이란 예측도 있고요. 수수료 0%방침이 새로운 경쟁자들의 진입을 원천 봉쇄한 격이기 때문에, 새로운 발전모델 개발에 실패할 경우 이들 또한 생존을 위해 마지못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 하시면 됩니다.

기업과 영세상인의 공생은 우리 사회에서 해묵은 과제지요. 배달앱 업체들이 국민들의 여론을 의식해 수수료를 낮춘 것은 분명 유의미한 노력이었습니다. 영세상인은 부담을 줄였고, 소비자들도 마음 편히 배달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됐지요. 또한 배달앱의 등장으로, 소비자들이 각종 혜택들을 더 많이 누릴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상인들의 불만을 허투로 들어선 안 될 것 같습니다. 월 광고비 3만 원이, 5만 원이 부담된다 만다의 문제는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상인들의 자율적인 선택에 맡기면 됩니다만....

위 상인들이 지적하는 진짜 문제는 배달앱 가입이 사실상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는 것, 그리고 이것이 영세상인들의 지출경쟁을 부추기는 격이란 것입니다. 기업(배달앱)이 수익을 내는 것이야 누가 뭐라 하겠느냐만, 그 수단이 영세상인들의 약점을 건드려서야 되겠냐는 것이지요.

이를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해서야 될까요.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서, 앞으로 더 풀어 나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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