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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동네 소녀상, 주민들의 관심 '절실'
    기사 모음 2016. 1. 15. 12:33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집회가 어느덧 1213회 째다. 앞으로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12회 정기수요집회는 전국은 물론 해외 12개국 40여 개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됐으며, 1213회 집회에는 14개국의 해외 여성들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직접 나타났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 곁을 지키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소녀상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위와 같은 곳들과 달리 존재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해 홀로 추위를 견뎌내고 있는 소녀상이 일부 지역에는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게 소녀상이에요?

    1월 13일 수요일 12시. 종로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참여로 1213회 정기수요집회가 열렸던 그 시각.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몰 광장 안의 소녀상은 쇼핑몰에서 흘러나오는 쿵쿵대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드넓은 광장 한가운데에 쓸쓸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있었다.

    누군가가 장갑과 담요, 털모자를 씌워줘 소녀를 따뜻하게 해주려 애쓴 흔적은 있었지만 이 소녀상을 둘러싸고 있는 분위기는 쌀쌀한 날씨 그 이상으로 추웠다. 쇼핑, 산책, 운동 등을 즐기러 나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지만 소녀상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기자가 자리를 지키고 있던 2시간 동안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중 인근 아파트에서 2년째 거주 중인 어느 노부부는 이 소녀상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 공원이 우리가 자주 다니는 길인데 여기에 조각품들이 많아요. 그래서 우리는 이게 소녀상인지 모르고 그냥 다른 조각물들하고 비슷한 것인 줄 알았지. 예전에 소녀상이 이 동네 어디에 생긴다는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

    쇼핑을 마치고 나온 여고생(18) 3명은 번갈아 가며 소녀상 옆의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었다. 이들에게 다가가 소녀상에 관해 묻자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것이 '유관순 동상'이라고 대답했다. 이후 뒤늦게서야 팻말을 보고 이것이 소녀상임을 알아차린 여고생들은 소녀상이 동네에 있단 사실을 몰랐었다고 대답했다.

    "여자 동상이길래 당연히 유관순인 줄 알았어요. 소녀상은 기사로 워낙 많이 읽어서 아예 모르는 건 아닌데 직접 본 건 처음이거든요. 근데 저희는 소녀상이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어요."

    무관심의 흔적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따뜻하게 감싸진 모습은 여느 소녀상과 다를 바 없었지만 그 옆에는 무관심의 흔적들이 놓여 있었다. 화분은 깨져있었고 그 안의 꽃은 말라 비틀어졌으며 그 위에는 썩은 바나나 껍질과 과자봉지, 담배 케이스가 얹혀져 있었다.

    데이트하러 나온 어느 20대 커플은 "아마도 사람들이 몰라서 그랬을 것"이라고 대답하면서도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상권이 밀집해 있어서 유동인구가 굉장히 많은 편인데 근방에 쓰레기통이 없다 보니 여기에다 버린 것 같네요. 저희도 여기 종종 놀러 오지만 소녀상은 지금 처음 봤거든요.

    설마 이게 소녀상인 줄 알고도 이러지는 않았겠죠. 밤늦은 시간에 사람들이 더 많이 왔다 갔다 하다 보니까 어두워서 특히 몰랐을 수도 있고... 이 공원에 다른 조각상들과 비슷한 걸로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보기는 좀 안 좋네요. 괜히 제가 다 죄송합니다."

    마음에서 느낄 수 있는 소녀상

    많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무심코 지나쳐가던 와중에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한 학생은 소녀상에 관해 적힌 팻말을 읽고는 소녀상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이게 뭔지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학생은 당당하게 "소녀상이요!" 하고 대답했다. 이 학생은 뉴스에서 소녀상을 여러 차례 봤다고 말했다.

    동탄 금곡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조현준이라고 이름을 밝힌 그는 "여기에 쓰레기가 버려져 있는 것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기가 막힌 현답(賢答)을 내놓았다.

    "사람들이 이 동상(소녀상)을 가짜 사람이라고만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이게 가짜사람이긴 해도 뉴스에 나오는 할머니들 같은 진짜 사람을 마음속으로 생각했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거에요."

    조현준 학생의 말이 맞다. 평화의 소녀상은 그 안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 그 이상으로 우리 역사의 진실이 담겨 있다.

    소녀상은 정부의 관여사항이 아닌 우리의 몫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자 정부는 뒤늦게 "소녀상은 민간의 몫이지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대다수 국민들이 애초부터 주장하던 내용과도 다르지 않다. 정부는 소녀상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으며, 몫은 민간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하자면 소녀상을 소중하게 다루고 관리해야 할 몫 또한 정부의 것이 아니라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그 몫을 제일 쉽게 해낼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녀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또한 소녀상의 위력은 정부나 지자체의 '업무'나 '정기점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관심'에서 발생한다. 이는 소녀상이 전국에 퍼져있는 가운데 우리가 가까이 있는 소녀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또 하나의 이유다.

    위안부 기림비를 비롯한 평화의 소녀상이 전국 40여 곳에 설치돼 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지난 1월 6일에 전국에 설치된 소녀상 및 기림비의 위치를 알려주는 기사를 실은 바 있다.
    (관련기사 : 우리집과 가까운 소녀상'클릭' 한 번으로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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