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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로 등대' 넷마블, 살인적 노동 개선될까
    기사 모음 2017. 2. 10. 14:10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2113시간에 달했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두 번째로 길었다. 

    그런데 멕시코의 근로시간이 우스울 정도의 노동시간 ‘끝판 왕’이 나타났다. 국내 게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넷마블’이 그 주인공이다. 넷마블 직원들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842시간.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한 멕시코를 가볍게 압도하는 수준이다.

    넷마블 직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 일각에서도 넷마블의 업무량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해 넷마블은 최근 “야근과 주말근무를 금지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게임업계 특성상 과연 실현이 가능할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무엇이 문제일까.



    ■ 일주일에 두 번만 출근한다는 넷마블 직원들...“밤샘근무가 거의 필수니까요”
    지난해 11월 노동건강연대가 넷마블 전현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강도 관련 설문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넷마블에서 근무중인 직원들의 월 평균 근무시간은 무려 236.8시간에 달했다. 퇴직자들이 월 평균 279.4시간을 일한 것과 비교하면 양반이라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근무량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 같은 비상식적인 결과의 비밀은 다른 문항을 통해 알 수 있다. “30시간 이상을 연속으로 근무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퇴직자 가운데 54.3%, 현직자들은 30.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밤샘근무가 잦았다는 것이다.

    밤샘근무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74.7%가 “회사가 야근 및 밤샘근무 등을 장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정시 퇴근을 장려한다”는 응답은 7.5%, “피곤하면 쉬게 해준다”는 응답은 12.8%에 그쳤다.

    넷마블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넷마블에 근무하면 일 주일에 두 번 밖에 출근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야근과 밤샘근무는 거의 필수와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일하고도 그에 따른 보상이 미흡하다는 데에 있다. 야근을 한 직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은 연장근로 수당이나 휴일근로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재직자 가운데 연장근로 수당 등을 지급받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였다. 휴일근로 수당의 경우 43%만이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실태는 지난 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과 게임개발자연대 등 관련 기관이 벌인 토론회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 넷마블 “야근·주말근무 없애겠다” vs 게임업계 “가능할지 의문”
    넷마블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난 것은 지난해 넷마블 직원이 구로 사옥서 투신해서다. 당시 넷마블은 “해당 직원이 징계를 받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했지만 일각에서는 “넷마블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넷마블 직원 3명이 사망한 사실이 드러나 넷마블 직원의 과도한 업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일 벌어진 관련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조치를 "게임업계 특성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지적한다. 

    게임은 유행주기가 빨라져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없다고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경우 밤낮없이 오류 등에 대응해야 해 밤샘근무는 필수라고도 지적한다.

    일단 넷마블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넷마블 측은 지난 8일 “야근과 휴일근무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넷마블이 이날 발표한 ‘일하는 문화개선안’에 따르면 야근과 주말근무를 금지할 뿐만 아니라 퇴근 후 메신저를 통한 업무지시도 하지 않는다. 또 직원의 종합병원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이에 대한 이행여부 등을 매월 정례 경영포럼에서 점검키로 했다.

    잦은 야근과 밤샘근무로 인해 ‘구로의 등대’라는 별명이 붙은 넷마블은 과연 변화할 수 있을까. 오는 13일부터 시행될 위 조치들이 과연 실효를 거두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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