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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심은 안철수, 뚜껑 열어봐야" vs. "거의 다 문재인"..
    기사 모음 2017. 5. 3. 20:49

    19대 대선일이 열흘도 채 안 남은 가운데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가 깨져가는 분위기다. 그러나 변수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19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는 대선 4일을 남기고 12%p의 지지율을 끌어 올렸고, 그 다음 대선에서도 이 후보는 막판에 11%p의 지지율을 상승시킨 바 있다. 특히 지난 4.13총선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크게 달랐던 영향인지, 지금 대선 후보 중 일부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부정하기도 한다. 

    우선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대부분은 문 후보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실제 현실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친다. 장년층 상당수의 지지를 받는데다 호남의 바닥민심이 안 후보 쪽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세대 간의 이견과 호남 민심은 변수가 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좌우의 이념 차이 보다는 세대 간의 차이가 주목받고 있고, 호남의 민심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매 대선마다 한 방향으로 흘렀던 호남 민심은 이번에 둘로 갈라선 모양새다.

    이 같은 국민의당 측 주장이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나섰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7일에는 광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북의 중심 도시인 전주시를 찾아, 문·안 후보를 지지하는 각 세대 계층의 목소리와 호남의 바닥민심을 살펴봤다. 전북 전주 역시 광주·전남과 마찬가지로 지난 4.13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압승을 거둔 바 있다. 특히 전주(병)은 국민의당 선대위원장인 정동영 의원이 4선을 지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전주 장년층 다수 "문재인보단 젊은 안철수... 뚜껑 열어봐야 알 걸?"

    지난 4월 28일 전주 종합운동장. 이곳 주차장에서 작은 규모의 먹거리 축제가 벌어졌다. 점심시간이 되자 60대 이상 장년층들이 차츰 몰리기 시작했다. 각종 먹을거리에 막걸리와 소주를 곁들여 식사를 즐기던 이들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이번 대선 관련 질문을 던졌다. 60대와 70대로 구성된 8명의 어르신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따, 우리는 안철수제~"라고 말했다. 이들은 "안철수는 때가 덜 탔다"라면서 "문재인이가 다른 정치인들이랑 뭐 다를 것이 있간디?"라고 되물었다. 

    이들 중 조장연(70대)씨는 지난 15대 대선 당시 DJ의 당선을 위해 선거운동에도 나섰었다고 밝혔다. 이어 16대 대선 때도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적극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 민주당을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찍어줘서 호남이 변한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문 후보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광주는 어떨지 모르겠는데, 전주에서 노인들 대부분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를 지켜보던 다른 어르신들도 "저 말이 맞다"며 동조했다. 

    한때 논란을 빚었던 호남 홀대론에 따른 반 문재인 정서는 그나마 누그러진 듯 보였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장년층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수성가'와 '성공한 기업가', '순수함' 이 3가지 키워드가 안 후보를 지지하는 장년층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됐다. 

    반면 문 후보에 대해서는 '낡은 정치인', '안보 불안'이라는 표현이 매번 따라붙었다. 또 호남 홀대론에 대한 악감정도 조금 '줄었을' 뿐 없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선거 때 알맹이만 쏙 빼먹지 않았느냐"는 의견도 더러 있었는데 그 감정이 꽤 격해 보였다.

    중앙시장 입구(완산구 태평3길) 근방의 한 철물점에서 만난 4명의 어르신들도 이 같이 말했다. 임삼이(66)씨는 "박근혜가 나라를 말아먹어서 새로운 정치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재인씨는 새 정치를 하기에는 좀 낡은 정치인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씨가 그래도 젊으니까 낫지 않을까 싶다"라며 "토론은 좀 못해도 사람이 순수해 보였다"고 전했다. 

    "문재인씨도 똑똑하고 사람은 좋아 보이는데, 하는 모습 보면 여태껏 나왔던 정치인들과 같어. 홍준표가 북한이 어쩌고, 안보가 어쩌고 할 때 왜 똑바로 말을 못해. 능글능글 피해가려고만 하더만? 여태껏 낡은 정치인들 죄다 그래왔잖아. 글고 이제 양보해야지, 또 해블겠다고 나오면 어쩐대.

    안철수씨는 똑똑하잖여. 그 양반이 말을 좀 못하긴 혀도 순수해서 그러지. 능력은 있잖여. 자수성가해서 기업 사장도 되고, 돈도 많이 벌고? 글고 이제 젊은 사람이 새롭게 대통령 해서 나라 바꿔야지, 박근혜가 박정희 딸이라고 잘 했나? 나라 말아 먹었잖여. 문재인씨가 노무현 대통령 때 비서실장 했다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한다고 어째 보장한대? 또 이제 대통령 후보 됐응게 여기도 오는 거제, 언제 한 번 우리 챙겨주기나 했어?"
      

    덕진동에 위치한 한 노인정에서도 안 후보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앞서 만난 어르신들과 이유는 대개 비슷했으며, 문 후보에 대한 의견으로는 "당선되면 떡고물 받아먹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들 문제 터진 거 보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떠올랐다" "여태까지 잘한 게 뭐가 있냐"는 정도였다.   

    전주에서 만난 장년층 대부분은 이처럼 안 후보에 대한 지지성향이 짙었다. 국민의당의 "바닥 민심은 안철수"라는 외침이 허튼소리만은 아니라고 느낀 대목이다. 물론 문 후보를 지지하는 장년층도 없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은 "그래도 호남은 민주당이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밖에는 문 후보의 정치 경험에 따른 노련함, 이질감 드는 안 후보의 엘리트적 이미지, 시국 특성상 다수당의 집권 필요성, '될 사람 뽑는다' 등의 이유가 거론됐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해준 장년층 다수가 입을 모아 말했던 내용이 한 가지가 더 있다. '샤이 안철수'가 생각보다 많다는 이야기였다. 이들은 "여론조사가 언제 제대로 맞춘 적이 있었느냐"면서 "문 후보 지지자들 목소리가 워낙에 커서 안 후보 지지자들은 조용히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는 문 후보가 앞서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시골 지역 노인들은 주로 안 후보를 좋아한다"라며 "전북은 시골이 많아서 안 후보가 적지 않은 표를 가져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전주의 20대 "문재인 꼰대 같지 않아서"... "안철수는 청년과 멀어진 것 같다

    전주에서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전북대 옛 정문, 객사 앞 차 없는 거리 등에서 만난 청년들 다수는 문 후보를 지지했다. 장년층을 만났을 때와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문 후보를 지지한다는 점에서 뿐만이 아니라 안 후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은 문 후보의 정치경험을 두고 장년층은 "낡은 정치인"으로, 청년층은 "준비된 대통령"으로 바라보는 시각차였다. 또 안 후보의 토론 실력에 지적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장년층은 "때 묻지 않고 순수해 보인다"고 평가한 반면 청년층은 "정치 관련 지식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만난 김예빈(23)씨는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못다 이룬 꿈이 실현됨을 보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또한 "이재명과 안희정, 박원순 등 민주당 소속의 정치인들이 그동안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안 후보에 관해서는 "성공한 기업가 출신에 대한 트라우마는 대다수 국민들이 갖고 있을 것"이라며 "안 후보를 보면 불현듯 MB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아울러 "진보인지 보수인지 확실히 하질 않은 탓에 정국 운영의 방향도 영 가늠이 안 된다, 어정쩡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날 오후 전북대 옛 정문에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문 후보 지지유세를 위해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표 의원 연설을 지켜보던 서민호(30대)씨 역시 문 후보의 지지자다. 그는 "2030세대는 거의 문 후보 쪽에 마음이 가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보수진영으로부터 당해왔던 것에 대한 심판의 필요성'을 젊은 세대 다수가 공감할 것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보수진영으로부터 당해왔던 것의 의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끊임없는 색깔론 제기' 등이라고 밝혔다.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문 후보가 이번에는 집권 의지가 강해 보인다"면서 "토론회 때 야기한 논란이 있긴 하나 어느 정도 준비된 듯한 모습이었다"라고 밝혔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정치인은 저마다 꿈꾸는 세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안 후보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 건지 파악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는 기업인으로서는 몰라도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이나 지식은 부족해 보인다, 토론을 보며 느꼈다"고 전했다. 

    전주 국제영화제가 한창인 영화의 거리(완산구 고사동)에서 만난 어느 20대 커플은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투표는 꼭 할 것"이라며 "문 후보를 지지한다"고 했다. 여기서 남성은 문 후보에 대해 "군을 특전사로 다녀온 것으로 안다"면서 "정치인들 중 병역기피자가 많은 가운데 눈길이 갔다"고 호감을 드러냈다. 여성은 "비리나 병역 문제 등에 얽힌 기억이 없는 데다가 권위적이지 않은 (문 후보의) 모습이 보기 좋다"고 말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무릎팍도사 때와는 확실히 다른 이미지"라면서 "청년들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이 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김환석(26)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역시 정치에 큰 관심은 없지만 투표는 꼭 하겠다는 김씨는 "문 후보가 왠지 준비가 된 듯 보이고, 소위 꼰대 같은 이미지가 아니다"라고 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꼰대가 되어가려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후보가 목소리를 이상하게 바꾼 걸 봤는데 이상하다. 오히려 예전의 목소리가 착해 보여서 친근하게 느껴졌다"면서 "그런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국민들이 정치인 만들어준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청년들의 당초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려 스스로 애쓰는 느낌"이라고도 밝혔다.
      

    '어대문'이면, 심상정 찍겠다는 젊은층

    한편 정의당 심상정 후보의 약진도 눈에 띄었다. '심상정을 알면 심상정을 찍는다'는 의미의 '심알찍'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난 듯 보였다. 객사 로데오거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청년 4명 중 2명은 문 후보를, 다른 2명은 심 후보를 지지했다. 

    심 후보를 지지한다는 류미선(28)씨는 "심 후보의 신념과 소신에서 진심성이 느껴진다"고 했다. 류씨는 원래 문 후보를 지지하다가 TV토론을 시청한 후 이 같이 마음을 돌렸다고 말했다. 류씨는 "문 후보는 좀 약해 보이는 반면 심 후보는 강단이 있고, 개혁에 대한 의지도 확고해 보인다"고 이유를 밝혔다. 

    옆에 있던 문 후보의 지지자 박아무개(20대)씨는 기자에게 "실제로 요새 들어 심상정 지지자들이 꽤 늘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1강' 구도가 차츰 자리를 잡으면서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그는 문 후보의 1강 구도가 더욱 확고해진다면 심 후보를 찍는 청년들이 생각보다 많아질 것 같다고 했다. 

    "박근혜 탄핵 거치면서 주변에 보면 전부 투표는 하겠다고 해요. 보수가 또 정권을 잡으면 큰일 난다면서요. 그래서 '당연히 문재인 찍는다'는 분위기였죠. 근데 근래 들어 주변에 심상정 찍겠다는 애들도 좀 생겼더라고요. 심상정이 말을 더 속 시원하게 잘한대요. 내가 투표하나마나 문재인이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어차피 문재인이 될 거 나는 심상정 찍는다' 하는 애들이 의외로 좀 있어요."

    인근의 다른 카페에서 혼자 모바일로 뉴스를 보던 이현경(23)씨도 심 후보 지지자였다. 이씨는 "더 이상 정치인들이 DJ가 어떻네, 노무현이 어떻네 하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이에 대해 "김대중 전 대통령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제는 역사에서 좀 놔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문 후보가 당선되면 그런게 절대 불가능할 터라 그를 안 좋아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대략적으로 훑어본 전북 전주의 민심을 종합해보면 ▲ 장년층 중 '샤이 안철수'의 등장은 '기대해 볼 만'하며 ▲ 2030세대는 전반적으로 '문재인이 대세'인 듯하다. ▲ 그러나 심상정 후보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청년층의 갈대 같은 표심을 '무시는 못 할 듯'싶다. ▲ 홍준표 후보에 대한 언급은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번 대선에서 호남, 그중에서 전북의 경우도 여느 지역과 다르지 않게 세대 간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첨언하자면 문 후보의 경우 이 지역 내 일부 남아 있는 '반 문재인 정서'를 극복, 안 후보는 젊은층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보다 개선시키는 것이 하나의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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