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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못 믿을 경찰...ㅠㅠ

Chesco 2017.08.26 17:14

http://news.nate.com/view/20170826n05592


"A씨는 "배씨가 찾아온 날짜의 아파트 CCTV를 확보하려고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경찰에 신고하고 진정서를 받아오라고 했다가 진정서를 받아오니 경찰을 동행하라고 말을 바꾸고, 경찰과 함께 가니 형사를 데려오라고 했다"면서 "눈물로 호소하는 피해자 앞에서 엉터리 절차를 대충 설명하고 '다시, 다시'만 외치는 게 원망스러웠다"고 전했다." _<연합뉴스> 기사 본문 中


어제인가 그제 처음 보도된 사건으로 알고 있는데, 여튼 그때 읽으나 지금 읽으나 많이 많이 화가 난다. 사람이 죽기 일보 직전인데, 경찰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한 것이지 않나. 


기사 본문 중에 보면 "A씨(피해작)가 피신을 끝내고 부산으로 돌아온 뒤에도 배씨(가해자)로부터 괴롭힘을 당해 경찰이 3번이나 출동"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때 출동한 경찰은 A씨와 배씨를 그 순간 떼어놓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을까. 추후 예상되는 피해를 방지하는 차원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었을까 싶다. 경찰조직의 제도적인 문제 때문인지, 관행 때문인지, 개인의 업무스타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암튼 그런 생각이 든다. 화난다. 


위에 퍼런 글씨로 인용한 내용을 읽으면서 나의 과거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위에 인용한 문장은 '관리사무소'가 피해자들을 빠꾸시켰단 건데, 내가 떠올린 기억은 '경찰'이 그와 비슷하게 행동했던 상황이다. 


때는 내 중학생 시절. 아버지가 운전하시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어딘가를 갔다. 그러던 중 날씨가 더워서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두고, 가까운 마트에 들어갔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려고. 내가 한참을 고민한 탓에 마트에 머문 시간이 꽤 길었는데, 나와 보니 오토바이가 쓰러져 있었다. 일부분은 파손된 상태였다. 뺑소니를 당한 게다. 


즉각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고 위치를 꼼꼼히 파악하더만, 금방 출발한다고 답했다. 금방은 개뿔. 파출소에서 전화만 족히 4통은 왔다. 위치 좀 다시 말해 달라나 뭐라나. 해당 파출소가 차타고 5분 거리에 있는데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한 그들. 당연히 죄송하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거수경례 대충 하더만 오토바이나 한 번 보자고 그러더라. 이후 대충 훑어 보더니 대뜸 우리에게 "어쩔 거냐"고 묻는 게 아닌가. 황당했다. 당연히 범인 잡아 달라고 부른 건데, 난데 없이 어쩔 거냐는 질문이 왜 나온 걸까. 


아버지가 말했다. 이곳 CCTV확인해서 범인을 잡아 달라고. 경찰이 답했다. 증거는 피해자가 찾아 오는 거란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은 파출소말고 경찰서에다가 맡겨라"고 덧붙였다. 아버지가 "그럼 오토바이 지금 고쳐도 되냐"고 재차 묻자, 경찰은 "그러라"고 말한 후 "사진만 찍어서 경찰서로 가시라"고 전했다. 이후 그들은 저들 파출소로 홀연히 떠났다. 


아버지는 경찰이 떠나자마자 오토바이를 고쳤다. 그러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전화가 한 통 걸려 왔다. 앞서 만난 경찰이었다. 그는 "오토바이 고쳤냐"고 물었다. 이에 "고쳤다"고 아버지가 대답하자, 경찰은 "아, 그거 고치면 안 되는 거라네요. 음..그래도 혹시 모르니 경찰서에 가보긴 하세요"라고 했다. 


출동은 30분만에, CCTV확인 안 해주고, 다른 절차도 제대로 설명 안 해주니...아버지나 나나 화가 잔득 났지만 '더러워서 참기'로 했다. 경찰서라고 뭐가 다르겠냐는 아버지의 판단 때문이었다. 벌써 13년 전 일이지만 그때의 그 '더러운' 기분이 여전히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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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군복무를 경찰에서 하게 됐다. 서울청 소속 전의경이었다. 이 지역 전의경들은 대개 겨울을 좋아한다. 철야 때는 좀 힘들지만, 시위가 별로 없어서 그래도 겨울이 낫다. 


겨울 어느 날, 지구대 경찰들과 순찰근무를 하게 됐다. 겨울치곤 날씨가 따뜻한 날이었다. 나와 같은 조 경찰관 1명과 동네를 거닐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그의 계급은 경장이었는데, 나이도 젊어 보였다. 인상이며 말투며 상당히 선한 사람처럼 비쳐졌다. 그래서 기분 좋게 순찰을 돌던 중 문득 옛 생각이 났다. 위에서 소개한 사건(?)에 관한 것이었다. 그에게 "왜 옛날의 그 경찰들은 그렇게 한 거냐, 그게 옳은 거냐"고 정중히...따져 물었다. 


그가 말하길 "분명 잘못된 거다"란다. 당시의 경찰관들이 일하기 귀찮고 싫었던 모양이란다. 이어 몇 가지 얘기를 내게 더 보태 주었는데, 내용이 꽤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을 하고 있다. 그가 더 말해준 내용을 이러하다. 


"한 파출소가 근무를 그런 식으로 하면, 그 지역 관할 파출소와 지구대 대부분이 그러할 것이다. 본서도 비슷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지역 경찰들만의 업무문화인데, 이게 저질스럽게 자리잡은 곳이 전국 각지에 꽤 될 것이다. 그 원인은 보통 윗선에 있다. 윗선이 그런 식이면 아랫선도 그대로 따라 간다. 


물론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경찰들의 업무문화가 나름 바람직하게 자리잡은 지역의 공통점은 시민들의 민원이 많은 곳이란 점이다. 사소한 걸로도 민원이 많이 제기되다 보니 경찰관들의 긴장도도 자연히 높아진 터에 그러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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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훗날. 경장의 위와 같은 말이 '대체로 옳다'고 판단할만한 상황을 목격했다. 내 아버지 오토바이 사건을 그리 처리했던 관할서가 기어코 사단을 낸 게다. 오원춘 사건이었다. 이 사건이 국민적 분노를 야기한 데에는 경찰의 안일함이 크게 한 몫했다. 피해지역을 관할하는 경찰이 전화신고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다. 게다가 이 사건이 벌어지고 얼마 안 있어서, 이곳 경찰들은 또 일을 낸 바 있다. 가정폭력 사태를 방치시켰다. 내막은 아래와 같다. 


한 여성이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는 신고시에 집주소를 먼저 대고 피해사실을 밝힌 후 "빨리 도와달라"며 애원했다. 신고를 접수한 지방청 상황실은 관할서에 출동지령을 내렸고, 관할서는 피해지역 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다. 허나 해당 파출소는 다른 출동업무가 바쁘다며 다른 파출소에 지원을 요청, 이 요청을 받은 파출소는 다시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주소를 가르쳐 달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때 전화를 받은 사람은 가해자였고, 그는 경찰에게 "신고한 적 없다"고 말하며 발뺌했다. 결국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고, 피해자는 갈비뼈 2개가 부러진 채 한동안 집안에 방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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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안일함은 종종 혹은 자주 사건을 더 크게 만든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사건도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한다. 애당초에 피해-가해자 둘을 완전히 분리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어야 했다. 물론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그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의 나태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사례가 적지 않다. 경찰조직은 일찌감치서부터 근본적인 대책안 마련에 고심했어야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가장 장황하게 까댄 경찰서를 안 밝혔다. 내 아버지 오토바이 뺑소니 건 이상하게 처리하고, 오원춘 사건에다가 가정폭력 피해자를 방치한 그곳. 


수원 중부경찰서다. 



요즘은 어떨런지 모르겠는데, 부디 나아졌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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