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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안철수호, "지방선거 못 이겨" vs. "그래도 안철수"
    기사 모음 2017. 9. 3. 21:50

    의사출신이 IT업계에서 성과를 거둔 이력은 그가 얼마나 유능한 인물인지를 방증했다. 여기에다 예능 방송 출연과 청춘콘서트를 돌면서는 '선하고 정직한 이미지'까지 각인시켰다. 새 정치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부름이 이어졌다.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현실 정치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장에 도전할 기회를 내어줬다. 18대 대선후보 자리도 그리하게 됐다. 그럼에도 일어섰다.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새로운 정당을 창당, 민주당의 텃밭이라던 호남지역을 싹쓸이했다. 그렇지만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정치인 안철수는 비교적 짧은 경력에도 우여곡절은 숱하게 겪어 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난 8월 27일부로 그는 국민의당 수장에 올라섰지만, 이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 많은 말들이 오간다. 앞선 19대 대선에서 보인 기대 이하의 성적, 그 직후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으로 책임론에 직면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도로 안철수' 체제가 된 국민의당의 전망은 어떠할까. 기자는 이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지난 8월 30일 전북 전주시를 찾았다. 참고로 전북은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 7명이 있으며, 당원 수는 전체 당원의 17%를 차지해 전남 다음으로 많은 지역이다. 그리고 전주는 지난번 국민의당 당 대표 선출에서 2위를 기록한 정동영 의원의 지역구이기도 하다.


    "다시 안철수가 이끄는 게 새정치냐... 내년 지방선거 어쩌려고"



    "국민의당, 우리 국민의당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필코 승리하겠습니다!!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안 대표는 8월 28일 당 대표 수락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것인데, 국민의당의 지지기반 중 한 곳으로 볼 수 있는 전북 시민들 상당수는 이에 '갸우뚱'하는 모양새다. 

    전주시 완산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황재현(44)씨는 지난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에게 투표했다. 진보와 개혁을 갈망하는 호남 민심을 잘 구현해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동안 안 대표와 국민의당이 주창해 온 '합리성'과 '새정치'가 당최 무엇인지를 모르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씨는 "다시 안철수가 이끄는 게 새정치냐"고 되물었다. "앞으로 (국민의당이) 야합행보 외에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안 대표는 이미지로 정치하는 단계를 넘어서 깊이 있는 정책을 내세워야 할 때"라고 일침했다. 

    "안 대표가 더 이상 새로운 인물이 아니라는 데에는 다수가 공감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 그에게 지금 '이미지'말고 다른 게 뭐가 있는지를 모르겠어요. 정치적 과업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깊이 있는 정책적 구상의 흔적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요. 이래 갖고는 국민의당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하긴 힘들다고 봅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박상균(42)씨의 생각도 비슷했다. 그는 안 대표를 "진보라기 보단 보수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민의당 내에는 안 대표와 반대되는 성향의 인물들도 꽤 있으므로, 이 정당은 앞으로도 스탠스가 어정쩡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씨는 또 "국민의당은 민주당과의 개혁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게 옳다"고 일갈했다. 진보정권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진보의 방향'을 두고 여당과 경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지만 안 대표 체제의 국민의당에는 이러한 기대를 못하겠다고 한다.
         
    "지금 정권은 지지율 70~8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러한 현상이 4~5년 지속될지는 확신할 수 없는 거잖아요. 만약 민주당이 개혁의 방향을 잘못 설정해서 언젠가 '정권심판론'에 부딪히는 상상을 해보자고요. 그때 지금의 국민의당이 과연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박씨는 "서울·경기 등 타지의 지지자들은 국민의당이 '호남당'을 탈피하길 기대할지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호남에선 진보적 이념을 갖추기 않고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선택지가 없다... 그래도 안철수밖에는"



    모두가 안 대표 선출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안 대표가 그동안 거쳐 온 시험무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정치인 안철수가 당대표에 오르긴 했어도, 정치경력이 짧아 숙련이 덜 됐다고 말한다. 이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지만 그럼에도 국민의당에는 안철수 외 선택지가 없다고도 피력한다.

    "저는 상식파입니다."

    지난 19대 TV대선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좌파냐 우파냐"를 물은 데 대한 안 후보의 대답이다. 안 후보의 본의와 달리 이 말은 일부 대중들의 웃음(?)을 사고 말았지만, 직장인 서병호(38)씨는 이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씨는 "좌파와 우파 이분법적으로만 꼭 갈라져야 하느냐"며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좌와 우를 아우르는 정치인과 정당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그러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답했다. 

    학원 강사로 일하는 박아무개(30대)씨도 서씨와 생각이 같다. 박씨는 "앞으로 약 2년 정도는 국민의당을 더 지켜보고자 한다"며 "안 대표 선출에 대해 옳고 그름을 말할 단계는 현재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창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른 총선에서 선전했지만, 오래 못가 촛불과 탄핵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또 몇 개월 만에 대선가도를 달리게 됐는데, 박씨는 이러한 맥락상 국민의당의 실제 면모를 관찰할 기회가 적었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이 여소야대·다당제 하에서 캐스팅보트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잘 수행할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국민의당은 안 대표 외 선택지가 없다고도 첨언했다. 국민의당 내에서 안 대표만큼 이슈와 의제를 끌고 갈 만한 정치인이 과연 있겠냐고 그는 물었다. 또한 지난번 제보조작 사건의 책임으로 일각에선 안 대표의 정계은퇴까지 주장했는데, 이는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가 정치적 술수가 부족하다곤 하지만 이제 5년 차 정치인이잖아요. 앞서 참모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본격적으로 정치적 시험대 위에 선 건 이번 대선 때와 그 직후(제보조작 파문)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통과하지 못했다고 사퇴를 주장하는 건 실상 '죽으라'는 거 아닌가요? 본인의 재개를 위해서는 당 대표 출마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해요."

    당원들의 조언은... "다당제 하에서 국민의당만의 역할 기대" 



    국민의당 당원들 사이에서도 안 대표 선출에 대한 반응은 다양한 듯 보인다. 당원들의 뜻을 존중하며, 고로 호불호를 말할 수 없다는 이도 있는가 하면 아쉬움이 크다는 이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전북에서 국민의당 진성당원으로 활동 중인 2명이 말을 보태주었다. 이들 모두는 익명을 요구했다. 

    국민의당 당원 진아무개(50대)씨는 안 대표 체제가 우려된다고 했다. 안 대표의 그간 행보는 물론 지난번 대표직 수락연설을 보며 걱정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 중도개혁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강화"하겠다는 안 대표 연설의 뜻이 자칫 발목잡기와, 탈(脫)진보하는 식은 아니길 바란단다.  

    진씨의 근심은 무엇보다도 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이 지금의 시대정신과 부합하긴 힘들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그는 "촛불혁명이 연 지금의 시대정신은 개혁"이라고 운을 뗐다. 

    "촛불민심의 완성은 개혁입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이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다당제에서 야당의 역할은 양당제에서의 그것과 다르잖아요. 국민의당은 진보라는 틀 내에서 때로는 여당과 경쟁하고 때로는 정당들 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식으로 가는 게 옳다고 봐요. 그런데 안 대표는 실상 보수적인 사람인지라 과연...."

    진씨는 국민의당이 안 대표의 성향과 맞춰간다면 오늘날 야당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내년 지방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호남에서는 여당과의 개혁경쟁이 아니고선 그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지역 당원 다수의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호남에서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했던 이들 상당수가 현재 위축된 상태로 알고 있다고도 또한 덧붙였다.

    다른 국민의당 당원 김아무개(50대)씨는 진씨와 생각을 조금 달리했다. 안 대표 체제의 국민의당을 두고 "호불호를 말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라고 한다. 공정한 절차를 거쳤으며, 과반 이상 당원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도 낙담하긴 이르다고 했다. 이제 막 닻을 올린만큼 지켜봐야 한다고 김씨는 말했다. 

    다만 김씨 역시 국민의당에 기대하는 바는 앞선 진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씨도 국민의당에 다당제가 정착된 형국에서 남다른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는 입법을 통해 진보·개혁과 연관된 의제를 끌고 가며 경쟁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엔 합의의 열쇠를 쥔 역할이라고 한다.  

    그가 거듭 강조하는 바는 진보와 개혁적 노선만큼은 필히 견지해야 한다고 것이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의 민심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개인 때문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그 당시 형성됐던 반문정서와 개혁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민주당에 대한 반작용이 분명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때 국민의당에 투표한 많은 이들이 지금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다음 지방선거가 됐든 총선이 됐든 국민의당이 호남민심을 얼마나 잘 읽을지 지켜봐야 할 겁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다당제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국민의당에 달려 있다며 몇 가지를 당부했다. 안 대표가 선출된 데에 광주·전남과 서울·수도권 표가 상당부분 몰렸을 것으로 예상한 그는 "탈호남을 넘어 전국단위 정당이 되는 것도 좋지만, 호남민심을 살피지 않고는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합리적이되 진보적인 노선을 택해 민주당과의 양자구도를 형성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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