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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불신

Chesco 2017.09.27 01:35

멍하니 앉아서(혹은 누워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릴 때엔 뉴스만 쳐본다. 이 역시 읽을수록 지겹고, 그래서 더 재미난 걸 찾고 싶지만 그래도 계속 읽는다. 그나마 내가 가장 커다란 집중력을 발휘하는 때가 '뉴스 읽을' 때인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보면 볼수록 막장이라 더 빠져드는 건가. 


암튼, 오늘 포털 뉴스란에서 '김영란법 1년' 관련 기사를 읽었다. 뭐 이 법으로 하여금 사회가 '그나마' 좀 청렴해졌다고, 이 같은 사실이 피부로도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멘트가 실린 그런 기사였다. 그렇다고들 하니 나도 '그런갑다' 하지만, 사실 아주 잘은 모르겠다. 부정청탁이란 것도 '본인이 누군가의 빽이거나' 아니면 '내게 빽이 있다거나'할 경우에나 가능한 거지, 나와 같은 독고다이(허세 좀 붙여 '야인')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일 터이니. 뭐, 학교 교수님들은 "요즘은 학생들한테 캔커피 받기도 어려우니, 주지마라"고 하는 거 보면...이 법의 파급효과가 있긴 있지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대뜸 "근데 이런 법까지 필요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부정청탁은 하면 안 된다"는 명제는 당연히 '옳소'인데, 이를 굳이 법으로까지 재정한 걸 보면서 그러했다. 강제하지 아니하고선 이를 막을 수 없겠다는 사회적 공감대나 뭐 그런 비스무리한 게 작용을 했으니까 이 지경에까지 이른 거겠지.  


그런데 이 법 때문에 꽃, 소고기, 과일장사 하시는 분들은 실제로 타격을 입었다고 한다. "김영란법에 반대하는 언론이 지들 입맛에 맞게끔 쓴 기사겠지"싶었지만, 흘려 들을 건 아닐 듯싶다. 통계자료에서도 (정확한 수치는 기억 안 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 있고, 무려 진중권 교수조차도 이 현실을 인정하는 걸 보면...이 법, 문제가 없지만은 않아 보였다. 


따라서 이 법을 일정 부분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무식해서 어떻게 수정할 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수정이 됐던 보완이 됐던, 어떻게든 지금 이 상태로 가만히 내버려 두는 것은 조금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싶다. "이 법의 기본 틀은 가만히 내버려 두되 예외조항을 만들던지" 혹은 "이 법의 구체적인 내용들, 가령 5만 원을 10만 원으로 늘린다던지" 등의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대개 고급 한우집의 경우 '내 돈 내고 먹는 사람' 보다는 그밖의 경우가 많을 터이니 이런 장사 하시는 분들은 힘드실 듯. 경조사가 대목인 꽃장사, 명절이 대목인 과일장사 하시는 분들도 예전만 못하다고 하니 이에 따른 문제들은 해결을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가 있단다. 수정이던 보완이던 여론상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똑똑한 사람들 사이에서 있다나 뭐라나. 이 법으로 인해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다 청렴'해졌다고 하는 데에 워낙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보니 그렇다고 한다,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그 끝이 어떻게 맺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시민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해 있다고. 이는 즉슨 부정청탁을 많이 주고 받는 집단에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바뀔 수 있다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있다는 게다.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런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현실도 부정할 수 없고, 그렇다고 일부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는 현실에도 눈감을 수 없다 보니 답답할 따름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꼭 "누구 탓이다!!" 하며, 특정 사람 혹은 세력(?)을 문제삼고 싶진 않지만 위와 같은 생각들을 잇다 보니 본의 아니게 누군가를 탓하는, 그런 마음이 들었다. 기득권으로 불리는 그들이다. 애초에 이 법이 나오게 된 배경은 '벤츠검사' 사건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의 필요성이 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한 데에는 비단 벤츠검사 뿐만 아니라 기득권 집단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이 작용한 게 아닐까. 시민들의 "어디 벤츠검사 뿐이겠느냐"는 단순한 외침이 우리 사회 공동체에 울림을 준 게 아닐까. 그러니까 벤츠검사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단편적인 현상에 불과할 뿐 그 이면에는 더한 부정청탁이 활개치고 있을 것이라는, 기득권 세력에 대한 만인의 '사회적 불신'이 이 법을 잉태한 것은 아닐런지. 


기득권으로 불리는 이들이 시민들의 불신을 야기한 터에 이 법이 마련됐고, 이 때문에 일부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소상공인들에 대한 안타까움보다 기득권 세력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정도가 더한 연유로 김영란법에 대한 수정 및 보완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닐지...이런 생각이 든다.


불신을 야기한 그들도 나름대로 속사정이 있을지 궁금하다. 차라리 있었으면 좋겠다.


끝. 시간이 너무 늦었음. 내일 1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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