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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끼적

신세 갚기 순환투어

Chesco 2017.11.22 01:57


취업이 확정된 후 근 열흘 만에 순환투어를 마쳤다. 그동안 전주에서 지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한 그런 투어 말이다. 물론 주 고객, 아니 모든 고객은 야학 패밀리들이다. 교장쌤과 전직 교감쌤 이하 나와 친한 모든 이들에게 술을 한 잔씩 대접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주머니 사정. 그동안 진 빚이 너무 많았던 탓에, 떠날 때 만큼은 쿨하게 배불리 사주고 싶었는데 그러하진 못했다. 대개 1차는 내가 샀지만, 2차는 내가 얻어 먹었다. "아직 첫 월급도 안 받았잖아요"하며 쿨하게 이해해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 역시! 멋쟁이! 


이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면서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왜, 언제부터 다들 이렇게 변했을까"싶었다. 다 같이 야학에 모여 지냈던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순수하게 신나게 놀았던 우리가 불과 1년 만에 불쌍한 취준 혹은 사회초년생이 된 게다. 이 대목에서 기쁘다기 보단 씁쓸하단 감정이 우선됐는데, 그 이유가 뭔고하니 다들 불행해 보이기 때문이랄까. 웃음도 옛날의 그 웃음이 아닌 것 같고, 농담과 공감의 주제 모든 게 많이 달라졌다. 야학에서 흩어져 저마다의 갈 길을 가고 있다지만 '즐거움을 잃었다'는 데에는 똑같이 귀결되는 듯했다. 취준생은 취준생대로, 초년생은 초년생대로. 


'재밌는 취미가 없다' '여친 사귀고 싶다' '돈이 없다' 등 소소한 고민토로의 장이 됐던 작년이었다. 이제는 '취업이 힘들다' '취업해도 힘들다'가 주요 고민토로의 대상이다. 작년과 달리 고민을 들은 이가 크게 할 말이 없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힘들겠다"하는 동정(?)의 마음은 드는데, 현실이 이래저래 각박하다 보니 그렇게 공감한다 한들 딱히 전해줄 말이 없다. 슬프다. 그나마 힘든 사람들끼리 자주 만나서 넉두리 늘어 놓는 재미라도 있으면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을 더 척박하다. 자주 만날 기회가 없어서다. 다들 나름의 사정이 있어서 바쁘니까. 


사람들한테 참 고맙다. 저들은 그토록 힘들어 하면서 내게는 "축하한다"면서 진심으로 기뻐해 준다. 이미 취업한 이들은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거에요"라며 겁을 줄만도 한데, 그러는 사람 하나가 없다. 되레 나더러 "쌤은 분명 잘할 거에요"하며 힘을 보태준다. 나 스스로도 이처럼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더욱 고맙, 감사하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 기대해 본다. 짧은 시일 내에는 불가하겠지만, 사회생활 하다보면 시간이 빨리 간다 하니 괜찮을 듯싶다. 금방 또 만나는 그런 느낌으로 언젠가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다들 제발, 부디 좀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러고 보면 야학에서 배운 점 한 가지가 이건 거 같다. 사실 아무리 친한 친구더라도, 그들의 성공을 내 성공처럼 기뻐해주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 나는 잘 안 풀리는 와중에 그러하다면. 그런데 야학 교사들에 대해선 많이 다르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누구 하나 빠짐 없이 진심으로 잘 되길 바란다. 비록 나는 뜻대로 잘 안 풀린다고 해도 그들은 꼭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진심어린 마음을 야학에서 배웠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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