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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에 설치된 장애인 이동시설인 리프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프트를 폐쇄하고 대신 승강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리프트 폐쇄를 둘러싼 법적공방이 예고 돼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 장애인 사망에 이르게 한 지하철 리프트…계단과 거리 불과 90㎝

지난해 10월20일 척추장애가 있는 A씨(63ㆍ남)는 오전 10시쯤 재활치료 병원을 가기 위해 신길역 5호선 환승통로 계단 앞에 섰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이곳에서 그는 호출벨로 역무원을 부르려고 했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A씨는 왼손을 사용할 수 없는데, 호출벨이 그가 가려는 방향 왼편에 있었던 것. 그는 어쩔 수 없이 휠체어를 뒤로 돌린 후 호출벨을 눌렀다. 그 과정에서 휠체어 뒷바퀴가 계단 밑으로 구르면서 10여m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A씨는 이 사고로 머리에 심각한 외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갔다. 두개골 수술을 해야 할만큼 크게 다쳤다. 3개월간 의식불명 상태로 침상에 누워있던 그는 지난 1월 끝내 숨졌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애인연대) 등의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이 사고의 원인을 지하철역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리프트 호출벨의 위치가 잘못 설계됐다는 것이다. 사고가 난 신길역의 호출벨과 계단 사이 거리는 약 90㎝에 불과하다. 계단의 높이는 12m에 달하고 경사도 가파라 휠체어를 조금만 잘못 움직여도 추락할 수 있다. 장애인들이 모든 역사의 승강기 설치를 요구하는 이유다. 


◇ 법안 마련에 인권위 권고까지 있었지만 ‘지지부진’


지하철역 리프트의 안전성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발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이 역에서는 리프트 와이어가 끊어져 장애인 1명이 추락해 사망하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이런 사고는 이후에도 이어져 2002년 발산역, 2008년 화서역에서 리프트 사고로 장애인들이 숨졌다. 

이에 제도 개선을 통한 해결책 마련을 모색하기도 했다. 2005년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5개년 계획에 따라 전국적으로 지하철 승강기 설치를 확대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2011년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하철 리프트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승강기 설치를 권고를 한 바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1~8호선 277개의 역사 가운데 아직까지 승강장으로 연결되는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모두 27곳에 이른다. 더욱이 많은 역들이 신길역처럼 가파른 계단과 리프트 호출기가 인접해 있어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향후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메트로는 모든 역에 승강기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일부 역은 지형구조상 문제가 있다. 또한 예산 확보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종로3가역(5호선) 등 오래전 지어진 역사들은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설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사고가 발생한 신길역 5호선에 대해서는 “내년 말까지 경사형 승강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리프트 대신 승강기 설치 의무화 가능할까

장애인들은 지하철을 탈 때마다 “목숨 걸고 탄다”고 말한다. 신길역 사고처럼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발생하는 불상사도 있지만, 오이도역 사고처럼 이용 중에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장애인들은 모든 승강장의 승강기 설치가 절실하다. 

장애인연대는 현재 리프트 폐쇄를 요구하는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리프트를 편의시설로 볼 수 없다는 게 요지다. 리프트가 폐쇄된다면 승강기 설치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법적공방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률지원을 맡기로 한 이태영(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리프트 페쇄로 인해 승강기 설치 의무화가 법제화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도 “다만 리프트 폐쇄의 대안으로 승강기 설치를 요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성연 장애인연대 사무국장은 “리프트는 계단과의 거리를 고려한 규정마저 없는 현실로 실제 사고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편의시설로 볼 수 없는 리프트를 폐쇄하고 승강기 설치가 의무화되는 단계까지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연대와 이태영 변호사 등은 서울 메트로를 상대로 A씨의 신길역 사고와 관련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변호사는 “당초 차별구제청구소송과 함께 진행하려 했으나 A씨의 사망으로 손배소를 먼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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