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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CJ오쇼핑 등 기업들 새 사옥 '새집증후군' 논란 
수 천명 이용해도 민간시설은 실내공기질검사 의무 대상 아냐
관련법 등 제도 허점…"실내 공기질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


최근 일부 대기업들이 업무공간(사옥)을 신축 또는 리모델링하면서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을 유발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CJ오쇼핑 등은 지난해 말 각각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새사옥으로 입주한 뒤 직원들 가운데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건강 이상을 호소한 이들이 있어 논란이 됐다. 기업들은 입주 연기, 재택근무 등을 조치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대형 사옥의 새집증후군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법에 따르면 일반 건물인 사옥은 수천여 명이 밀집한 규모라도 실내공기질 검사를 의무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 가렵고, 눈 따갑고…“분명 새집증후군인데”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 새사옥. 지난해 11월 새집증후군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당시 서울 청계천로에서 이곳으로 사옥을 옮긴 아모레퍼시픽은 직원들이 새집증후군을 호소하면서 전직원 입주 날짜를 예정보다 3주가량 늦췄다.

현재는 입주 후 2개월 가량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불편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24일 가족들과 함께 아모레퍼시픽 새 사옥을 방문한 우모(30대)씨는 건물 안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는 "실내에 들어선 순간 굉장히 갑갑하고 눈이 따가웠다"면서 "시설도 잘 돼 있고 깨끗해서 또 오고 싶지만 눈도 아프고 아이가 있어서 당분간은 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는 온라인상에서도 나온다. 지난 달 25일 아모레퍼시픽 사옥을 방문했다는 한 네티즌은 블로그에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갔다가 새집증후군 때문에 후식도 못먹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린포스트코리아>와 인터뷰에서 "원래 눈과 호흡기가 약한 편인데 아모레퍼시픽 건물에 들어가자마자 갑갑했다"고 털어놨다. 

실제 건물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느낌도 마찬가지다. 해당 사옥에서 입주 초반부터 일했다는 한 직원은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아졌다"면서도 "다만 몇몇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은 지금도 가려움증 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다른 업체들도 해당 건물의 입주를 꺼리는 모습이다. 일찍이 이곳에 입주하려던 한 업체는 건물 내 나쁜 대기질 때문에 이전을 일정 기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사옥의 새집증후군 문제는 비단 아모레퍼시픽만의 사례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리모델링을 마친 CJ오쇼핑 사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일한 직원들이 새집증후군에 따른 건강이상을 호소한 것. 당시 한 커뮤니티 어플에서는 급하게 진행된 리모델링에 대한 비판과 가임기 여성의 건강 등을 우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실제 '새집증후군'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임종한 인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새집증후군은 총휘발성유기화합물에 따른 것으로 유해물질인 폼알데하이드와 벤젠 등을 유발한다"면서 "여기에 노출되면 유아는 피부염과 비염 및 천식 등에 걸릴 수 있고, 성인은 천식과 호흡기질환 등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사옥 내 공기질 입증 못해… 제도상 허점이 원인 

새집증후군 때문에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은 그러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측은 새 사옥 입주 초반에는 새집증후군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전 직원이 용산 사옥으로 이전했는데, 새집증후군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사옥에서 일하는 사람이 3000명가량 된다. '개인차'라는 게 있기 때문에 증상을 느끼는 일부 입장까지 고려할 수는 없다"면서 "실내 공기질 검사결과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이 기준치 이하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CJ오쇼핑도 비슷한 입장이다. CJ오쇼핑은 논란이 있던 당시 직원들로 하여금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공기청정기 등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새집증후군 케어 서비스'를 진행한 뒤 인체에 위해한 물질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두 사례 모두 실내공기질 검사결과 문제가 없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새집증후군의 원인이 되는 물질의 구체적인 검출량은 두 기업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두 기업이 이 같이 대응할 수 있는 이유는 제도상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실내공기질 관리법 시행규칙 제7조 등에 따르면 실내공기질을 측정하고, 측정결과를 지자체장 등에게 보고해야 하는 대상이 '100세대를 초과하는 신축공동주택'으로 한정돼 있다.

다시 말해 100세대를 초과하는 신축공동주택이 아니면 수 천명이 이용하는 대형 신축 사옥이라도 입주하기 전 실내공기질을 측정해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아모레퍼시픽과 CJ오쇼핑의 사옥 역시 일반건축물이기에 실내공기질 검사가 필수가 아니고, 자연히 그 결과 또한 공개할 의무가 없다.  

이 같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새집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어도 해당 기업은 한결같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새사옥이 위치한 용산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전에 실내공기질을 측정해서 입주민을 들이는 절차를 밟는 건 100세대 이상의 신축공동주택 뿐"이라며 "일반 건물에 해당하는 아모레퍼시픽 실내공기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지자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지자체 담당자는 "실내 공기와 관련한 법은 현재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며 "개정안이 발의된 법들도 대부분 친환경 소재 등 건축자재나 오염물질 배출 감소화 등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외 미세먼지가 공론화된지 얼마 안 됐지만, 이젠 실내 공기질에 관한 규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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