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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정기국회가 문을 연 가운데 아파트 후분양제를 다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시공한 아파트 중 적잖은 곳에서 과장광고 및 하자 사례가 발생해서다. 60%인 공정률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 28일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제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아파트 분양은 공사가 60% 이상 진행돼야 가능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지은 아파트는 의무이고, 민간 건설사는 후분양시 인센티브를 받는다.

◇ 과장광고에 하자까지…‘반복되는 대림산업 사기분양 논란’

지난 4일 대림산업이 시공한 경기 용인 소재 ‘e편한 한숲시티’ 아파트에서 승강기가 이동 중 멈추는 사고가 발생했다. CCTV 확인 결과 승강기가 일시 정지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당시 그 안에 타고 있던 입주민은 “분명 추락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이 사고는 입주민들 사이에서 크게 회자됐다. 승강기가 ‘덜컹’하고 멈춘 현상을 겪은 이들이 한 둘에 그치기 않았기 때문이다. 한 입주민은 “같은 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많다”며 “수리를 요청하자 업체측이 전문용어를 많이 쓴 탓에 이해도 못한 채 넘어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숲시티 입주민들의 하자 관련 불만은 다른 곳보다 유난히 크다. 단지 인프라가 견본주택서 홍보됐던 내용과 상당수 다른데다("우리는 대림산업에 사기분양 당했다"<그린포스트코리아>4월29일 보도), 지난 6월 첫 입주 이래 신고된 하자만 약 900건에 달한다.

한숲시티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승강기는 입주 초반부터 특히 문제가 돼 눈 여겨 봤는데, 투입된 기술 특성상 추후 개선도 어려워 보인다”며 “게다가 대림이 일부 단지는 베란다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지 않는 구조로 지어 이사할 때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프라만 하더라도 그렇다. 입주 후 약 3개월이 지났지만 중·고교와 도로 및 행정시설 등 약속된 시설이 전부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들어선 초등학교는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아직도 개교를 못했다. 학부모들은 황당해하면서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이에 대해 “학교 등 인프라 조성은 지자체 등과의 협의로 이뤄질 사항이며 홍보 당시에도 확정됐다고 한 적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하자에 대해서는 “확인된 사항은 최선을 다해 보수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린포스트코리아>가 입수한 한숲시티 견본주택 홍보 직원들의 교육용 자료는 조금 다르다. 자료는 ‘단지 내 초교 2개, 중고교 부지 조성 및 유치’ ‘계획인구 2만여명이 이용할 행정시설 유치’ 계획이 명시돼 있다. 다만 하단 구석에 ‘매우 작은’ 글씨로 “용인시 협의로 변경될 수 있다”고도 적혀 있다.

한숲시티 입주민들은 해당 시설들이 갖춰질 것으로 알고 분양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 입주해서 보니 사실과 달랐으며, 현재 한숲시티 홈페이지에도 이 시설들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있는 상태다. 대림산업의 ‘꼼수’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 대림산업뿐일까? “후분양제 기준 강화…제도 취지 살려야”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전국 각지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GS건설의 경우 포항자이와 김해 율하 자이힐스테이트 등에서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역시 대림산업과 유사한 사례로 각각 하자와 허위 및 과장광고다.

청약 당시 최고 경쟁률 106대 1을 기록한 포항자이는 지난 7월 진행된 입주자 사전점검에서 타일파손, 누수 등 갖은 하자가 발견됐다. 입주예정자들은 GS건설에 보수를 요구하며 집회까지 열었다. GS건설은 이례적으로 2번씩이나 사전점검을 마친 뒤에야 임시사용 승인을 받았다.

율하 자이힐스테이트는 광고와 다른 외벽 마감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견본주택에 전시된 모형은 전면·측면·후면부가 석재 시공으로 표현됐지만, GS건설이 뒤늦게 전면·측면만 석재 시공했다는 입장이다. GS건설은 원래 계획대로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5년 동안 하자·보수와 관련된 소송만 7건 당했다. 소송가액이 200억원을 넘긴다. 시공능력 최상위권이라지만 부실시공에 관한 갈등도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최근 지어졌거나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논란을 야기하자 후분양제 재손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더라도 각종 하자와 입주자들의 오해를 부르는 허위광고의 폐해를 막으려면 현행 후분양제의 공정률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금의 후분양제가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라는 제도의 도입취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공사가 60% 진행된 단계에서 수요자가 파악 가능한 사항은 건물의 골격과 동 간격 정도에 그친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입주민 피해는 공사가 60% 진행된 시점에서 확인이 불가능하다.

GS건설이 지은 율하 자이힐스테이트 입주 예정자는 지난 6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시공사가 광고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소비자에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는 후분양제를 도입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청원은 약 800명의 동의를 얻었다.

◇ “80%까지 강화는 충분히 가능”

물론 후분양제 공정률 기준 강화를 두고 일각에서는 소비자가 되레 입을 피해를 걱정하기도 한다. 건설사 금융비용 증가가 수요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중견·중소 건설업체의 도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국내 아파트 가격은 건설 원가보다 시세를 따르는 게 보통이란 것이다. 또 최근 분양원가 공개여부가 화두인데, 이 역시 집값잡기 일환으로 거론되는 만큼 그와 맞물리더라도 수요자의 비용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이와 함께 중견·중소 건설업체에 오히려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형 건설사가 브랜드를 내세워 대대적인 광고를 하고, 이는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후분양제가 중대형 건설사 간의 품질과 가격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후분양제에서 자금조달이 걱정되는 건설업체는 PF(project Financing)제도 등을 통해 충분히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아울러 경쟁력 없이 무늬만 건설사로 분양하던 부실 업체의 퇴출 효과도 기대해 볼만 하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 부장은 “완공 후 분양까지는 시일이 조금 걸리더라도 8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은 현재로서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는 참여정부 때부터 상당수의 학계·전문가들이 제도도입 취지를 반영해 검토를 마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LH의 시범사업 사례를 보면 후분양제 후 집값 상승은 0%대고, 현재도 입주자 다수가 중도금 이자를 납부하고 있기에 후분양제가 수요자 부담을 늘리진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선분양으로 인한 투기수요 상승과 과도한 전매의 부작용을 해소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서울을 중심으로 최근 부동산 투기가 다시 기승을 부리자 정부는 조만간 종합부동산세 추가 강화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국회에서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갈등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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