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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입가경된 '흑산공항' 논란…결론 언제 날까
    기사 모음 2018. 9. 22. 09:39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전남 신안군 소재 흑산도의 공항건설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제124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흑산공항 신설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계획 변경안’을 심의했지만, 10시간가량의 논의를 거치고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내달 5일 이전에 논의가 재차 이뤄질 예정이지만 가부결정을 내리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지난 심의 때만 하더라도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진 데다, 환경부 관계자가 ‘차관이 감금됐다’며 경찰을 부르는 소동까지 빚어졌다. 이처럼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 “경제성·주민 이동권” vs “환경·생태보전”

    흑산공항 건설사업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처음 거론됐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추진하던 정부가 국립공원 내 소규모 공항건설을 가능토록 하면서다. 이후 국토교통부가 2015년 관련 기본계획을 수립, 흑산공항 건설은 예비타당성 조사와 전략환경영향평가 등을 거쳐 2016년 11월 처음 국립공원위원회에 상정돼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공항건설 여부를 결정할 국립공원위원회가 2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공항건설을 추진 중인 국토부 등 정부측 위원들과 그에 반대하는 위촉직으로 구성된 민간위원들은 첨예한 입장차만 계속 확인하고 있다. 이견의 핵심은 경제성 및 주민들의 이동권과 환경성이다.

    국토부와 신안군은 경제성을 들어 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주장한다. 흑산공항은 건설되면 54만7646㎡ 부지에 길이 1.16㎞, 폭 30m 규모를 갖출 전망이다. 50인승 소형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소규모다. 하지만 이 공항으로 하여금 전국은 1시간 안에 흑산도에 닿을 수 있다. 현재 서울에서 흑산도까지의 이동 소요시간은 빨라도 5시간 정도다.

    환경단체 등 사업추진 철회를 주장하는 쪽은 생태보전을 명분으로 내세운다. 특히 흑산도는 동아시아권 철새의 75%가 머무르는 곳이며, 서해안 철새 이동 경로의 주요 통과지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들은 흑산공항이 들어서면 철새 서식지가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갈등은 공전을 거듭했다. 신안군은 환경단체 주장을 반영해 섬 곳곳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총 2만3500㎡ 규모의 대체서식지 6곳을 지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 논란을 야기했다. 국토부 고시에 따르면 공항 반경 8㎞ 내에는 조류보호구역을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무엇이 사람을 위한 것인가’하는 논의도 개입이 돼 있다. 흑산도 주민들의 이동권과 항공편 이용자들의 안전을 두고서다. 공항 건설 찬성쪽은 흑산도의 여객선 결항률이 11.4%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주민 이동권 보장을 말한다. 반면 환경단체쪽은 항공기 이착륙 시 버드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인한 승객 안전 위협을 주장한다.


    ◇ 파행 거듭…추후 논의도 불투명

    지난 19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태영빌딩 회의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가 124차 회의를 열었다. 국토부 서울지방항공청이 흑산공항을 건설하기 위해 제출한 국립공원계획 변경안을 심의하는 자리였다. 수년째 제자리를 걸음 중인 사안인 만큼 회의는 치열한 논의와 함께 10시간 넘게 이어졌다.

    국토부 등 정부 측 위원들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니 심의를 2개월 정도 연기하자”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 민간위원들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며 날을 세웠다. 이에 박우량 신안군수가 박천규 환경부 차관에게 면담을 요청, 둘 사이에 독대가 이뤄진 가운데 잠겨진 문을 확인한 환경부 관계자가 “차관이 감금됐다”며 경찰을 부른 일도 벌어졌다.

    이날 회의는 그렇게 끝났다. 본안건을 다루지도 못했고, 가결·부결·연기 중 아무것도 결론짓지 못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국립공원관리공단 서울사무소 앞에서 장외투쟁을 벌여 “흑산공항 건설 조속히 추진하라”고 외쳤던 흑산도 주민들은 이번에도 그냥 돌아가야 했다. 이는 피켓을 들고 부결을 주장하며 맞불을 놓았던 환경단체도 마찬가지다.

    국립공원위원회는 내달 5일 이전에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하지만 결론이 날 것이라는 시각은 극히 드물다. 박 차관도 “환경부 요청에 따라 서울지방항공청은 생태계 보전을 감안한 보완된 계획안을 11월까지 제출하기로 했다"면서도 “추후 논의를 다시 진행하겠지만 보완 여부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측이 심의를 연기하려는 이유가 곧 있을 추가 개각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환경단체 출신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물러난 뒤에 추가 논의를 벌이고, 재심의를 통해 흑산공항 건설을 추진할 계획이란 것이다. 실제로 김 장관은 설악산 케이블카와 함께 흑산공항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반대의 뜻을 밝혀왔다.

    한편, 1981년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흑산도에는 현재 2022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들은 공항건설에 대체로 찬성하는 뜻을 내비치고 있으나,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어떤 결정이 나와도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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