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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체·외모만 따지는 채용조건…서러운 비서지망생들
    기사 모음 2018. 9. 29. 12:16

    *제보를 받습니다. 비서 및 기타 사원으로 근무하며 갑질 등을 당한 사례를 일러주세요. 취업 준비생들의 이야기도 좋습니다. 익명 보장됩니다. (chesco12@greenpost.kr) 

    치킨 프랜차이즈 ‘제네시스BBQ’(이하 BBQ)가 지난 5년 동안 윤홍근 회장의 비서를 채용할 때마다 여성 지원자의 신체조건 등 외모 기준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그린포스트코리아>는 BBQ가 올해 초여름께 윤 회장 비서를 채용하면서 ‘키 165㎝ 이상의 이영애 닮은 외모’를 지원자격으로 내세운 점을 지적한 바 있다.('갑질 논란' BBQ '황당한' 비서 채용기준…"키 165㎝ 넘는 이영애?" <그린포스트코리아> 8월 7일 보도)

    당시 BBQ는 이를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BBQ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원자의 외모 등을 채용기준으로 삼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보도 이후 전현직 비서 및 비서지망생들은 "BBQ의 채용기준에 문제가 있던 게 사실"이라며 재차 반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BBQ보다 심한 곳도 많다”며 비서업계에 만연해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29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BBQ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윤 회장 비서를 모집하면서 줄곧 여성 지원자의 외모 등을 채용기준으로 삼아 왔다. 이는 BBQ의 채용공고문을 통해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각 대학교 홈페이지와 채용사이트에 게재된 채용공고문과 비서지망생들에 전달된 내용을 살펴보면 ‘단아한 스타일’ ‘아나운서 스타일’ 등의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BBQ는 2013년 모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아나운서 느낌의 단정한 이미지’ 여성 지원자를 찾았다. 해당 채용공고문은 비서지망생들이 주로 모이는 커뮤니티에도 올라갔다. 당시 모 대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온 채용공고문에서는 ‘단아한 스타일의 외모’를 선호한다고 명시했다.

    BBQ는 이듬해인 2014년에는 영어통번역비서 모집을 진행했다. 주요 업무는 연설문 및 보도자료 번역으로 성별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었지만, 이 역시 여성우대를 공지했다. 그러면서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를 기입하도록 했다.

    이어 2016년에는 윤 회장 비서를 뽑으며 ‘항공운항과 출신만 지원 가능’하다고 제한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채용대행 업체를 통해 ‘키 165㎝ 이상의 이영애 닮은 외모’를 채용 조건으로 제시했다.

    복수의 비서지망생들은 “BBQ에만 유일하게 전신 프로필 사진을 첨부한 포트폴리오를 제출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한 지원자는 “채용공고부터 외모기준을 제시한 상황에서 사진까지 전신을 요구해 불쾌했지만 당장 취업이 급해 지원했었다”고 말했다.

    비서지망생들이 과거 사례까지 들춰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런 사례가 비단 BBQ에만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는 비서직에 대한 부적절한 편견이 성희롱 등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까지 비서를 꿈꿨던 김모(28)씨는 “비서란 꿈을 오래 간직해 왔지만, 갖은 부조리에 회의감을 느꼈다”며 자신이 그동안 겪은 경험담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태영건설의 재작년 비서 채용공고문을 지적했다. 공고문에는 '31세 이하 여성근로자 선호' '이화여대, 숙명여대 비서학과 출신 우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같은 해 다른 태영건설 채용공고문은 '비서과, 항공운항과, 호텔경영과 우대'라고 명시돼 있었다.

    또 다른 사례로 해충방제 전문기업 세스코는 2014~2015년 기간 여러 채용대행업체를 통해 '22~27세의 여성' '키 159~164㎝'의 후보자를 요구했다. 그중 한 채용대행사는 지원자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며 "대표이사님이 키가 작으셔서…"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김씨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몇몇 기업들은 비서를 마치 얼굴마담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문제는 현재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기업의 사례는 과거에 있었던 일이지만 모두 위법사항에 해당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남녀고용평등법 7조 등에 따라 학과 기준은 물론 직무와 무관한 신체조건을 채용공고에 명시해선 안 된다”며 “노동관계법의 경우 통상적으로 5년을 유효기간으로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감독관이 케이스를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불법이라고 판단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돼 있다”면서 “민간 채용대행업체 또한 직업고용안정법에 따라 법률을 준수하게 돼 있기에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씨의 말처럼 비서들이 입사 전부터 이후까지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일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비서지망생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관련 글이 올라왔다. 수도권의 한 중소기업에서 면접을 본 글쓴이는 “기업 대표가 안희정과 그의 비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며 “그러더니 비서는 그런 성(性)적인 것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기에 무척 화가 났지만 참았다”고 밝혔다.

    현직 비서와 지망생들은 '더 심한' 경우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 비서 지원자는 “여의도 소재 증권회사는 최근 면접 때 ‘비서는 하는 일 없고 남직원들한테 예쁘게 웃어주고 말 한마디씩 건네주면 된다’고 업무를 소개했다”면서 “또 다른 기업은 비서를 ‘마담’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서 본연의 업무는 임원 등의 일정 관리를 비롯한 업무지원이지만 이를 무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비서란 직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올바른 방향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지영 한국여성민우회(노동팀) 활동가는 이와 관련해 “실제로 ‘적극성’ 등을 명분으로 항공과와 같은 특정 학과를 우대하는 기업들이 여럿 있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편법까지 엄격하게 관리·감독해야 하지만 현실은 적발실태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처벌 수위도 몇 차례의 경고와 벌금 소액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아 문제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부조리를 막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사전 방지책과 강화된 제재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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