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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감 앞둔 석포제련소…"환경부가 갈등 매듭지어야"
    기사 모음 2018. 10. 10. 10:59

    환경문제는 정치·경제상황과 관계없이 국제사회가 동일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사안이다. 개인과 사회의 생명 및 건강 등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불거지는 환경문제 중 상당수는 정치와 밀접해 매우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영풍그룹의 석포제련소 논란이다. 경북 봉화군에 소재한 석포제련소는 환경오염 여부 및 기여도를 두고 수년째 사회적 갈등을 빚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의 지적으로 정부까지 나서 조사를 벌였지만, 그것마저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며 갈등만 키웠다.

    그런 석포제련소가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서 또 다뤄질 전망이다. 이강인 영풍그룹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참고인으로 나온다. 이번에야말로 정치가 아닌 사실에 기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정부 못 믿는다’는 환경단체…진실공방 아닌 힘겨루기

    영풍은 국감과 친하다. 2014년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석포제련소가 지역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지적하면서 국감에 처음 나온 영풍은 그후 단골 피감기업이 됐다. 문제는 국감이 매번 문제해결의 열쇠가 되지 못하고, 각종 논란과 갈등만 확산시켰다는 점이다.

    석포제련소에 대한 첫 국감 이후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2015~2016년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를 벌였다. 석포제련소 반경 4㎞ 구역 내 농경지와 학교용지 448지점에서 토양 시료 1058개 시료를 채취해 토양오염기준 등을 분석했다.

    조사결과 344개 지점 659개의 시료가 토양오염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오염항목은 비소와 아연이었다. 그러나 기준초과토양총량의 약 90%는 지질 등 자연적 원인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다시 말해 환경이 오염된 건 사실이나, 그에 대한 석포제련소의 기여도는 10% 수준이란 뜻이다.

    영풍은 당시 자신들의 잘못은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장 주변 식생태가 훼손됨에 따라 토사 유실이 우려되는 산지를 복구하기 위해 30억원을 들여 사방공사 및 녹화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돼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다.

    석포제련소 주변 지역 환경영향조사도 이뤄졌다. 주변 반경 20㎞ 이내 권역을 조사한 한국광해관리공단은 “하천수 일부 구간에서 건기에 카드뮴이 미량 상승하는 것을 제외하면 모두 기준치 이내로 양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농산물 안정성 조사에 나선 농림축산식품부도 “제련소 반경 2㎞ 이내 37개 필지의 배추, 양파 등 37개 품목에 대해 조사했다”며 “그 결과 납, 카드뮴 수치가 전부 기준치 이내로 양호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발표는 그러나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환경단체들은 해당 조사를 '부실'로 규정하며 결과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대기질 실측조사가 여름과 겨울철에 이뤄지지 않았고, 대기오염 시료채취 지점이 부족했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이처럼 논란을 매듭짓기 위해 벌인 정부조사는 오히려 새로운 싸움의 시작을 알렸다. 이런 탓에 진실은 가려지고 '기업 봐주기'냐 '생떼쓰기'냐는 식의 프레임이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 정부도 불신하는 정부조사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환경부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권이 교체되면 관련 사안에 대한 기조도 쉽게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분배문제를 다루는 정치·경제가 철학이나 신념 등을 중시하는 것과 비교해 환경문제는 객관적 현황 등에 입각한 대응이 더욱 요구되지만 현실을 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환경단체 출신인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석포제련소로서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김 장관 취임 후 환경부는 ‘안동댐 상류 환경 관리 협의회’를 설립했다. 민·관이 함께 석포제련소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이는 환경단체의 주장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안동댐과 석포제련소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가 이뤄진 바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12년 ‘분석과학지’에 논문을 게재하며 안동댐과 석포제련소가 관계가 없다고 밝혔었다. 결국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인데 정부기관의 조사를 정부가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모습에 환경 업계에서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곳 관계자들은 정부가 환경문제를 좌우로 나눠 제 입맛에 맞게 해결하려 한다고 불평한다. 이 때문에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해서는 영풍을 옹호하자니 환경부에 찍히거나 환경단체의 항의를 받을까 두렵고, 환경부를 지지하자니 이유도 없이 좌파로 낙인찍힐까 겁나 아무런 말도 못한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 “환경부는 답을 알고 있지 않나”

    석포제련소 논란을 지켜보는 이들이 속을 끓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환경부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환경단체의 입김에 너무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이러한 지적은 지난해 9월 환경부의 입법예고에서 비롯됐다. 당시 환경부는 ‘토양환경보전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적극적 정화가 곤란한 부지(정화곤란 부지)를 위해성평가 대상에 추가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정화곤란 부지는 도로, 철도, 공장처럼 부수거나 옮기기 힘든 시설의 땅을 말한다.

    이 개정안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위해성평가 대상에 추가되면 ‘적극적’ 토양정화보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토양정화를 할 수 있는데, 환경단체는 이를 ‘영풍 밀어주기 법’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의 소극적인 토양정화를 허가하려고 만든 개정안 아니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위해성평가 대상이 되면 ‘토양세척법’ 외 다른 공법으로도 토양정화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토양세척법은 오염된 땅의 시설을 부순 뒤 오염토 등을 세척용액으로 씻어내는 공법이다. 환경단체가 석포제련소에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환경부는 개정안을 통해 일반 공장을 정화곤란 부지에 포함시키려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과 함께 결국 없던 일로 되돌렸다. 이에 따라 여전히 공장을 둔 기업들은 토양오염 문제가 불거질 시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산업시설을 부수고 토양을 갈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막대한 예산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환경부는 지난 5월 법률개정을 다시 시도했다. 1억원 규모의 ‘토양환경보전법 체계 개선 연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현행 토양오염 관리체계의 경직성 해소 및 하위법령의 위해성평가제도 안전장치 마련을 추진 배경으로 명시했다. 위해성평가제도의 안전장치 마련은 ‘위해성평가대상 및 대상물질, 검증기관 등’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약 한 달 만에 무산됐다. 역시 환경단체 등의 반대 때문이었다. 환경업계 관계자들은 “앞서 추진했던 제도개선을 1억원씩이나 들여서 다시 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환경부 스스로 현행법의 잘못된 점을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더한 문제는 환경부가 고집하는 토양세척법이 불완전한 공법이라는 데 있다. 토양의 오염원과 상태 등에 따라 그에 걸맞은 공법은 따로 있기 마련이다. 토양세척법은 생물학적 분해가 어려운 중금속 등의 처리가 용이하다. 그렇지만 오염물질이 복합적으로 존재할 경우에는 적정한 세척제의 선정이 어렵고, 세척제가 또 다른 오염을 일으킬 우려도 따른다.

    토양세척법 외 공법으로는 △토양경작법 △퇴비화법 △용제추출법 △고형화·안정화법 △동전기법 등이 다수 존재한다.

    석포제련소가 오염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기관의 감시 아래 여럿의 정화공법들 중 적합한 것을 선택하면 해결이 쉬워진다는 게 업계의 여론이다. 결국 환경부가 앞서 개정안을 추진했듯, 소신을 갖고 접근한다면 석포제련소를 비롯한 각종 토양오염 문제를 풀기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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