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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 있으면 뭐하나요. 정부가 관심 없는데…"
    기사 모음 2018. 10. 24. 10:24

    수도권의 한 생분해 원료 공급업체는 생분해도를 획기적으로 높인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해당 제품을 시중에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 업체 대표는 “시장도, 판로도 너무 적다”며 “반환경적인 플라스틱의 대체재지만 규제가 너무 많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생분해성 판재 제조업체는 새로운 제품을 만들었으나 환경표지 인증마크를 획득하지 못했다. 국내 생분해도 인증기관이 단 한 곳에 불과한 탓에 대기 기간 자체도 길지만, 인증기관이 실험 설비 고장 등을 이유로 결과 통지 시점을 더 연기했기 때문이다. 업체 대표는 “이런 무책임한 태도가 어딨느냐”며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유럽 등 선진국은 환경오염 주범인 플라스틱과 전쟁을 벌이며 생분해성 플라스틱 확대에 열을 올리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만 정책 뒷받침 없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라며 기술·제품이 뛰어나도 소용없는 현실을 하소연한다.

    정부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무관심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란 게 이들의 중론이다. 환경부는 일반 플라스틱에 대해 강하게 규제하지만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생산 및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에도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시장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부가 환경정책을 일회용으로 편다”면서 2003년 당시 사례를 언급했다. 그 시기 환경부는 세계 7번째로 생분해성 합성수지 상용화를 추진했다. 그러면서 생분해성 합성수지 생산기업간 경쟁으로 기술혁신을 이뤄 세계적인 환경기술 개발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같은 계획은 정권교체와 함께 흐지부지됐다. 이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은커녕 시장확대를 위한 유인책도 하나 없었다”며 “해외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확대는 물론 규제완화 등으로 친환경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데 우리나라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실제로 해외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 생산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거나 관련 시장 확대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 사례가 많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기업에 추후 인센티브를 부여할 예정이다. 일본은 우선 일부 지역에 한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포함하는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경우 시장 확대에 앞서 제품 출시부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생분해성 제품으로 인증받기가 여러 이유로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 업계가 한목소리로 비판하는 것은 실험기관이 단 한 곳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생분해성 제품 제조업체 관계자는 “생산제품에 대해 환경표지 인증을 받기 위해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인증을 신청, 그 과정에서 생분해도를 측정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관련 실험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원에 의뢰했으나 설비가 고장났다더라”며 “이를 실험하는 기관이 한 곳뿐이고, 그마저도 설비 고장으로 안 된다 하니 황당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PLA(Poly Latic Acide)원료로 일회용 용기 및 식품포장 용기의 판재를 제작하는 이 업체는 그로 인해 3개월이 넘도록 인증도 못 받은 채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PLA는 옥수수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로, 아기가 입에 물어도 안전하다. 사용 중에는 재래식 플라스틱과 같은 특징을 보이지만 폐기시 미생물에 의해 100% 생분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증절차로 인한 문제는 또 있다. 또 다른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는 국제사회에서 생분해성 원료임을 인증받고 이를 국내에 들여왔지만, 국내에서 다시 거금을 들여 인증을 받아야 한다며 난처해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다시 인증받을 생각을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기준만 같다면 해외의 인증서를 그대로 인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거금의 수수료를 내고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어쩔 수 없이 인증받기 위해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인증 관련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심사자는 외부용역 인력이더라”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업계는 이처럼 노후된 인증시스템은 물론 관련 법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환경부가 국내 생분해성 기술에 대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해 시장확대 등을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한 업체는 미세플라틱조차 남기지 않는 생분해성 기술을 개발했지만, 국제기준을 살짝 벗어났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채 기술만 손에 쥐고 있다. 국제기준은 6개월 안에 90%가 분해돼야 생분해 제품으로 인정하지만, 이 기업의 기술은 90% 분해까지 1년이 걸린다.

    해당 업체 대표는 “6개월이면 어떻고 1년이면 어떠냐”며 “명분보다는 실용적인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5년 이내에만 분해되면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본다는 법을 갖춘 곳도 있다”며 “환경부가 국제기준을 명분 삼아 생분해성 플라스틱 시장을 외면하지만, 실제 국내 업계의 기술 동향을 알고 있긴 하는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현재 기술 수준에 맞는 적절한 대응이 아쉽다는 뜻이다.

    환경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면적이 좁아 매립보다는 재활용을 주로 하는 우리나라 특성상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분리작업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잘 분리해서 매립만 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재활용을 할 때에는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할 말이 많은 모습이다. 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 대표는 “단편적인 시각에 불과하다”며 “유럽이 자신들의 환경에 맞춰 퇴비화 공장들을 다수 설치했듯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정말 대안으로 본다면 우리도 그를 분리하거나 매립할 수 있는 기반시설을 갖추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환경부의 관심과 장기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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