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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격경쟁력 확보는 정부의 몫"
    기사 모음 2018. 10. 26. 11:32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가격이 대체로 기존 플라스틱의 가격에 비해 크게 고가이므로 현시점에서는 가격경쟁력이 약하나…(중략) 머지않아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2002년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생분해성플라스틱’ 분석보고서 中)”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가격이 기존 플라스틱과 비슷해진다는 말은 십수 년째 ‘전망’으로 불린다. 하지만 당장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가격경쟁력 확보는 시급히 풀어야 할 숙제가 됐다. 과거에야 주목받는 ‘신기술’에 불과했던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이제는 지속가능한 사회 실현의 방안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다.

    일반 플라스틱과 비교해 5~10배 이상 비쌌던 10여년 전보다는 개선됐지만 아직도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재래식 플라스틱에 비해 1.5~3배가량 비싸다. 과거의 예상과 달리 생분해성 플라스틱 가격이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또 어떻게 하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을 통한 시장확대가 중요하다”고 진단한다.

    ◇ 원료 수입에 기술비용…시장 작아 '악순환'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시장의 논리로는 안 돼요. '누가 굳이 비싼 거 쓰냐'는 식으로 질문해선 안 된다는 뜻이죠. 규제와는 다른 맥락에서 일정 수준의 정부 개입이 필요한 이유가 그래서입니다. 가령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환경적 측면에서 기존 플라스틱의 대체재가 된다면 적어도 대체된 시장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때까지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죠.”

    생분해성플라스틱협의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환경친화적 사회조성을 위해 대체재로 떠오르는 상황이지만 비싼 가격이 시장확립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니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단 뜻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돌고 돈다. 제조비용이 더 들고, 공정도 새로우며 생산량이 적다 보니 공급량도 많지 않아 현실적으로 가격개선이 불가능하다. 이 같은 순환고리 중 하나를 끊어야 문제가 해결될 테지만, 무엇 하나 업계의 자체적인 힘으로 해결 가능한 사항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어떤 형태의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제조하던 ‘PLA(Polylatic Acid)’를 비롯한 대부분의 원료를 해외에서 들여와 쓰고 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옥수수 전분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생산한 미국 ‘카길’의 자회사 ‘네이처웍스’로부터 수입하는 량이 많다. 최초 원료인 옥수수 등을 우리가 직접 재배해 쓸 수도 있겠지만 이는 수량 부족으로 불가능하다.

    수입한 원료를 유리화할 때에도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 각 기업의 기술 수준마다 다르겠지만 기존 플라스틱의 강도를 따라가는 한편 특정 온도나 미생물 접촉 시 분해되도록 하려면 수차례 실험에서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이다. 또 6개월 안에 90%가량을 분해해야 한다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국제기준을 인증받는 데에 따르는 비용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를 성형하는 단계(실제 플라스틱 형태를 갖추는 작업)에서 애로(error)율이 재래식 플라스틱 공정 때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며 “업체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비싼 원료를 시장에 내놓을 때보다 많이 사용하게 되고, 장비도 더 가동하므로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가격경쟁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국내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주목받은 지가 10년을 넘겼지만 시장은 여전히 작다는 점이다. 수요가 적어 소품종 소량생산하는 현실에서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유통업계에 소위 ‘친환경 프리미엄’을 부여해 최종 판매단계에서 더한 가격상승을 부르는 요인으로도 지목된다.

    친환경 프리미엄이란 유통업체가 기존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교체하며 들인 비용보다 더한 가격을 판매가에 포함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한 도시락 업체가 포장재를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꿀 때 실제로는 300원을 더 지불했지만, 시장에 내놓으면서는 더 높은 금액을 붙여 판매하는 경우다.

    ◇ 정부가 나서야…'사회적 피해비용 친환경 지원비용으로' 

    이 같은 현실을 벗어나려면 정부의 지원을 통한 시장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업계 내 경쟁과 개별 업체의 대량생산을 가능케 해야 한다는 게 지적의 핵심이다. 이는 시장의 논리로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업계의 현실적 구조를 고려한 대안이다.

    물론 일각에선 특정 업계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불공적 시비를 낳을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하지만 재래식 플라스틱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 등을 감안하면 무리한 지원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플라스틱에 대한 소각과 매립비용을 생분해성 플라스틱에 대한 지원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가 나오는 이유는 그와 유사한 사례가 국내에도 있기 때문이다. 해양수산부가 시행 중인 ‘생분해성 어구 보급사업’이다. 해수부는 2003년부터 나일론 어구를 생분해성 어구로 대체해 이를 어민들에게 보급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나일론 어구가 일으키는 각종 해양환경 파괴를 방지하는 게 목적이다.

    구체적으로 기존 나일론 어구는 바다에 유실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럴 경우 나일론은 약 600년 간 바다에서 안 썩고 갖은 해양환경 파괴를 일으킨다. 반면 생분해성 어구는 2년쯤 지나면 썩기 시작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주인을 잃은 어구가 해양생물을 포획하는 ‘유령어업’도 개선할 수 있다.

    해수부는 생분해성 어구를 희망하는 어민들에게 해당 제품을 보급하고 있다. 기존 어구와 생분해성 어구 간 금액 차익분을 지원하는 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제품별 차액이 다르긴 하나 생분해성 어구가 비싼 건 동일하다”면서도 “기존 어구로 인한 피해비용을 고려해 해당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순 지원이 끝이어선 안 된다는 조언도 많다. 이들은 생분해성 제품을 시장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정보를 제공하고, 전환을 유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해수부의 생분해성 어구 보급사업만 보더라도 시행취지와 달리 실제 보급률은 높지 않아 늘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는 굳이 같은 비용으로 낯선 생분해성 어구를 쓰려는 어민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 지원 대신 합성수지 플라스틱으로 인한 환경 훼손 패널티를 강화하는 방식도 방안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미국 뉴욕 시의회는 지난 5월 말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업소에 100달러(약 10만8000원)의 벌금을 물리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플라스틱을 억제함으로써 종이나 생분해성 제품으로 대체할 것을 유도한 조치다.

    현재 국내에서 상용화된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의 90% 이상은 농업용 멀칭필름과 일회용 식탁보 정도다. 그마저도 멀칭필름은 가격이 일반 비닐보다 3~3.5배 비싸다. 친환경적인 처리가 가능함에도 불구 수요가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따른 현상이다. 국회는 현재 이를 보완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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