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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런~ 환경법!] 분명 피해는 봤는데…손해액 어떻게 책정?
    기사 모음 2018. 12. 11. 11:06
    ‘환경쿠즈네츠 곡선’이란 게 있다. ‘∩’자 모양으로 생긴 이 곡선은 국가가 일정 수준의 경제발전을 이루면 환경이 갈수록 깨끗해지는 현상을 보여준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나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면 경제가 발전할수록 오염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커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경우 환경분쟁이 늘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환경분쟁을 어떻게 풀고 있을까. <그린포스트코리아>와 환경 전문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이 함께 들여다봤다. 이를 통해 환경법에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혹시 문제는 없는지, 또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 구성은 법원의 판례를 중심으로 이야기 형태로 각색했다.[편집자주]

    2012년 경기도 과천시. 이곳 주암동과 과천동 일대의 원예단지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아무리 물을 줘도 나무와 꽃이 계속 말라 죽는 것. 이에 농민들은 과천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과천시는 원예단지 인근의 경마장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경마장이 경주로에 뿌리는 소금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는 것이었다.

    농민들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분쟁위)에 경마장에 대한 재정신청을 했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해달라는 요구였다. 이에 분쟁위는 전문가 조사 및 당사자 심문 등을 거쳐 경마장이 농민들에게 약 10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경마장측은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농민들도 반소제기로 맞섰다.

    경마장

    저희는 3개월마다 경마장 모래를 모아 세척합니다. 당연히 염분이 제거되죠. 지하수 유입 가능성도 적습니다. 오히려 과천시가 문제입니다. 과천시는 농장 주변 도로에 매년 엄청난 양의 염화칼슘을 뿌리거든요. 그래서 염소이온 농도가 높아진 거라고요. 그런 면에서 인근 농가의 피해를 우리 책임으로 몰아서는 안 됩니다. 피해금액 10억원도 너무 과합니다.

    농민들

    분쟁위 조사에서 드러난 사실부터 말씀드리죠. 2006년, 2009년에도 두 농가가 농작물이 말라 죽는 피해를 호소했어요. 당시 경마장측은 두 농가에게 보상금과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는 대신 외부에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는 각서까지 받았다더군요. 잘못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죠. 무엇보다 경마장과 농가 피해 연관성은 분쟁위에서 이미 확인된 내용입니다.

    참고로 농민들은 소송제기와 함께 화훼 피해액 산출을 위한 감정을 신청했다. 감정 결과 피해액은 약 20억원으로 책정됐다. 감정은 농민들의 의견 청취에 이어 정부가 발표한 초화류 재배현황에 근거한 재배면적 설정 등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소득은 재배면적에 따른 조수입에서 경영비를 제외한 금액으로 보았고, 조수입은 여러 매출 기록 중 가장 낮은 금액으로 정했다.

    1심 재판부(2015년 12월)

    먼저, 농민측이 화훼 손해액에 대한 감정결과를 제시했군요. 헌데 이 감정결과는 농민측의 일방적인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따라 산정된 손해액이 객관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경마장측의 잘못은 인정합니다. 경마장은 살포한 소금이 재처리 과정을 통해 지하수로 유입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제 과천시 등의 조사결과를 보면 경마장 내부의 지하수부터 염소이온농도가 너무 높습니다. 고로 경마장측 주장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물론 경마장측 말대로 과천시가 뿌린 염화칼슘 때문에 염소이온 농도가 더 높아진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경마장 경주로에 살포된 소금이 농민들의 피해와 무관하고 볼 수는 없습니다. 손해배상책임이 면제될 만한 이유가 안 된다는 겁니다. 다만, 농원의 피해가 경마장 탓만은 아닙니다. 지하수의 염소이온농도가 기준치 이내인 곳도 있거든요. 일부 농민의 미흡한 지하수 관리도 책임이 있다는 겁니다. 이에 재판부는 경마장 책임을 40%로 제한합니다. 경마장측은 농민측에 총 8억9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하세요.

    2심 재판부(2017년 2월)

    경마장측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이지요? 농민측은 자신들의 책임이 60%나 된다는 게 과하다는 주장이고요? 마침 경마장측이 전문분석기관에 의뢰한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에 따르면 경마장 잘못이 크게 나오는군요. 조사결과는 이렇습니다. 지하수 오염원이 경마장 트랙을 중심으로 북쪽으로 확산되고요. 질소와 산호 및 연소의 동위원소 분석결과 농가에 살포된 비료나 분뇨 등은 없었습니다. 이밖에 분석결과는 대체로 지하수 오염이 염분에 따른 것으로 나오네요.
     
    경마장측이 이런 결과를 예상하진 않았겠습니다만 모쪼록 이렇게 된 이상 1심 재판부에서 정해진 책임비율을 변경하겠습니다. 이번 2심 재판부는 경마장측의 책임을 기존 40%에서 60%로 올립니다. 경마장측은 농민측 12명에게 총 13억4000만원을 배상하도록 하세요.

    이승태 변호사

    지난번에 살펴본 SL공사와 어민들 간 갈등과 조금 비슷한 면이 있는 사건이지요?("개연성 커" vs "확실한 증거 없어" 이럴 땐? <그린포스트코리아> 11월 26일 보도). 오염원이 발생, 그것이 특정지에 도달해 피해가 발생하면 인과관계가 일면 증명된다는 거죠.
     
    이번 사건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실 피해농가들의 손해액입니다. 농민측은 감정심청을 통해 손해액을 산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1심 법원은 감정결과가 농민측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를 채택하지 않았죠. 그런데 1심 감정을 다시 살펴봅시다. 감정인은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라 피해면적과 재배품목 등을 살폈습니다. 또 피해 농가들의 의견 청취, 그들이 제출한 매출 산출 내역서까지 검토해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조수입은 가장 낮은 금액을 기준으로 삼았고요.

    여기서 재판부가 문제 삼은 방식은 ‘청취조사’였습니다. 피해농가들의 사정을 청취해 이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는 객관성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럴 듯해 보이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다가가는 측면이 있습니다. 화훼류를 예로 들어볼까요. 화훼류는 생산부터 출하까지 마치는데 불과 2~3개월밖에 안 걸립니다. 분재와 달리 고사한 후 보전도 어렵죠. 분재야 죽고 남은 나무의 가짓수를 세서 평가한다지만, 화훼는 남는 게 없으니 당사자 청취로 추정하는 게 불가피하죠.

    이처럼 농가의 경우는 업종 특성상 피해액 산정 조사 시 청취조사가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애초부터 어느 정도의 총 피해가 발생할 지를 예상하고 증거자료를 남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번 소송에선 객관성 시비가 발생했고 끝내 안 받아들여졌습니다.

    개선이 필요해 보이지 않나요? 저작권법을 참고하면 어떨까요. 이 법에는 손해액 추정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들이 몇몇 있답니다. 다른 법들도 이를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손해배생 관련 법적 갈등은 책임의 소재뿐만 아니라 손해액 자체도 쟁점이 되곤 하니까요.

    우선, 현재로서는 피해가 발생한 즉시 상황을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촬영해 놓는 게 좋겠습니다. 최소한의 증거보전을 해두는 게 일정 수준이나마 법원으로부터 피해액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승태 변호사는 제40회 사법시험 합격(1998년), 현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윤리이사(2015.2~2017.2), 국무총리실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14.11~현재), 한국환경법학회 정회원(2015.7~현재), 환경부 고문변호사(2018.4~현재), 국토교통부 고문변호사(2014.1~현재)로 역임 또는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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