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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미흡한 정책’과 병원계의 ‘안일함’, 의료폐기물 처리업체의 ‘담합’이 한데 뭉치면서 의료폐기물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가 의료폐기물 20% 감축을 추진함에 따라 병원계와 의료폐기물 업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폐기물 업체 상당수가 올해 처리비용을 2배가량 높였다. 서울의 경우 1kg당 8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한 업체가 있고, 영남에서는 1㎏당 350원에서 700원으로 인상한 업체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전국에서 고루 나타났다.

이를 두고 병원계와 의료폐기물 업체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병원계는 지나친 비용부담을 토로한다. 특히 소도시의 영세한 병원의 경우 상황이 더욱 어렵다. 반면 의료폐기물 업체는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가격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갈등의 불씨는 환경부의 의료폐기물 20% 저감 정책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2013년 14만4000톤에서 2017년 20만7000톤으로 43.8%나 증가했다”며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을 2017년 대비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의료폐기물에 비닐과 각종 플라스틱 등 포장재로 쓰인 일반폐기물을 혼합해 처리하는 경우가 숱하다”면서 “정부 현장조사와 의료계의 각종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를 잘 분리했을 시 20~30%의 의료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취지의 정책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현재 전국의 의료폐기물 업체가 13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의료폐기물 저감을 예고한 환경부 정책은 가뜩이나 민원 등으로 신규 설립이 어려웠던 처리업체 신설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병원업계 한 관계자는 “감염관리 대책에 따라 병원의 일회용품 사용은 늘 수밖에 없는데 폐기물 처리업체 수가 워낙 적은 실정”이라며 “처리업체에서도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를 인지하고 일찍이 대응책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사소한 민원으로 인해 시설 설치가 막히지 않도록 폐기물처리업 적극 허가 △대책 보강 등을 위한 의료폐기물 정책협의회 조직 △의료폐기물 저감 시범사업 추진 등이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신설 허가를 받은 의료폐기물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오히려 충북 괴산과 경북 울진에 들어서려는 의료폐기물 업체는 주민들 반대에 가로막힌 상황이다. 환경부는 아무런 손도 못 쓰고 있다.

또한 의료폐기물 정책협의회도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안 됐다는 이유로 아직 구성 전이다. 의료폐기물 저감 시범사업 추진의 경우 지난달에야 시작한 탓에 실제 20% 저감 가능 여부 등을 가늠할 수 있는 통계가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병원업계가 겪는 고충은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6일 자신을 요양병원 직원으로 소개한 한 청원인은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로부터 올해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하루에 나오는 기저귀의 양이 200㎏이 넘는데 어디에 보관해야 하냐”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청원인은 “전국을 수소문해봤으나 우리 병원을 받아주는 의료폐기물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었다”며 “환경부에도 문의해 봤지만, 의료폐기물 보관기간을 두 달 연장해준다고만 할 뿐 그 새에 알아서 찾으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 청원은 3287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런 틈을 타 의료폐기물 업체는 가격 인상에 돌입했다. 의료전문매체 ‘데일리메디’에 따르면 전국의 의료폐기물 업체가 올해 처리비용을 전년 대비 2배가량 올렸다. 특히 충남의 경우 작년 초 1㎏ 당 650원이었던 금액이 중순께 950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 1500원까지 올랐다.

병원계는 이를 ‘담합’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의료폐기물 업체들은 ‘가격 정상화’라고 항변한다.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관계자는 “비용이 크게 높아진 듯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가격이 당초 낮았고 다수의 병원이 자본력을 갖춘 상황에서 큰 무리는 안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병원계는 현실적 여건과 과도한 비용인상이 얽혀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한 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동은 24시간이 비상사태와 다름없다”며 “그런 상황에서 일일이 폐기물을 분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런 현실에서 정부는 폐기물을 전부 분리하라고 요구하고, 업체는 비용을 올리다 보니 양쪽으로 울며 겨자 먹기식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애초에 정부가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을 세운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병원계의 노력을 요구하며 추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병원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정은 안다”면서도 “쉽지 않다고는 하나 폐기물 분리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식의 대안도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 소도시의 영세한 병원이 부담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의료폐기물 업체 2, 3곳에 대한 추가 설립이 논의되고 있으며, 의료폐기물 정책협의회도 올해 중 구성해 보완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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