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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하늘 뒤덮는 떼까마귀..."놔둘 수도 보낼 곳도 없다"
    기사 모음 2019. 1. 16. 12:30

    수천 마리에 이르는 떼까마귀는 왜 매년 경기도 수원시를 찾는 걸까. 이런 궁금증이 커진 가운데 한편에선 수원시가 떼까마귀를 무작정 쫓기보다 시민 불편을 해소하는 선에서 상생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수원시에 따르면 올겨울 수원을 찾은 떼까마귀는 예년보다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떼까마귀가 보통 11~3월까지 국내에 머무르기에 앞으로 더 지켜볼 필요는 있지만, 남은 기간 대폭 늘지만 않는다면 예년보다 피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밤하늘을 뒤덮을 만큼의 떼까마귀가 출몰하고 있어 시민들은 수원시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회사원 김준영(30)씨는 “팔달구 동수원사거리에서 퇴근길마다 떼까마귀를 마주친다”며 “가끔 배설물도 떼로 쏟아지는 탓에 세차하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온라인커뮤니티


    실제로 수원에 모습을 드러낸 떼까마귀는 지역에서도 꼭 같은 장소만 고집한다. 팔달구 인계동 인근의 동수원사거리와 법원사거리다. 이에 떼까마귀가 하필 수원, 그중에서도 팔달구 일대로 날아드는 이유에 관심이 모인다.

    수원시에 따르면 이는 ‘우연’인 동시에 ‘필연’이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온 떼까마귀들은 남부지방으로 향하는데 수원은 지리적 중간 지점에 해당한다. 인근에 안양, 평택, 용인, 성남시도 있긴 하나 수원은 도심지역과 농경지가 멀지 않아 까마귀들의 좋은 쉼터다.

    수원시 환경국 관계자는 “화성시 봉담읍 등 수원 인근 농경지에서 낮에 먹이를 먹은 까마귀들은 밤이 되면 도심을 찾는다”며 “우연히 수원에 들렀던 까마귀들이 한 번 쉬어보니 ‘괜찮다’고 판단해 수원에서 계속 머무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 안에서도 인계동 일원에 모이는 것 역시 이유가 있다. 이 관계자는 “전깃줄이 높이 위치했고, 인근의 빌딩들이 바람막이 역할을 해 까마귀들이 안정적으로 느낀다”며 “농경지와 달리 천적도 없어서 그 친구들(까마귀)은 살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는 떼까마귀에 따른 ‘떼민원’에 골치를 썩고 있다. 인근 주민과 주차된 차량도 문제지만, 노점상과 야외에 의류 매대 등을 비치하는 업주들 불만이 크다. 해가 지고 떼까마귀가 모습을 드러낼 때면 철수하기 일쑤다.

    이에 다른 지자체나 해외의 사례가 거론된다. 수원시는 현재 레이저 불빛을 발사해 떼까마귀를 내쫓은 뒤 다음날 배설물 등을 물로 청소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되지 못 한다.

    수원시처럼 매년 찾아드는 떼까마귀 문제를 고민해 온 울산시는 이를 관광상품화하기로 했다. 떼까마귀가 모이는 태화강 삼호대숲(6만5000㎡)을 겨울철 시티투어 코스에 포함해 떼까마귀를 관찰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시민과 함께하는 태화강 떼까마귀 군무 달빛기행’이다.

    일본은 까마귀의 영리한 특징을 역이용한 퇴치법을 시도하고 있다. 까마귀 울음소리를 분석한 뒤 드론 등으로 떼까마귀들에 “위험해”하고 신호를 보내 내쫓는 이색적인 방법이다. 참매와 같은 까마귀 천적 울음소리를 들려주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떼까마귀를 내쫓으려는 것은 시민들의 건강 때문이다. 떼까마귀가 자칫 집단 AI(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이라도 된다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다행히 수원시가 지난달 떼까마귀의 배설물 시료를 채취, AI(조류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를 검사한 결과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수원시는 떼까마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까지 매달 AI 감염 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떼까마귀를 시민들과 떼어놓더라도 울산처럼 보금자리를 조성해줄 필요성을 말하기도 한다. 당장 떼까마귀를 내쫓아봐야 인근 지역 도심으로 이동해 같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도 고심 중이지만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또렷한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원시는 면적(121.04㎢)이 울산시 면적(1057.4㎢)의 약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인구는 울산시보다 5만명가량 많은 120만여명에 달해 떼까마귀의 안정적인 서식지를 만들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원시 관계자는 “사실 까마귀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있다”며 “원래 자신들의 놀이터였던 농경지 등에 다시 찾아왔을 뿐인데, 고층빌딩이나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민폐 신세로 전락한 경우도 많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다만 울산 같은 생태공원을 조성할 여건은 부족하고 떼까마귀가 살기 좋은 숲 환경을 만드는 것도 쉽지않아 수원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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