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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을 배달해요" 버블 아티스트 안동윤 인터뷰
    기사 모음 2016. 1. 16. 18:35


    1년 중 여름과 가을에만 일을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일 조차도 행복한 마음으로 할 수 있다면 또 어떨까? 요즘같은 시대에 말도 안 되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정말 이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동심을 파는 사나이. 버블 아티스트 안동윤(39)씨다. 

    안씨는 전국을 누비며 비눗방울 쇼를 선보이는 공연가다. 그는 "나에게 있어서 공연이란 '일'이 아닌 '행복의 실현"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행복, 듣기만 해도 설레는 그 단어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나 안씨 또한 본인의 행복을 찾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그가 행복을 찾기까지의 그 이야기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안씨에게 직접 듣고 왔다.

    안씨와의 인터뷰는 평일 낮,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이루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하느라 바쁠 그 시각에 안씨는 '곧 새 집으로 이사를 갈 예정'이라며 짐을 싸느라 바빠 보였다.

    "쪼매 기다리이소"

    이 유쾌한 톤과 사투리는 인터뷰 내내 활기를 불어 넣어 주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시작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행복을 배달하는 광대'라고 소개했다.


    - 이 시간에 일을 안 하시는군요? 오늘 쉬는 날이신가요?

    "겨울에는 행사가 많이 없어요. 그래서 그냥 마음 편히 쉬고 있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어린이캠프장에서 겨울마다 지냈었는데 지금은 집에서 지내요. 그때에 비해서 일이 비교적 잘 풀려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거든요. 가정에 충실해야죠(웃음)."

    - 그럼 겨울에는 집에서 놀기만 한단 말입니까?
    "겨울이라고 행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에요. 이따금씩 일정이 잡히면 공연을 가고요, 공연이 없는 날에는 주로 연구에 매진합니다. 공연이 매년마다 똑같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구상해야 되거든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을 실험도 해보고. 일종의 전략을 가다듬는 시기라고 보시면 될 것 같네요."

    - 비눗방울 공연은 어쩌다가 시작하시게 됐습니까?
    "이게 한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했습니다. 삼성SDI에서 근무했었죠. 어린 나이에 좋은 곳에 취업했다고 가족들이 너무나도 좋아했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 속에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실제로 저도 회사생활을 굉장히 만족스럽게 했었어요. 사내에서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할 수가 있었는데 음악, 볼링, 축구 등 정말 열심히 참여했었죠. 성격도 워낙 밝아서 사람들하고도 잘 어울렸고, 일도 곧잘 했습니다. 회사 상사들이 제게 "동윤이 너는 딱 이 회사 체질이다"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회사에서 개최한 행사에 참여하게 됐는데 그곳에서 레크레이션 강사를 보게 됐어요. 보자마자 '저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소위 '필(feel)이 꽂힌다!'고 표현하죠? 정확히 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을 관두고 저걸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가족들 반대가 심했어요. 결국 미루고 미루다가 군대에 가게 됐죠.

    군대에 가서도 그 일에 계속 미련이 남더라고요. 그러던 중 내무반에서 <20대에 해야만 하는 50가지>라는 책을 읽게 됐어요. 대단한 책은 아니지만 저는 그 책을 3번이나 읽었어요. 그 책 내용 중에 '인생 대부분의 시간은 일을 하며 보낸다. 열정이 있다면 잃을 것이 없을 때 도전하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결심이 섰죠. '무슨 일이 있어도 군대 제대하면 레크레이션을 해야겠다!'고요. 그래서 실제로 군대 제대하고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계속 회사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요."  

    - 회사를 그만 두고 그렇다면 그토록 원했던 그 일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10년 동안은 거의 준거지였어요. 끼니만 때울 수 있을 정도였죠. 관둘 생각도 여러 번 했었는데 처음에 했던 다짐이 '10년만 해보자'였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정말 10년은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지냈습니다. 그래도 가진 돈이 어느 정도는 있어야 되니까 틈틈이 자판기관리 아르바이트, 화물 트럭 운전 아르바이트 등을 겸했었죠.

    그나마 다행인 건 돈은 못 벌어도 일은 재미있었어요. 사실 그게 나를 버티게 해준 거였죠. '재밌을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겉보기와 다르게 재미없고 힘들다'고 느껴졌더라면 정말 더 힘들어졌을 거에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행이에요."

    - 레크레이션이 하고 싶어서 나오셨다면서, 비눗방울 공연은 어떻게 시작한 겁니까? 

    "우연찮게 오꾸다 마사시라는 일본 사람의 비눗방울 공연을 보게 됐어요. 공연이 참 신선하더라고요. 당시가 2001년도 였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길거리 비눗방울 공연은 굉장히 생소했었거든요.

    사실 제가 그때 저글링과 마임에 관심을 두고 있을 때였는데 비눗방울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그 매력에 확 끌려서 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역시 겁은 났죠. '우리나라에서 이게 먹힐까?'란 생각이 끊이질 않았지만 도전해 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애초에 대기업도 관두고 나온 이유가 있었잖아요? '열정이 있다면 도전할 것'이라는 이유요.

    역시나 그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책이며 인터넷이며 다 뒤져가며 배우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시행착오들을 많이 겪었죠. 그래도 미친 듯이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다 보니까 뭐가 되긴 되더라고요.

    결국 그렇게 비눗방울 공연가가 됐어요. 그리고 비눗방울 공연을 한두 개씩 다니기 시작하면서 실력이 늘기 시작하고, 부족한 점이 뭔지도 알게 되고, 그럴수록 비눗방울을 더 연구하고 실험했죠. 실패가 훨씬 더 많았지만 그것조차 즐거웠어요.

    그러다가 나도 모르는 새에 제가 발전하고 성장해 있더라고요. 지상파 방송국에 '비눗방울 달인'으로 출연도 하게 됐고, 점점 더 큰 무대에 오르게 되고요. 그 과정들을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됐습니다."

    - 앞으로도 자신 있으십니까? 공연에는 끊임없이 변화가 있어야 할텐데요.
    "'잘할 자신이 있다'의 문제보다도 '여전히 열정이 있다'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작년의 경우 '레옹' 콘셉트의 공연을 새로 선보였어요. 이게 꽃에서 비눗방울이 나오게끔 만드는 연출인데 집에 있는 휴지통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냈죠. 집에 있는 휴지 상자를 보면서 '이걸로 비눗방울을 낼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갖게 되고, 또 거기다가 '꽃을 위에 얹으면 더 이쁘겠다' 하는 생각으로 이어진 거죠. 이처럼 일상에서 끊임없이 구상을 합니다.

    애써 뭐 하나 더 만들어 보려고 골머리 앓고 있지는 않아요. 말씀드린 대로 공연을 '일'이라기 보다는 여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머릿 속에 항상 비눗방울을 떠올리거든요. 단지 제가 바라는 것은 관객들이 제가 배달해주는 행복을 그대로 받았으면 좋겠다는 거에요. 아주 조금이라도요."

    - 열정이 대단하신 것 같은데, 열정의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 20대 아니겠습니까? 20대 청춘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혹시 있으실까요?
    "있습니다. 말하기 전에 우선 저의 안타까운 마음도 같이 전해드리고 싶어요. 지금 우리 사회가 그리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처럼 오로지 열정만 가지고 살라는 말을 쉽사리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대부분의 20대가 공무원과 대기업을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공무원과 대기업은 물론 좋은 직장이지요. 그러나 그게 진정한 꿈인 20대가 몇이나 될까요.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지금 우리 사회의 기류를 쫓아가는 것이겠지요. 20대 개개인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사회 분위기가 그렇게 만든 거겠죠.

    다만 확실한 꿈과 열정이 있다면 미래를 내다보고 과감히 도전하는, 그런 용기있는 청년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사회가 각박해져도 자신이 가진 '진짜 꿈'에 열정을 쏟아 부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는 따릅니다.

    물론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지진 않겠죠. 10년이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되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공무원이든 대기업이든, 제가 방금 말씀드린 '진짜 꿈'도요. 힘들고 괴로운 과정들은 분명 있겠지만, 절대 포기하지만 말라고 꼭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언제나 항상 당당하시고요!

    아, 개인적인 바람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들을 겪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사회 곳곳에 나서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겪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가슴을 뒤흔드는 그런 꿈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 가슴 뛰는 일. 좋네요. 안동윤님은 언제까지 가슴이 뛸 것 같으십니까?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건가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소 65세까지는 이 일을 할 겁니다. 정년이 따로 없는 일이잖아요. 백발의 할아버지가 돼서도 하고 싶어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방울이 이야기' 멋지지 않나요? 제 나이에 맞춰서 공연의 분위기나 스타일도 많이 바뀌겠지요. 그 정도 연륜이 되면 세계적인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지금도 고민 중에 있지만, 그때는 정말 실현하고 싶어요."

    - 일 만족도가 상당히 높아 보이시는데, 아무리 그래도 완벽할 수는 없겠죠. 분명 이 일을 하며 아쉬운 점들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뭐가 있을까요?
    "공연을 다니면서 종종 지역에 대한 선입견으로 차별을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제가 지방 사람인데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제 사투리를 듣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는 별 얘기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제 말투가 재밌다고 깔깔 대고 웃으시는 분들이요. 저는 그러면 더 힘이 납니다.

    그런데 공연가를 섭외하시는 분들 중에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를 거부하시는 본들도 계시거든요. 사실 한두 명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합니다. 대개 공연하는 사람도 서울 출신 공연가가 더 전문적이고 화려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좀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인터뷰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전해주세요.
    "아까 20대 청춘들에 관해 말을 했지만 비단 20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저의 공연 슬로건은 '행복을 전해주는 광대'입니다. 저는 이 말을 진심으로 합니다. 정말 행복을 전해주고 싶어요. 저는 행복하거든요. 제 행복을 나눠준다고 제 행복이 반이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관객들에게 저는 행복을 나눠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공연 중에는 깔깔 대고 웃던 분들도, 공연이 끝나고 뒤돌아 가는 모습을 보면 제가 나눠드리는 행복을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분들도 많아 보여서 안타까워요. 20대 분들에게도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전했는데, 20대를 비롯한 모든 분들이 '행복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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