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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감을 위한 깨알 취미, 자전거 어떠신가요?
    우리 이야기 2016. 9. 7. 19:11

    대학교 졸업을 앞둔 박종현(26)씨의 일상은 여느 취업준비생들의 모습과 조금 다르다. 박 씨 주변 대다수 친구들이 학점, 토익, 자격증 등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것과 달리 박 씨는 어떻게든 여유를 즐기려(혹은 찾으려)는 데에 커다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게 ‘내 삶’의 의미구나...싶어요.”

    박 씨는 중교고 시절부터 반장, 자격증 취득 등 소위 ‘있어 보이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며 지내왔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과대표며 장학금이며 자신의 역량이 닿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았다. 모두 자신의 미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박 씨는 예전처럼 ‘미래’에만 집착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박 씨에겐 언제나 ‘오늘’이 없었다. 주변을, 그리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늘 부족했다. 

    그런 박 씨에게 ‘오늘’을 선물해준 건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지난 달 NGO(비정부기구) 단체 '청년이 여는 미래'가 주최한 ‘3박 4일 DMZ자전거캠프’에서 200km 거리 행진대장을 맡기도 했던 박 씨는 “자전거를 통해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우치게 됐다고도 설명했다. 

    기자가 그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Q. 자전거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A. 원래는 나비처럼 졸업해서 벌처럼 취업하고 싶었다. 대기업에 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게 꿈이었다. 하지만 노력하는 과정들이 쉽지 않았다. 매일 밤 사색에 잠기며 온갖 생각들을 떠올렸었다. 매번 불안하고 초조했다. 힐링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계획을 잠시 틀어 휴학을 결정했다. 

    그런데 휴학을 하고 보니 오히려 더 공허한 마음이 들었다. 공부를 잠시 놓으면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더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알바도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그러던 중 자전거를 타고 동네 산책을 나갔는데 그날따라 유난히도 공기가 상쾌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매일 자전거를 동네를 한 바퀴씩 돌았는데 어느 순간 욕심이 생겼다. “휴학까지 했겠다, 시간은 많다”는 생각에 자전거로 전국을 다녀보기로 결심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장비가 없었다. 트레이닝복에 캡모자만 쓴 채 10만원짜리 자전거로 부산에서 인천을 갔다. 4박 5일이 걸렸다. 600km가 넘는 거리였다. 하지만 그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다. 비로소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자유인이 된 것 같았고 풍경이란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그리고 사색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하지만 이전까지 책상에 앉아서 즐기던 사색과는 달랐다. 당시에는 불안하고 초조한 감정이 자전거 위에서 희망적이고 즐거운 생각들로 바뀌게 됐다. 이에 긍정적이고 자신감에 차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좀 더 제대로 타보자는 마음을 갖게 됐다.


    Q. 자전거 매력이 뭔가?
     
    A. 생각할 수 있는 여유와 해방감, 그리고 가까이에 있지만 알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해준다는 점이다. 물론 생각이야 어디서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자전거를 탔을 때에는 부정적인 생각보단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파이팅이 넘친다고 해야 할까?


    또 자전거를 탈 때에는 오로지 나한테만 집중할 수가 있다. 학교, 집, 도서관에서는 눈앞에 놓인 책들과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방해를 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자전거는 그렇지 않다.


    뿐만 아니라 자전거는 항상 ‘새로움’을 선물해준다. 자전거를 타면 이제껏 가보지 않았던 우리 동네 혹은 옆 동네 작은 골목을 아주 쉽게 갈 수 있다. 그곳에서 조차 내가 안 가본 곳이라면 새로움이 있는 곳이다. 새로움을 느끼기에 자전거는 가장 간편하고 효율적인 수단이다. 어느 노래 가사를 보니 사람들이 새로움을 잊었다더라. 하지만 새로움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다. 향하지 않기에 모르는 것이다. 

    Q. 전국일주 같은 것 말고, 우리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나?

    A. `늦은 밤 30분씩의 라이딩`을 추천하고 싶다. 모두가 알다시피 늦은 밤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감성에 젖어들곤 한다. 역시 생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이때 방안에 갇혀있기 보다는 바깥으로 나가보는 게 어떨까 싶다. 그때쯤이면 도로에 자동차가 많이 없다. 물론 동네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아마 그럴 것이다. 

    자전거는 법적으로 차도 위를 달릴 수 있다. 물론 제일 오른편 구석진 곳에서 달려야 한다. 안전장치도 있어야 하겠지만 굉장히 저렴한 비용이다. 어쨌든 바깥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려보라. 이제는 열대야도 거의 사라져서 제법 밤공기가 상쾌한 편이다. 이 가운데 즐기는 사색이 긍정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Q. 그럴만한 시간과 여유마저도 없다면? 

    A. 동호회를 추천한다. “하루 30분 잠깐 타는 것도 시원찮은데 무슨 동호회냐”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개의 동호회가 그렇듯 자전거 동호회도 어지간한 곳은 자율성을 추구한다. 일주에 한 번을 참여하던, 한 달에 한 번을 참여하던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다. 힐링이 간절히 필요하다 싶을 때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유를 만끽한다면 그 보람과 재미는 배로 커질 것이다.


    내가 알기로 자전거 동호회는 전국 어느 지역에든 여러 개가 있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전거 자체가 워낙 대중적인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 연령층도 20~40대까지 다양하다. 나도 2개의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주변 어느 모임을 보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Q.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전거는 내게 있어서 유일한 ‘낙’이다.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은 낙이 없다고들 말한다. 많은 청춘들이 그럴 것이고, 우리사회 어른들은 더 심할 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좌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 나름대로의 방식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돈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도 내게 자유와 긍정의 에너지를 준다. 언젠가 “재물이 있는 사람은 재물을 베풀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지식을 베풀어야”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재물도, 지식도 부족하지만 ‘낙’이 있기에 이를 많은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을 뿐이다. “청춘들아 힘내자! 여러분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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