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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취 고통 수년째…배출 굴뚝만 다르면 제재 대상 아냐
    기사 모음 2018. 10. 4. 17:36

    경기 시흥시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다. 그만큼 악취와 오염물질 등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도 많다. 이에 지자체의 환경문제에 대한 엄격한 감시가 더욱 요구되는 곳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인 탓에 주민들은 계속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관할 지자체인 시흥시는 민원에 적법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밝혀 관련 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이명선(가명·30대)씨는 지난 8월 시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정왕동 배곧신도시에 소재한 산업용제지 제조업체 ‘아세아제지’가 배출하는 매연의 악취가 지나치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아세아제지의 악취 문제는 이 지역에서 수년째 거론되어 온 사안이다. 2015년 대책기구인 민관협의회가 조직됐을 정도로 수년 간 주민들의 골머리를 앓게 해 왔다. 시흥시의회가 아세아제지의 대기배출시설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정도였다.

    이씨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는 아세아제지의 대기오염물질 포집에 나섰다. 이어 지난달 5일 그에 대한 결과를 이씨에게 전달했다. 시흥시 환경과의 조사결과 아세아제지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세아제지는 지난 7월에도 악취 배출 허용기준(희석배수 500배 이하)을 초과(희석배수 669배)하기도 했다. 아세아제지가 악취 배출 기준치를 초과한 사례는 올해에만 두 번째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던 이씨는 시흥시에 “아세아제지가 한 번 더 악취 배출 기준을 초과한다면 세 번째에 달하는 것이니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런데 시흥시로부터 돌아온 대답이 황당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아세아제지 공장에는 굴뚝 8개가 있는데, 당시 적발된 굴뚝과 이번에 걸린 굴뚝이 다르다”며 “한 번 더 적발된다고 해서 경고 이상의 행정처분을 받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런 식의 논리대로라면 굴뚝 100개 세우고 하나씩 돌아가면서 기준치를 어겨도 된다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지역 주민들도 “황당하다”고 입을 모으면서 “여태까지 수년째 민원을 넣었고 그 숫자만 수백 번에 달하는데 매번 이런 식이냐”고 분노했다. 결국 이들은 청와대에 국민청원까지 제기하며 “정부가 나서서 시민들의 고통을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아세아제지에서 풍기는 악취 관련 민원은 지난 8월 기준 시흥시에만 107건이 접수됐다. 이보다 앞선 2015년 1월에는 경기도공단환경관리사업소가 나서 아시아제지측에 악취 저감대책 수립을 지시하기도 했다. 시흥시는 당시 이례적으로 성명서까지 발표하면서 “주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보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대책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흥시는 3년이 넘도록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악취방지법 시행규칙(별표9)에 따라 아세아제지가 한 번 더 기준치를 초과하더라도 경고 이상의 제재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법에 따르면 동일 시설, 동일 사안으로 기준을 위반했을 때에만 적발사례로 누적이 된다. 이씨 민원대로 아세아제지가 기준치 이상의 악취를 여러 차례 배출했더라도 동일한 굴뚝의 것이 아니므로, 위반 건수는 한 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주민들은 관련법 개정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냄새포집 후 기준치를 초과했는데, 같은 시설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치가 미비하다”며 “이에 기업이 주민들 고통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염원을 내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업장 내부의 개별시설이 아닌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제재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청원은 4일 오전 현재 12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지역의 악취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15년 조성된 배곧신도시는 현재 4만7000여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9000여명의 주민들이 새 입주를 대기 중이다. 이에 시흥시 관계자는 “아세아제지의 생산 공정 단계별 악취저감방안을 해외사례까지 참고해 검토 중”이라며 “배곧신도시는 앞으로 인구증가가 예정된 곳인 만큼 관련 민원도 늘어날 것으로 보여 대안 마련에 더욱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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