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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먼지 습격에 '쟂빛도시'된 서울…곳곳 마스크로 뒤덮여
    기사 모음 2018. 11. 8. 08:59

    올가을 최악의 미세먼지가 수도권을 뒤덮은 7일 하늘은 잿빛인데 땅은 하얀 마스크들이 수놓았다. 서울·경기·인천 지역을 대상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이날 서울 도심은 평소보다 한산했으나, 미세먼지 속에서 발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로 오히려 더 분주해 보였다.

    서울시는 이날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시행하고 공공 주차장 456곳을 폐쇄했다. 도시 곳곳에 색다른 풍경이 연출된 이유다.

    주차장이 전면 폐쇄된 서울 종로구청에서는 공무수행 표시를 단 차량 외에 일반 차량은 보기 힘들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승용차를 끌고 온 민원인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차를 돌렸다. 일부 운전자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종로구청 직원 이모(53)씨는 “가끔 욕하는 분들도 있고, 논리적으로 따지는 분들도 있다”면서도 “홍보가 많이 돼서 그런지 대부분 조치에 잘 따르는 편”이라고 말했다.

    차량 2부제 실시로 짝수차 출입이 제한된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돌아서는 운전자들이 여럿이었다. 운전자들 대부분은 차량 통제 요원의 설명에 차를 돌려세웠다. 일부 운전자가 실랑이를 벌이다 뒷 차량이 줄을 잇자 포기하기도 했다.

    서울 교육청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한모(21)씨는 “평소였다면 주차장이 가득 찼을 텐데 지금은 절반 정도도 차지 않았다”면서 “시민들이 아쉬워하면서도 취지를 설명하면 대체적으로 잘 협조해주는 편”이라고 말했다.

    거리도 평소보다 조용했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어린이집은 평소라면 선생님과 아이들이 산책에 나설 때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원장 홍모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탓에 실외 활동을 안 하기로 했다”며 “오후 청소시간에는 환기를 해야 하는데, 신경을 쓰기야 할 테지만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직장 업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바깥으로 나온 시민들은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웠다. 고개를 푹 숙이거나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이다. 시청앞 횡단보도에 선 적잖은 시민들은 신호등 파란불이 켜지자 시선을 바닥으로 향한 채 재빨리 뛰어갔다.

    정오 무렵 광화문광장은 커피를 들고 산책하는 직장인들로 붐빈다. 이날은 소수의 외국인 관광객들 모습만 넓은 광장에서 목격됐다. 베트남 관광객들을 가이드하던 최원영씨는 “고객들이 뿌연 하늘 때문에 사진이 덜 예쁘게 나와서 조금 아쉬워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한국전력 주최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농수축산물 박람회’도 미세먼지 피해자였다. 부스를 운영하는 박람회 참여 업체들은 사람이 너무 적다고 입을 모았다. 간장과 소금세트 등을 울산에서 들고 온 송갑남 달장 마을기업 대표는 “이틀 전부터 와있었는데 오늘 특히 사람이 적다”며 "서울 미세먼지에 놀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송 대표는 “고객 응대를 위해 마스크는 안 꼈는데, 전날 저녁부터 공기가 매캐하게 느껴지고 목이 살짝 따끔거려 불편하다”며 “광장 옆으로 차도 워낙 많이 다니다 보니 매연까지 더해 사람들이 덜 찾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평소보다 한가롭기는 청계천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곳에서는 지난주부터 ‘2018 서울 빛초롱축제’가 한창이다. 이날은 미세먼지로 행사가 중단됐다. 청계천 벽면 곳곳에 '지금 서울에 대기질이 매우 나쁜 관계로 금일 행사를 중단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었다. 청계천에 모처럼 사람의 소리보다 물 소리가 더 크게 울려퍼졌다.

    청계천에서 만난 김종학씨는 “평소 안 하던 마스크를 하려다 보니 답답하다”면서도 “원래 대기질 상태를 잘 체감하지 못하는데, 뉴스를 보니 미세먼지가 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기에 오늘은 마스크를 챙겨 나왔다”고 했다.

    점심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온 직장인들은 평소 즐겨하던 산책 대신 카페를 택했다.

    종로구 한 회사에 근무하는 황모(34)씨는 “점심 먹고 회사 근처 한 바퀴 돌면서 소화하는 게 낙인데 미세먼지가 심해 카페로 왔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미세먼지 주의를 알리는 안내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출근길부터 마스크를 준비해 착용하고 나왔다.

    지하철 경복궁역 근처 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최근 겉과 속으로 이중 방어 장치가 돼 있는 마스크를 인터넷에서 구입했다”며 “요즘에는 마스크 없이 밖을 돌아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경로당도 평소보다 조용했다. 종로구 삼청동 복정경로당은 미세먼지로 평소보다 절반 넘는 인원이 자리를 비웠다. 오후 1시30분 경로당에 나온 노인은 7명. 보통 이 시간쯤 20명가량이 모인다고 한다.

    이길원 복정경로당 회장은 “어제 구청에서 전화가 왔는데 오늘 미세먼지가 심하니 웬만하면 집에들 계시라고 했다”며 “원래 날씨가 많이 안 좋으면 잘 안 나오기도 하는데, 오늘이 안마받는 날이라 그나마 7~8명이라도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스크 수요가 이처럼 늘면서 판매처인 편의점과 약국 등은 실제로 분주해졌다. 중구의 한 편의점 점장 최모(57)씨는 “오늘 미세먼지가 나쁘다는 소식 때문인지 어제 유독 많은 마스크를 팔았다”고 답했다.

    종로구의 한 편의점 점장 박모(48)씨는 “어제 발주해 놓은 마스크 10개 정도가 아침에 와 보니 다 팔렸다”며 “아침에 오는 손님들은 오히려 대부분 마스크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는 환경미화원과 경찰관 및 의경 등은 정작 마스크 없이 근무하기도 했다.

    종각역 인근에서 낙엽을 쓸던 한 환경미화원은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마스크를 끼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바깥에서 일하는 시간은 총 8시간인데 많이 움직이다 보면 겨울에도 땀이 찬다”며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마스크를 끼면 더 답답해 일에 방해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시는 하루 전 발령했던 초미세먼지(PM-2.5)주의보를 해제했다. 25개 자치구 평균농도는 34㎍/㎥로 해제 기준인 35㎍/㎥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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