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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오염 피해자의 소망 "올해엔 멀쩡히 살 수 있기를"
    기사 모음 2018. 12. 31. 23:41

    환경 피해는 일단 벌어지면 원상복구가 힘들고 피해를 인정받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심지어 생명을 잃기도 하는 환경오염 피해자의 일상은 투쟁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게 새해의 희망은 가만히 있으면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전열을 가다듬으며 2019년을 맞아야 한다. 

    환경오염 피해자의 새해 소망은 한결 같다. “멀쩡히 살게 해 달라”는 외침이다. 책임자 처벌과 피해보상,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주장이다. 이 같은 사람들은 전국에 셀 수 없이 많다. <그린포스트코리아>는 이들 가운데 3명의 올해 소망을 들어봤다.


    ◇ ‘집단암 발병’ 장점마을 “이게 나라인가…재발방지책 마련해야”

    한때는 깨끗한 물과 공기가 자랑거리였다는 ‘장점마을(전북 익산시 함라면)’. 하지만 지난해에는 “제발 우리 좀 떠나게 해달라”는 주민의 아우성이 가득했다. 먼 길 상경해 청와대까지 와서 “앞으로 몇 명이 더 사망할지 모른다. 긴급 이주를 지원해 달라”고 외쳤다.

    80여명의 주민 중 약 30명이 암에 걸렸다. 이들 가운데 16명은 이미 사망했다. 암이 발병하지 않은 주민들도 피부병 등에 시달린다. 지목된 원인은 마을 인근 비료공장. 2001년부터 17년 간 가동되는 동안 갖은 폐기물 불법 매립과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계속됐다.

    최재철 장점마을주민대책위원장의 새해 소망은 이 비료공장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었던 공직자 처벌이다. 맑고 밝았던 장점마을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다.

    최 위원장은 “주민들은 10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공장의 문제를 지적해 왔지만 최근에야 역학조사가 시작됐다”며 “오랜 시간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분통을 터뜨려 왔는데, 제발 올해에는 모든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목소리가 외면당하는 동안 가족 같은 이웃이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많은 사람이 눈물과 분노로 십 수 년을 지내야 했다. 최 위원장이 "책임소재를 가려 마땅한 처분을 내리기를 기대한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환경오염 시설이 일으키는 비극은  비단 장점마을만의 문제는 아니다. 폐기물처리장으로 고통받는 인천 사월마을, 아스콘공장이 들어선 뒤 암환자가 급증한 남원 내기마을 등 전국 각지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지 않다 . 국가가 직접 나서 탄탄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어야 반복되는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최 위원장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두루 살펴서 시설 설립 및 운영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재발방지 대책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통 현재진행형…정부 늑장대응 고쳐야”

    한때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점점 세상에서 잊혀지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올해 더 큰 싸움을 준비 중이다.

    조태웅 독성가습기살균제환경노출피해자연합 회장은 “시민들이 아픔에 공감해주고, 함께 분노해주셨기에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면서도 “여전히 피해구제를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에 속도를 더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인데 대책은 기약이 없다. 특히 집단소송제 확대는 사회적으로 공론화됐는데도 국회 문턱이 워낙 높은 탓에 피해자는 발만 동동 구른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 특별법은 문재인정부 출범 1년도 훨씬 더 지난 8월 14일에야 가까스로 개정됐다. 그나마 피해자 요구와는 거리가 멀고, 2월 중순에야 효력을 내는데 정부와 국회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조 회장은 “수천여 명의 사망·피해자가 발생했는데도 사실상 배상받을 길이 없는 현실을 언제까지 감내해야 하는가”라며 “집단소송제 확대 등이 올해에는 꼭 통과되길 바라지만 전망이 불투명하다. 피해자 스스로도 목소리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민과 언론의 관심도 필요하다. 피해자에 대한 4단계 구분 폐지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했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풀기 힘들다. 세상의 도움이 없으면 묻혀버릴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여전히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청자 중 90%는 법적 피해자가 아닌 게 현실”이라며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하고 원통한 피해자가 남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뛰고, 많은 이들과 연대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 “SRF의 신재생에너지 제외…새 국면 맞이하길”

    고형폐기물연료(SRF)가 법적으로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된다.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에 박수친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변상준(39)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SRF가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되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정책적 특혜가 없어진다”며 “이에 따라 SRF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SRF는 고체폐기물 중 발열량이 4000kcal/kg 이상인 가연성 물질을 선별해 파쇄, 건조 등의 처리과정을 거쳐 연료화시킨 고체연료 제품을 말한다. 생산된 SRF는 주로 발전소, 산업용보일러의 보조연료 등으로 사용되지만, 생산과정에서 다이옥신 등을 배출한다.

    전주 시민은 팔복동 SRF 소각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하며 촛불집회까지 벌인 바 있다. 1급 발암물질을 내뿜는 이 시설이 전주는 물론 완주와 김제 등 전북지역의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시민의 저항은 전주 뿐 아니다. 강원 원주, 전남 나주, 충남 예산, 경기 포천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남 내포신도시는 SRF열병합발전소를 2023년까지 건설하려다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해 9월 LNG열병합발전소로 전환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변씨는 “최근 개정안 통과로 지역사회 SRF 문제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며 “올해는 전국 지자체와 SRF업체, 시민들이 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일이 결코 없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또 하나의 소망은 지방정부의 환경 감수성 변화다.  그는 “전주시는 처음에 SRF시설 입주를 승인했다가 반대 여론에 입장을 바꿨다”며 “환경 문제는 시민 생명에 민감한 일이기 때문에 여론 수렴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발전원별 미세먼지 배출량 실측 자료를 보면 SRF 발전소는 석탄발전소 못지않게 미세먼지를 많이 내뿜는다. 이번에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기선 자유한국당 의원은 “앞으로 민간업자들은 섣불리 SRF발전소를 짓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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