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국당, 소상공인 토론회서도 대여투쟁…"여러분의 수석대변인 되겠다"
    기사 모음 2019. 3. 19. 11:22

    700만 소상공인들의 염원과도 같은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공론의 장이 열렸지만, "문재인 타도"를 외치는 자유한국당의 울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말았다. 

    18일 오전 국회 대회의실에서는 ‘소상공인기본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소상공인의 지원군’을 자처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연단에 올라 시종 정부를 비판하다 회의장을 떠났고, 일부 의원은 에둘러 내년 총선의 지지표를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시장경제질서의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는 소상공인들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들에 적합한 보호와 지원 및 육성 정책의 구축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 토론회인가, 유세장인가…“난 소상공인 수석대변인” 내년 총선지지 호소도

    홍철호·김명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김학용·홍문종 의원과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및 전국 각지의 소상공인 1000여명이 참석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축사와 내빈 인사말이 진행됐다. 최승재 소공연 회장을 시작으로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 등의 순서로 이어진 인사말은 2시간으로 계획된 행사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발언 상당수가 과격함을 띈 데다 행사의 본질마저 흐리게 했다는 점이다.

    황 대표는 “어느 때보다 소상공인의 현실이 힘든 시기”라더니, 돌연 “선거법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추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과 좌파정당들은 민생법안 처리할 생각 안 하고 선거법을 고쳐 저들 자리 하나 늘리려 한다”면서 “이 때문에 국회가 마비됐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또 “대통령은 소상공인 생각 안 하고 개성공단 문 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우리 자유한국당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소상공인 여러분과 함께 어깨를 걸고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도 같은 뜻을 보였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소상공인은 케미(호흡)가 잘 맞는다”며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자유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지키고자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더니 나 원내대표도 선거법개정안 얘기를 꺼냈다. 그는 “선거법개정안의 경우 정의당 2중대 정당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이는 좌파 경제정책의 엑셀레이터를 밟겠다는 것으로, 그래선 안 된다”고 외쳤다.

    이처럼 토론회 주제와 무관한 정치 발언들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김학용 의원은 “현 정부는 없는 사람 잘 살게 해주면서 일자리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대선 도운 사람들 일자리 챙기는 만큼만 신경 써도 실업률이 반으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문종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은 여러분(소상공인)을 위해 최선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이번 정권이 우리가 말을 해도 안 듣고 있으니 내년 총선에서 본떼를 보여줘야 한다”고 총선에서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김명연 의원은 “대한민국에 대통령 있고, 정권이 있지만 여러분을 국민으로 보지 않고, 부정한 수단으로 부를 축적한 집단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중앙회처럼 소상공인연합회도 하나가 돼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함께 주최한 홍철호 의원도 “요즘 뜨고 있는 직업이 하나가 바로 ‘수석대변인’인데, 저는 소상공인연합회의 수석대변인이 되겠다”며 “정부는 소상공인들을 잘못된 길로 안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발언들이 줄을 잇자 일부 소상공인들은 “이제 토론회 합시다”하며 소리를 치기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토론회 중에 중요한 과정을 지금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회 허리격인 소상공인이 아픈데 정부가 잘못된 처방전을 내린다”고 말을 이어갔다.

    ◇ 전문가들 “소상공인은 경제의 근간…독립적 산업주체 돼야”

    이후 열린 토론회에서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마이크를 잡았던 이들 대부분이 토론회에 앞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를 두고 한 소상공인은 “(우리)얘기도 안 들으면서 함께 하겠다고 한다”며 혀끝을 찼다.

    토론회에는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이종영 중앙대 로스쿨 교수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실장 △권형둔 공주대 법학과 교수 △차경진 중소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권순종 소공연 부회장 △조재연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소상공인 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법의 필요성과 입법 방향에 대해 발제한 이종영 중앙대 교수는 “소상공인 간의 과다경쟁, 높은 폐업률, 대기업의 지역상권 진입 갈등 등 크게 3가지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소상공인의 역량 강화를 위한 차별화된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고 주장했다.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를 고려했을 때 소상공인은 국가 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중소기업의 보호 및 지원 등 육성 관련 법이 존재하듯 소상공인을 위한 독립적 법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며 “업종과 지역 등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소상공인 기본법은 모두 3건이다. 김명연·홍철호 의원과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했다. 각 법안이 담고 있는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대통령령 기준보다 상시 근로자 수와 업종별 평균매출액 등이 낮을 때 ‘소상공인’ 정의를 내리자는 것이다.

    또 중기부 장관이 3년마다 소상공인 보호·육성책을 내놓고, 진흥기금 등을 설치해 소상공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데에도 같은 입장이다. 다만 전담기구를 김명연 의원은 국무총리 소속, 홍철호 의원은 대통령 직속, 이언주 의원은 별도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종천 한국법제연구원 실장은 “과다경쟁 및 프랜차이즈의 불공정 관행 등으로 소상공인이 어렵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한 상황”이라며 “현재 계류 중인 법들을 병합심사하거나, 산자위위원장 대안을 마련해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권순종 소공연 부회장은 다른 직능 법안의 사례를 들며 소상공인 기본법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권 부회장은 “1966년 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라 중소기업의 사회·경제적 약진이 이뤄졌다”며 “이듬해 제정된 농업기본법에 따라 농가소득이 증진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소상공인은 경제구조의 최하단에 자리 잡고 총 사업체의 85.6%, 총 경제활동종사자의 36.2%를 담당하는 국가경제의 근간”이라면서 “그럼에도 중소기업기본법 일부 조항의 적용에 그치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런 점에 비춰 소상공인을 독립 산업의 한 분야로서 업종별·특성별 최적 지원 및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부회장은 “강물이 넘쳐 봇물이 터지면 댐을 설치해 수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부 쪽에서도 이 같은 현실을 공감했다. 조재연 중기부 소상공인정책과장은 “현재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급변하는 경영·정책 환경 및 다양한 소상공인 요구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해 12월 20일 ‘자영업 성장·혁신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조재연 과장은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개별 소상공인보다는 협단체들의 정책 결정 등에 대한 참여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세심한 정책이 필요해서다.

    소공연은 앞으로도 조속한 법 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최승재 소공연 회장은 “700만명에 달하는 소상공인들을 위한 기본법 하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이제 여야는 초당적인 차원에서 소상공인 기본법 제정을 위해 구체적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