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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또 다시 상경했다. 앞서 여의도 산업은행 등지에서 매각 반대집회를 연 대우조선노조는 22일 서울 광화문에 모였다.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 반대 뜻을 재차 밝힌 이들은 청와대로도 향했다.

이날 오후 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집회에는 노조원뿐만 아니라 거제시민 수십여 명도 동참했다. 대열의 맨 앞줄을 차지한 거제시민들은 노조원들과 함께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거제시민 하나 되어 대우조선 지켜내자”라고 소리쳤다.

신상기 대우조선노조 지회장은 “매각 철회가 아닌 이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만날 생각이 없다”며 “현대중공업과 인수합병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에도 답을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지회장은 또 “문재인정부는 대우조선 그리고 조선산업을 살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역행을 하고 있다”며 “지역시민과 노조에는 묻지도 않고 회사를 헐값에 팔아치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이날 계속됐다. 하태준 대우조선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정부에 요청한 게 거창한 사항이 아니었다”면서 “그저 친재벌 정책이 아닌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어 달란 것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하지만 현대재벌을 위한 특혜가 이뤄진 데다 과정 또한 밀실에서 진행됐다”면서 “노동존중은 고사하고 지역의 소상공인과 중소기자재업체의 생계마저 파탄나려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시민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박광현(60대)씨는 연단에 올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됐을 만큼 힘들었던 대우조선해양의 고통은 지역사회도 함께 견뎌 온 것”이라며 “이제 좀 정상화돼서 살만한데 회사가 매각되게 생겼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많은 국민 여러분들은 대우조선해양이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거제시민과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 역시 같은 생각이지만,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동종회사에 매각만큼은 결코 안 된다”고 시민들에 호소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청와대로 행진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현대중공업 매각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서명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 관계자와 지역 시민 3만여명의 뜻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과의 인수합병을 반대하며 이번 정부들어 4번째 상경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앞으로 투쟁수위를 더 높일 전망이다. 현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는 중이고, 거제에서의 실사저지 투쟁도 예고한 상태다.

노조의 이 같은 불신은 정부와 산업은행의 태도에 기인한다. 이 회장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 나서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한 달 넘도록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비공개 매각 협상으로 신뢰가 깨진 상황인데 같은 선언만 반복하는 셈이다.

특히 이 회장의 경우 여러 차례에 걸쳐 노조와 대화할 뜻을 밝혔지만 앞뒤가 다른 처신으로 진의를 의심받고 있다. 지난 19일 어수선해진 지역 여론을 달래고자 경남 거제를 방문한 그는 정작 노조와의 만남을 피했다. 이를 두고 ‘노조패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각종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내 조선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다른 한편에선 제2의 쌍용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EU 경쟁총국은 지난 19일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수합병으로 인해 경쟁이 제한, 그로 인한 소비자 타격이 예상되면 불허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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