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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마아파트 주민들 '절규'…"녹물도 흐르고, 눈물도 흐른다"
    기사 모음 2019. 3. 30. 19:57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이 수년째 될 듯 말듯한 상태를 못 벗어나자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집에 녹물도 흐르고 눈물도 흐른다”며 “재건축만이 살길”이라고 소리쳤다.

    2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인 약 200명의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이같이 외치며 조속한 재건축 추진을 촉구했다. 엘리베이터는 걸핏하면 고장이고, 수도와 전기도 적잖이 끊겨 생계를 위해서라도 재건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앞서 은마아파트는 2017년 49층 초고층 재건축 계획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에 제출했다. 결과는 ‘미심의’ 판정. 같은 해 12월 35층으로 계획을 수정해 제출했지만 ‘보류’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3·6·8월에도 전부 ‘재심의’ 통보를 받아 총 다섯 번 퇴짜를 맞았다.

    이정돈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재건축 연기는 사실상 생존권 억압”이라면서 “은마아파트가 20~30년 된 곳도 아니고 41년이 지난 곳인데 이제는 도저히 그냥 살 수 없는 곳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또 “수도관이 터져서 세수도 못 한 적이 여러 번, 전기가 나가서 엘리베이터에 갇힌 적도 여러 번, 냉장고의 음식이 다 상해 버린 적이 또 여러 번”이라며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인데 15층을 걸어 올라가시는 분도 한두 번 본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의 성토는 계속 이어졌다. 정기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국토부 장관 등 고위직들이 직접 와서 살아보라”면서 “시청 청사가 새로 지어지고 광장이 정비되는 동안 은마아파트는 수십 년째 방치됐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고 토로했다.

    당국에 재건축 의지 자체가 없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왔다. 은마아파트 주민인 남영찬(70대)씨는 “서울시의 요구대로 계획안을 제출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며 “어떻게 해서라도 재건축을 승인해주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주민들은 2시간여 집회를 이어가는 동안 내내 상기된 모습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곳곳에서 표출됐다. 한 주민은 흥분한 말투로 “(박 시장이)옥탑방에 가서 살 게 아니라, 은마에서 지내봐야 한다”며 “우리는 시민도 아니냐”고 소리쳤다.

    이런 분위기에 서울시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지난해 박 시장이 '용산·여의도 개발' 발언으로 집값을 들썩이게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뚜렷한 입장을 밝혀 주민들을 다독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시세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데다, 현재 장관 청문회 중인 국토부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며 “향후에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재건축에 대해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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