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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바뀐 합격자들…'취준생 좌절'
    기사 모음 2019. 5. 1. 21:06

    최근 일부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도마에 올랐다. 하지만 고의적인 채용 비리만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채용기관의 불명확한 규정이나 의도치 않은 실수로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는 등의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해이한 기강을 다잡을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같은 실수 또 반복…공공기관 왜 이러나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7일 수자원공사가 자회사 ‘케이워터운영관리’의 채용 착오와 그에 따른 개선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 기관은 작년 12월 신입직원 최종면접을 치른 지원자들의 점수를 잘못 계산해 합격자와 불합격자를 뒤바꿨다. 케이워터운영관리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최근 수자원공사의 감사를 통해서야 알게 됐다.

    문제는 해당 감사 결과를 받은 케이워터운영관리의 대응이다. 수자원공사는 케이워터운영관리 내부 규정에 따른 인사담당 문책을 조치했다. 이에 케이워터운영관리는 인사담당자에게 ‘경고’ 처분을 내렸는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실수로 입사한 신입직원에게도 일을 관둘 것을 요구했다. 해당 직원은 실제로 퇴사했다.

    신 의원은 “케이워터운영관리가 근거 없는 인사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의 인사규정을 보면 회사의 실책으로 선발된 인원은 채용취소와 직권면직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수자원공사 역시 이런 식의 부적절한 대응을 묵인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수자원공사측은 “채용된 부적격자에게 오류가 있었음을 설명하고 사직의사를 물었는데 당사자가 권고사직에 동의했다”며 “불합리하거나 근거 없는 해고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케이워터운영관리 측은 “원래 합격했어야 할 직원은 구제절차를 거쳐 현재 잘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수자원공사의 채용 관련 논란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수자원공사 낙동강경영처가 2017년 직원을 채용하며 자체규정이 아닌 임의 기준으로 합격자를 선발한 사실이 알려졌다. 서류심사 동점자는 전원이 면접을 치른다는 규정을 어기고 11명 중 7명에게 불합격을 통보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여러 공공기관이 단순 실수로 마땅히 합격했어야 할 지원자를 떨어트렸다. 특히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해까지 짧은 기간 동안 반복적으로 채용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최근 적발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지난해 계약직 직원 선발 당시 12명의 지원자에게 잘못된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들 중 8명에게는 가산점을 최대 10점까지 과다 부여했고, 4명에게는 부여했어야 할 가산점을 주지 않았다. 그로 인해 면접전형을 치렀어야 할 지원자가 서류 단계에서 떨어지고, 애초에 불합격했어야 할 지원자는 면접 후 최종합격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 공단은 작년 6월에도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다. 자기소개서와 직무수행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지원자에게 이를 충실히 작성한 지원자보다 같거나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턴 채용 시에도 규정에 따른 심사위원회를 안 거치고 합격자를 선발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여러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다 보니 발생한 실수”라며 “당시 인사담당자에 대해서는 타기관 발령 등의 인사조치를 내렸으며 앞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오류로 합격자가 뒤바뀐 경우도 있다. 지난해 감사원은 지역난방공사의 전년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이런 착오가 벌어졌음을 확인했다.

    당시 지역난방공사는 1명의 추가합격자를 선발했다. 그런데 추가합격권에 있는 2명의 지원자가 동점이었다. 다만 이들은 전형부문별 점수가 달랐는데, 규정대로라면 인성면접 부문 고득점자가 합격해야 했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는 이를 고려하지 않고 추가합격자를 선발했다. 결국 합격자와 불합격자가 뒤바뀌었다.

    지역난방공사는 엑셀 프로그램의 시스템에 기인한 실수였다고 말한다. 이 기관 관계자는 “엑셀 프로그램을 통해 부문별 점수 총합이 높은 지원자를 윗칸에 노출되도록 표를 구성했다”며 “하지만 랭크 함수를 적용한 결과, 지원자 점수가 동일함에도 순위가 각각 다르게 산정되는 오류가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를 가벼운 실수로 보지 않았다. 여러 명의 담당자가 채점표를 검토했지만 아무도 관련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채점표는 대리와 차장 등을 거쳐 상급자에게도 전달됐다. 그러나 동점자 처리기준을 검토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결국 합격자 결과가 뒤바뀐 이 문서는 각각의 결재와 인사위원회의 의결까지 거쳐 최종 승인됐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실수가 있었음을 알게 됐다”며 “회사 실수로 불합격한 지원자는 그 이듬해 공개채용 때 구제해서 입사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이처럼 공공기관의 불명확한 채용기준 혹은 단순실수로 피해가 확인된 사례는 2452건에 달한다. 권익위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약 3개월간 1205개 공공기관 및 공직유관단체의 채용비리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해당 사례 중에는 “나이가 어려 이직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면접 없이 불합격 처리한 경우도 있다.

    권익위 관계자는 "각종 부적절한 채용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일회성 점검이 아닌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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