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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 노리는 반기문, 그가 풀어야 할 난제는?
Chesco
2017. 1. 21. 16:28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를 붙이면서 정치권이 분주해졌다. 차기 대선이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이를 일찌감치 준비 중인 모양새다. 때문에 언론도 바빠졌다. 각 언론매체들은 차기 대선에서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검증에 나서고 있다.
그런 그가 12일 국내에 귀국했다. 일각의 전망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은 이 즉시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야권 등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반 전 총장에 대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각각의 원내대표를 통해 “정치에 나서지 말라”는 견제구를 던져 놓았다. 특히 국민의당의 박지원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반기문에 관한 의혹이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몇 개 더 있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반 전 총장에게 앞으로 어떤 난제들이 놓이게 될까. 우선은 그에 앞서 반 전 총장이 곧장 풀어야 할 의혹들부터 짚어본다.
지난 5일 JTBC에서 방송된 <썰전>의 한 장면. 유시민 작가는 반 전 총장에 대해 “MB정권으로부터 약점을 잡힌 게 있어 노무현 전 대통령 조문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여부는 당장에 확인할 수 없지만 이를 추정케 하는 의혹들이 있다.
<시사저널>은 지난 달 24일 “반 전 총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005년에 20만 달러를 건넸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상황은 이러하다.
지난 2005년 5월 2일에 응우옌 지 니엔 베트남 외교장관 일행 7명이 방한했다. 그리고 방한 이틀째인 3일 저녁, 당시 외교부 장관이었던 반 전 사무총장은 니엔 장관 일행 환영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박연차 회장도 주한 베트남 명예 총영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박 회장이 반 전 총장에게 우리 돈으로 2억 4천만 원에 달하는 20만 달러를 건네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박 회장은 반 전 총장이 UN사무총장에 취임한 직후에도 3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도 이 매체는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반 전 총장은 박연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23만 달러, 우리 돈으로 2억 8천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수수한 셈이다.
반 전 총장 측은 즉각 반발했다. 지난 4일 이 매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신청을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해당 보도는 후보검증을 빙자한 음해성 사실왜곡 기사”라고 밝혔다. 이어 “박연차로부터 돈 받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사저널>측은 오히려 “차라리 민ㆍ형사 고소를 하라”고 맞섰다. 이들은 “언론중재위를 통한 대응은 우회적인 수법”이라면서 “법적 고소를 하게 되면 사건의 진위여부가 명백히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앞서 해당 소식을 보도하게 된 경위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복수의 제보자들은 “박연차가 반 전 총장에게 돈을 건넸고, 반 전 총장으로부터 직접 사실을 듣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어느 사정 당국 핵심인사는 “반 전 총장이 외교부 장관 시절 박연차로부터 수억 원을 수령한 사실을 팩트”라고 취재기자에게 전했다.
■동생ㆍ조카, 미국서 뇌물혐의로 기소 “반기문 이름 대며 영향력 행사 정황”
지난 10일(현지 시간) 반 전 총장의 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뇌물혐의로 미국 검찰로부터 기소를 당했다.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은 “반기상씨 부자(父子)가 지난 2014년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의 복합빌딩인 랜드마크72를 매각하기 위해 중동의 한 관리에게 뇌물로 50만 달러를 건네려 했다”며 이들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반 전 총장이 직접 저지른 일은 아니라지만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유력 대권후보로서 친인척 비리가 얽히게 된 점은 차치하고, 반 전 총장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기상 부자가 “반 전 총장을 통해 중동관리에 뇌물을 건넬 것”이라고 경남기업에 밝힌 것.
상황은 이러하다. 반기상 부자는 랜드마크72를 매각하기 위해 중동의 관리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고, 이 여파로 동시에 타격을 입은 경남기업은 반기상 부자를 제소했다. 그리고 벌어진 재판에서 조카 반주현씨가 반 전 총장의 이름을 대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주현씨가 랜드마크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반 전 총장을 통해 카타르 왕실과 접촉할 것”이라고 경남기업에 알린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검찰의 수사가 반 전 총장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를 맡은 뉴욕남부 연방검찰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반 전 총장이 퇴임하는 시기에 맞춰 이들을 기소, 실제로 반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진행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선 여부 떠나서 출마 자체도 문제소지
반 전 총장은 현재 각종 기관에서 실시하는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10년 동안 국내 정치에 몸담지 않았으면서도 이 같은 기록을 보이는 것은 UN사무총장 출신이라는 경력이 큰 영향을 줬다는 게 다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이 같은 경력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 중인 것도 사실이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걸맞은지에 관한 검증을 떠나 출마하는 것 자체가 과연 옳은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UN이 채택 중인 결의안에 대한 문제다. UN이 지난 1946년 사무총장 지명에 관해 채택한 결의안을 보면 “유엔 회원국은 사무총장의 퇴임 직후에는 어떤 정부직도 사무총장에게 제공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명시돼 있다. 동시에 사무총장 또한 그와 같은 직책을 수락하지 않는 게 좋다고도 적혀 있다. 해당 결의안이 채택된 이유는 사무총장이 각국 정부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 1일 신임 UN사무총장으로 취임한 구테헤스 총장은 `UN법 위반`을 들어 반 전 총장의 국내 대통령 출마에 반대하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구테헤스 총장은 “대북제재결의안의 주 당사국인 한국이 UN의 결의안을 존중하지 않을 경우 그 영향을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반 전 총장 외에 자국 대선에 출마한 UN사무총장들이 없지는 않았다. 4대 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1981년에 UN사무총장에서 퇴임한 후 1985년 자국인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또 5대 총장인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도 1991년 UN사무총장에서 퇴임한 후 1995년에 자국 페루에서 대선에 나섰다. 다만 당시 대선에서는 낙선했고, 2000년에 총리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들은 UN사무총장 퇴임 직후 4년이 지나 대선에 출마했다는 점에서 반 전 총장의 경우와 다르다. 자국 정부직을 맡지 않는 게 좋다는 UN결의안의 취지가 “각국 정부의 비밀스런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일정 기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가 낫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국내법 조항도 반 전 총장의 출마자격 유무사항에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공직선거법 조항에 따르면 “국내 5년 이상 거주한 자에게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거주기간으로 본다”고도 되어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의 경우 UN사무총장으로 취임할 당시 주소지를 뉴욕으로 둔 상태였다.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은 것이다.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도 국내 거주자로 본다는 규정에 대해서는 “반 전 총장은 출장형태의 공무가 아닌 선출 및 상근직이다”라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위 선거법조항에 대해 “태어나서 5년 이상 거주했으면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거법조항의 입법취지는 “국내 민심의 동향과 사회적 실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일부 주장이 있어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이 같은 논란에 개의치 않고 대권행보에 주저 없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일 국내에 귀국하는 반 전 총장은 13일 첫 공식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데 이어 14일에는 충북에 들러 모친과 부친을 만날 계획이다. 또한 대구 서문시장과 부산 유엔묘지, 팽목항과 봉하마을 등을 방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