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된 박근혜표 '청년희망펀드' 이걸 어쩌나
지난 2015년 청년들의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대통령 주도로 야심차게 출범한 ‘청년희망펀드’가 갈 곳을 헤매고 있다. 대통령부터 기업들, 그리고 일반 시민들까지 약 10만여 명이 모여 청년들을 응원한다며 14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았지만 일자리 창출은 여전히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고 있다.
체계적인 준비의 미흡, 전문성 부재 등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는 보이질 않는다. 때문에 펀드의 모금을 중단하거나 재단 자체를 해산하자는 의견들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할 수 있어 쉽지 않다.
■ 청년 위한 야심찬 출발...지휘고하 막론 1461억원 긁어모아
청년희망펀드는 지난 2015년 9월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제안했던 것을 계기로 야심차게 출범했다. 펀드의 취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원 마련. 박 대통령은 여기에 1호 가입자로 나서 가입금으로 2000만원을 내고 월급 가운데 20%를 납부하기로 했다. 이어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해 주요 부처 장·차관, 재계와 금융권 수장 및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가입했다. 정부가 청년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논란이 없지는 않았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재계를 대상으로 강제모금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서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총수들이 거액을 납부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200억을 필두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150억, LG그룹 구본무 회장 70억, SK그룹 최태원 회장 60억, GS 허창수 회장 30억원이 이 펀드자금에 투입됐다. 게다가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돈을 빌려서 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져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 속빈강정이 따로 없어....“이걸 없앨 수도 없고”
문제는 이 돈들이 어디론가 새기만 하고 그렇다 할 수확은 거두질 못했다는 데에 있다. 펀드로 사업을 추진하는 청년희망재단은 지난해 해외 일자리 양성을 위해 23억 4000만원을 관련 사업에 썼지만 결과는 ‘실패’라 단정지을 만했다. 지난해 집행한 예산 83억 가운데 30% 정도를 사용했지만 해외에서 정규직으로 취직한 청년은 33명에 그쳤다. 결국 이 재단은 올해 계획했던 해외 일자리 프로젝트 4개 가운데 3개를 포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돈을 잘 `못 쓰는` 것도 문제지만 `안 쓰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재단은 2015년 설립 첫해에 9억원을 지출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9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당초 집행계획 자금이 199억원의 절반도 투자하지 못한 것이다. 재단 측은 “추진하려던 사업이 다른 기관의 관련 사업과 겹쳤던 게 많다”고 투자가 저조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청년희망펀드가 비장하게 출범한지 2년이 채 안 됐음에도 우려를 사고 있는 것은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많다. 출범 과정을 얼핏 봐서는 정부와 재계 등이 일심동체가 돼 닻을 올린 듯하지만 실상은 체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없이 급조된 것과 다름이 없다는 게 다수의 비판이다.
재단 구성원도 문제로 지적된다. 1400억 원이 넘는 거금을 관리중인 재단에 근무하는 직원은 10명 밖에 없다. 직원들도 행정 경험이 많지 않은 민간인 출신들이다.
청년희망펀드를 해산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은 이 펀드의 모금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이 의원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희망펀드가)순수한 기부자의 호주머니를 털어 권력자들의 욕심만 채우려 한다”며 “금융산업노조와 논의를 거친 후 해당 펀드의 모금을 중지시키겠다”고 말했다. 다만 모금이 중단되거나 재단이 해체되면 관련법상 현재 모인 돈들은 순수 기부자들의 것이 아닌 국가재산으로 귀속되기 때문에 그렇다 할 방안이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