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대우건설 직원이 하청 노동자 멱살…"근로기준법? 뭐?"
    기사 모음 2019. 2. 26. 13:41

     “2시간 동안 단 1분도 안 쉬고 일했는데, 담배 한 대 태울 시간도 안 줍니까?”

    건설현장의 일용직 근로자 임모(48)씨가 이같이 묻자, 원청인 대우건설 소속 직원 A씨는 날을 세우며 “오전에 안 쉬었어요?”라고 되물었다.

    임씨는 “쉬고 싶어서 쉰 게 아니잖아요. 근로기준법상 대기하는 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돼 있지 않습니까?”라고 재차 물었다.

    그러자 A씨는 “근데? 그래서요? 뭐?”라고 응수하더니 임씨 얼굴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렸다. 실제로 얼굴을 때리진 않았다. 하지만 임씨의 멱살을 잡고 뒤로 밀쳤다. 임씨는 뇌진탕과 경추염좌 등으로 전치 3주의 상해를 입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대우건설 오피스텔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눈이 오던 이날 콘크리트 타설이 평소보다 늦게 이뤄졌다. 레미콘업체가 내부 사정상 차량을 늦게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새벽 일찍 출근한 현장 근로자들은 오전 내내 대기만 해야했다.

    오후 2시쯤에서야 시작된 일은 고됐다. 늦게 시작한 만큼 빠른 속도로 작업을 진행했다. 여건도 따라주지 않았다. 간만에 내린 눈이 도로를 덮었고, 기온도 평소보다 낮았다. 이날 서울 최고 기온은 영상 3도에 불과했다. 그런 환경에서 2시간을 쉼 없이 꼬박 일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단 10분을 쉬려다 봉변을 당했다. 공사현장 인근 골목에서 담배를 태우던 이들에게 A씨가 “왜 일 안 하고 쉬냐. 당장 가서 일하지 않으면 손해발생 책임을 당신들에게 묻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임씨가 울분을 토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린 2시간 동안 단 1분도 안 쉬고 일했습니다. 담배 한 대 태우려는 것뿐입니다. 이게 법적으로 문제가 됩니까. 문제가 있다면 대우건설에서 처리해 주십쇼”라며 항변을 이어갔다.

    이에 A씨는 “일이라도 잘하면 몰라” 등의 고성을 질렀다. 임씨가 계속 항의했지만, A씨는 만류하는 근로자들을 뚫고 나가 결국 그의 멱살을 잡았다. 이런 상황은 임씨 휴대폰에 고스란히 녹취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근로자들은 “젊고 키도 큰 직원이 반말과 함께 손찌검을 하려는 등 고압적 태도를 보여 분위기가 무척 험악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추운 날씨에 꼬박 일만 하다가 5~10분 쉬려던 것뿐인데, 손해 책임까지 묻겠다고 해 무척이나 서러웠다”고 전했다.

    한 현장 근로자는 “오전 일은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건데, 우리가 태업을 한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 “그렇다고 오전에 푹 쉰 것도 아니다. 빗자루랑 눈삽 들고 눈도 치우고 펌프카 설치하고 잡다한 일들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사건 이후 대우건설의 태도를 더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대우건설 측에 사과를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1차 하청업체가 일이 커질 것을 우려해 대신 합의하고 사과하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1차 하청업체인 O건설사 측에 탓을 돌리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당시 작업에 원래 투입돼야 할 인원이 5명인데 3명만 동원이 됐다”며 “레미콘도 늦게 들어오다보니 일이 밀려 원·하청 직원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때가 정산기간이었는데 이때 계약금 협의 과정을 거치면서 (하청)업체가 만족 여부에 따라 일과 공정을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렇게 되면 원청과 2차·3차 하청 직원들도 모두 고생을 하게 돼 안 좋은 감정으로 일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직원과 현장 근로자가 다툰 사건의 경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경찰이 시시비비를 잘 가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건은 현재 서울 수서경찰서가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대우건설 직원 A씨는 “임씨가 휴대폰을 들고 녹취 등을 하려는 과정에서 살짝 몸을 건드렸을 뿐 그 이상의 신체 접촉은 결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