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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근무하는 경찰, 동행취재 했더니... 연휴는 '먼 나라 이야기'"공무원들만 좋지, 뭐" 

장기간 연휴를 맞이할 때마다 으레 나오는 말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거나 각종 매장 판매원, 운수업자 및 의료·관광업계 종사자 등 노동자들 상당수는 공휴일에도 각자의 일터에서 업무에 매진하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빨간 날'을 비교적 잘 챙기는 공무원들에 대한 부러움 혹은 시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공무원도 공무원 나름. 군인과 소방관, 경찰관들에겐 '연휴'가 먼 나라 이야기다. 민생 관련 업무를 하는 만큼 공백이 있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서도 경찰은 특히 그러하다. 연휴 기간에 치안 수요도 높아져서다. 주폭 사건과 교통사고, 명절에는 가정폭력도 평상시보다 늘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추석 연휴인 지난 5일, 기자가 지구대에서 일하는 경찰들의 모습을 살피고 왔다. 취재에는 화성동부경찰서 태안지구대(서장 박형준, 지구대장 안병영)가 협조해 주었다. 

명절이라 더 터지는 사건·사고... "몸도 피곤, 마음도 피곤"

밤이 된 오후 9시,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병점역 앞 골목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평소에는 식당과 술집들의 간판, 인산인해를 이루는 손님들로 제법 환하고 시끌벅적한 거리지만 이날엔 휴업을 한 상점이 많았다. 유일하게 이 길을 밝히고 있는 곳은 단 두 군데,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과 태안지구대였다. 

적막함이 깨지기 시작한 건 지구대와 가까워지면서다. 왔다 갔다 하는 순찰차, 쉼 없이 울려대는 무전기 소리에다 "예, 태안지구대 OOO 순경인데요"하는 전화통화 목소리가 겹쳐 매우 부산스러웠다. 직접 안에 들어가 보니 구석진 곳에는 조사받으러 온 시민과 그를 달래주는 경찰관이 있었다. 반대편에는 다른 사건을 접수하는 경찰관이 있었고, 또 다른 쪽에선 특정 사건에 대한 심각한 논의가 진행 중이었다. 

'폭력... 위협... 주폭...'

무전기에서나 경찰관들 입에서나 등장하는 단어들은 온통 명절과는 안 어울리는 표현들뿐이었다. 김병욱 경위는 "명절에는 가정폭력이 전체 사건들 중 80%를 차지한다"면서 경찰 입장에선 낯설지 않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명절에는 가족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까 가정폭력이 전체 사건들 중 주를 이룹니다. 약 80% 정도요. 오늘만 하더라도 이미 3건이 발생했는데요, 형제간 혹은 다른 식구들 사이에서의 사소한 말다툼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지요."        

실제로 경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명절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가정폭력이 발생한다. 지난 2014년부터 올해까지 보통의 경우에는 하루 676건의 가정폭력이 경찰에 신고되지만, 명절 연휴 기간에는 하루 평균 974건의 신고가 들어온다고 한다. 평소보다 명절에 가정폭력이 44% 증가하는 셈이다.

김병욱 경위도 이러한 현실이 체감돼 마음이 안 좋다고 한다. 사소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병원에 실려 가는 경우도 많이 겪다 보니 명절에는 이들에게 상담을 해주는 것도 일이라고. 다행히 대부분이 피차 처벌을 원치 않아 원만하게 해결되지만 매년 같은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탓에 경찰 입장에서 명절은 힘든 시기란다. 김 경위는 "서로 조금씩만 배려해도 사건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로 조금씩만 배려하면 애당초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들인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 보니 보면서도 마음이 안 좋아요. 싸우는 이유들도 참 가지각색이거든요. 밥을 어떻게 차렸다느니, 말을 잘못했다느니 등등. 워낙 사회가 각박해지다 보니까 그런 건가 싶기도 한데 그럴수록 서로 조금씩 참고, 양보해가면서 잘들 좀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물론 가정폭력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건·사고의 근저에는 늘 '술'이 있다. 과도한 음주는 자주 사달을 내게 마련이다. 태안지구대의 경우 관할지역 내에 유흥업소 밀집지역이 있어 이와 관련한 신고가 자주 접수된다고 한다. 때문에 사건·사고의 예방 및 신속한 처리를 위해 이 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가장 자주 순찰을 도는 곳 중 하나가 유흥업소가 모인 동네다



이날도 어김없이 순찰에 나섰다. 밤 10시쯤이었다. 김 경위 말에 따르면 이 시간부터 새벽 1시 사이에 사건·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주로 주취폭력에 관한 것으로 금요일과 토요일, 그리고 이번과 같은 연휴 및 공휴일에 빈도가 급증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행히도 기자가 순찰에 동행했을 땐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는 내내 연휴 기간이기에 순찰 근무에 신경을 보다 더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명절인 만큼 음주운전 사고도 우려의 대상이라고 전했다

"집에 가고픈 마음 똑같아... 하지만 어쩔 수 없죠"


경찰의 가족들은 어떨까. 원현우 순경은 가족들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으로 명절을 보냈다고 한다. 부모님이 계시는 지방까지 내려갈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원 순경은 "부모님께 죄송하고 아쉽다"면서도 "사정상 어쩔 수가 없다"고 했다. 

"부모님, 가족들이 내려오라고 하시는데 저는 죄송하죠. 마음 같아서야 저도 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잖아요. 치안에 공백이 생기게 할 순 없으니까요. 식구들도 다 알고 이해는 해주시니까 그래도 다행이에요. 감사하죠, 참."    

옆에 있던 김 경위도 "지방까지 가기는 힘들다"면서 본인도 내려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근무지와 가까운 수도권 일대 가족들과는 식사라도 했지만 정작 고향에는 가지 못했단다. 비번일이 있긴 하지만 전날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면 몸이 녹초가 되기 일쑤라고 김 경위는 덧붙였다. 

곧 이어진 가벼운 대화.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힘겹게,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된 원 순경은 "이런 때(연휴근무)에는 '에러다' 싶다"고 한다.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지만 원 순경은 이내 "그래도 이 일이 좋다"고 했다. 

"경찰이 되고 세상에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어요. 이전까진 멀게만 느껴졌던 것들인데, 경찰이 되어보니 눈에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온갖 범죄들이 발생하더라고요. 경찰이란 직업의 존재의미를 몸소 깨닫게 됐습니다."    

김 경위는 연휴주간을 맞아 다음 비번 때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주로 피로해소를 위해 휴식에 썼던 이 시간을 가정에 바치겠다고. 그러면서 김 경위는 거듭 '배려'를 강조했다. 

"폭행이든 살인이든 대체로 이기심에서 비롯되더라고요. 나만 생각하고, 어지간하면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것도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런 마음 때문에요. 서로서로 잘 지내면서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순찰을 끝마치고 지구대에 도착. 이곳은 역시 한결같았다. 몇몇 경찰관은 어디론가 출동을 준비 중이었다. 다른 경찰관은 진지한 표정으로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한쪽에는 후회스러운 표정으로 앉아있는 시민과 그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경찰관이 마주해 있었다. 무전기는 쉴 새 없이 울려댔다. 김 경위는 "그래도 새벽 3시가 넘어가면 비교적 조용해질 것"이라며 애써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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