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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남3지구, 사업성보단 상징성…'수주전 과열'
    기사 모음 2019. 10. 28. 08:30

    서울 용산구 내 한남3구역의 재개발 수주전은 다소 기이한 현상을 띠고 있다. 사업성이 불확실함에도 시공권을 따려는 건설사들이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다소 무리한 공약들을 내걸기도 한다. 정부가 개입해 교통정리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2017년 반포1단지 수주전을 계기로 마련된 정부의 과열수주 방지책의 보완 필요성이 거론된다.

    혈전지 된 한남3구역

    2003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한남3구역은 건설사들 입장에선 16년 만에 나온 대어(大漁)다. 뉴타운 지정 후 다섯 차례에 걸쳐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된 끝에, 올해 3월 29일 용산구청으로부터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을 인가받았다. 계획에 따르면 이곳의 사업 면적은 한남뉴타운의 약 3분의 1인 38만6395㎡(대지면적 28만5830㎡)에 달한다. 5816가구가 들어선다.

    수주전에는 현대건설·GS건설·대림산업 3곳이 뛰어들었다. 십 수 년 만에 이뤄진 재개발인 데다, 사업 규모가 상당한 만큼 조합 측이 컨소시엄보다는 대형 건설사를 원하기도 했다. 이로써 강북 노른자위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은 3구역 재개발을 시작으로 ‘진정한 부촌’의 닻을 올리게 됐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과정이 개운치가 않다. 수주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현실가능성이 의심되는 공약들도 여럿이다. 대표적으로 입찰사 3곳은 이주비 지원을 약속했다. 규모는 70~100% 수준이다. 또한 대림산업은 ‘임대제로’, GS건설은 분양가상한제 미적용을 전제한 뒤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원까지 보장,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 110%를 공약했다.

    이는 위법 논란까지 번졌다. 이주비 지원의 경우 2017년 '8·2 대책'(LTV 40%로 제한)과 지난해 '9·13 대책'(다주택자 이주비 대출 불가)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GS건설의 공약은 주거환경정비법(재산상의 이익 약속 금지), 대림산업의 공약은 서울시 지침(임대아파트 의무비율이 10~30%) 등과 부딪힐 소지가 있다.

    결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이들 입찰사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돌입했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132조부터 들여다볼 것으로 전해졌다. ‘입찰사가 계약체결 관련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등의 표시·약속하는 행위’가 있었는지 살피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언론에 나온 사항만 보더라도 불법으로 의심할 만한 요소가 많아 서울시와 함께 건설사가 조합 측에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확보해 위법여부를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며 “관련법 위반사항이 적발될 경우 행정지도나 시정명령,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했다.

    상징성이 수익성

    한남3구역은 공사비만 1조8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건설사들이 공언한 지원 사항을 더한다면, 낙찰사가 조달해야 할 금액은 천문학적 수준에 이른다. 정부 특별점검의 부담까지 고려할 시에는 입찰사 입장에선 굉장히 무거운 짐을 진 셈인데, 그럼에도 수주전이 과열된 것은 그만큼 기대이익이 클 것이란 게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수주전은 그런 통념과 조금 다른 양상이다. 업계에서는 한남3구역 재개발 자체만 놓고 보면 수익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저층주거 밀집 지역에 분양가 상한제, 층수 제한 등 규제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마포구에 이어 집값 상승률 2위인 용산구(11.06%)는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 1순위 후보다.

    오히려 눈에 띄는 사업성보다는 랜드마크 조성에 따른 상징성과 홍보효과 및 향후 추가 발주 등 비가시적 부가가치를 노린 경쟁이란 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막판까지 입찰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SK건설과 대우건설이 끝내 나서지 않은 것도 수익성을 우선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수주전에 나선 건설사들도 같은 말을 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회사 자체 분석에 따른 수치화된 수익성은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비용 대비 수입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커다란 부지에 대형 단지를 조성함으로써 랜드마크를 형성한다는 상징성이 크다”고 부연했다.

    대림산업 관계자도 “시공으로 인한 수익성이 사실 뛰어나지는 않다. 다만 기본적으로 물량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까 랜드마크 조성에 따른 홍보효과가 중요한 것”이라며 “그 외의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라면 향후 한남 2·4구역 등에 대한 추가발주를 예상할 수 있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GS건설도 마찬가지다. 이곳 관계자는 “사실상 시공사의 수익이라면 공사비 정도인데, 그런 점에 견줘보면 이번 사업 수주로 얻게 될 이익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면서도 “입지 좋은 곳에 브랜드를 내걸 수 있다는 측면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부가가치가 따를 수 있다는 게 더 큰 수익”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혼란… 정책 손봐야

    건설사의 목적과 별개로 조합원들의 혼란을 가중하는 과열 수주전은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입찰사들이 파격적인 수준의 공약을 제시한 게 사실”이라며 “비록 여러 전제를 달긴 했으나 무이자 대출 등의 조건만 보더라도 현재 상황은 과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각에선 입찰사 3곳 중 한 곳이 중도하차할 것이란 낭설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종 공약의 현실가능성도 의문이지만 위법 가능성마저 거론되면서 조합원들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2017년 정부가 조합원 분담금 완화를 골자로 한 시공사 수주 개선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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