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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 강화하면 공기가 깨끗해진다?…이슈 쫓기 급급한 환경부
    기사 모음 2018. 9. 8. 12:35


    #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현재 부실시공으로 에폭시 공사만 수개월째다. 주민들이 매캐한 공기에 불안해하며 시청에 환경 측정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온 답변이 황당하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실내공기질관리법(실내공기법) 대상이 아니므로 조치가 어렵다’는 것. 임산부 등 일부 주민들은 결국 친정 혹은 지인 집으로 피신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27일 입법예고한 ‘실내공기법 개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된 내용이 미세먼지와 라돈 등 인체 위해도가 높은 실내 오염물질의 관리기준을 강화(PM-10 기준 150→100㎍/㎥)한 것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법안의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점을 꼬집는다. 사람들이 실제 오래 머무르거나 인접해 지내는 시설은 적용대상에서조차 제외됐다는 것이다. 

    개정된 실내공기법의 적용대상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어린이집과 같은 민감계층 이용시설과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시설 등으로 제한돼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일반 시설은 실내공기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 실내 대기질 측정 및 그와 관련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이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는 실내공기법의 협소한 적용 범위가 그동안 적잖은 피해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2월 아모레퍼시픽의 새집증후군 논란이다. 당시 서울 용산구의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서 다수의 직원이 두통 등 새집증후군 증상을 보인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실내 대기질 측정치 공개를 거부한 채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지자체도 달리 손을 쓰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같은 회사 건물은 '직원'이라는 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기에 실내공기법 적용대상이 아니란 이유에서다. 3000여명의 인원이 하루 8시간 이상 지내는 곳임에도, 모두에 개방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실내공기질 관리에 나몰라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실내공기법에 대한 환경부의 행정 편의주의적인 태도가 문제를 심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목적이 동일한 시설임에도 법안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어서다.  

    지하주차장이 그렇다. 환경부는 일반 상가건물과 달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실내공기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주민’이라는 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란 게 이유다. 하지만 아파트 그 자체는 '100세대를 초과하는 주택'이기에 실내공기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됐단 점에서 모순적 법률적용이란 비판이 따른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시설은 소관 부처가 분리돼 비효율적 행정처리로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어린이집(연면적 430㎡ 이상의 국공립)은 환경부 소관이지만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학교보건법에 따라 교육부 소관이다. 그러면서 미세먼지 등 실내 대기질의 오염 관리기준은 일제히 환경부가 정한 다중이용시설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교실 미세먼지 등에 관한 민원이 발생할 때마다 환경부와 교육계, 민원인으로 얽힌 여러 이해당사자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런데 대기질 기준치만 손질된 개정안이 나온 것은 결국 환경부가 이슈 쫓기에만 급급했던 탓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지자체의 환경담당 공무원은 “요즘 미세먼지나 라돈과 같은 문제들이 이슈화되니까 그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전문가들 역시 보다 세밀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승태 환경전문 변호사(법무법인 도시와사람)는 “실내공기질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현행 실내공기법이 기형적인 구조를 띄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례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대한 유권해석은 공동주택은 되지만 부대시설은 안 된다는 것인데 이는 다소 인위적인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시민들의 건강과 편의 및 실내공기법의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해서라도 적용기준이 모호한 부분들은 통일성을 갖추는 식으로 해소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당장은 실내공기법 적용 대상 확대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미 적용 대상에 포함된 어린이집의 경우 규모 기준 축소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적용 대상 자체를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아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법안 적용대상에 대한 관리자체도 7% 수준에 머무르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다”며 “우선 현재 적용 대상에 포함된 시설들에 대한 관리부터 보다 신경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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