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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를 통한 친환경 사회 만들기 가능하죠"
    우리 이야기 2018. 12. 16. 12:30

    존 카니 감독의 영화 ‘원스’에 감명받은 그는 영화 속 배경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무작정 떠났다. 8개월을 지내면서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특히 단비가 촉촉이 내릴 때의 풍경, 비가 갠 후의 공기, 모든 게 감동이었다.

    심윤정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팀 사무국장의 이야기다. 심 국장은 여전히 그곳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눈 감고도 그 시절 머물렀던 집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런 그가 우리나라도 더블린 못지않은 곳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더블린은 늘 한결같은 도시에요.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죠. 변신 대신 재생을 하는 곳이니까요. 심지어 하늘과 공기도 똑같아요. 늘 푸르고 쾌청해요. 비가 그친 뒤 바람을 들이마시면 제가 맑아지는 기분이에요. 우리나라도 그럴 수는 없을까요?"

    우리나라가 더블린과 같을 수 없을까. 심 국장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삼아 이 물음의 답을 찾고 싶었다. 한 편의 영화가 자신을 지구 반대편으로 이끌었듯, 그곳의 깨끗한 환경이 감동을 선사했듯, 영화를 통해 친환경의 가치를 사람들에 전달하고 싶었다.

    환경재단이 매년 주최하는 ‘서울환경영화제’는 그에게 좋은 기회였다. 심 국장은 2011년 이 영화제 스탭으로 참여하며 환경재단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환경운동가가 주인공인 ‘노임팩트맨’과 쓰레기매립지에서의 이야기를 다룬 ‘웨이스트랜드’를 보고는 열망이 더 커졌다.

    “조금은 막연히 시작한 사회생활이었지만, 당시 본 두 편의 영화가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겼어요. 환경문제를 더 깊이 떠올려보게 됐다고나 할까요. 또 영화라면 많은 사람에게 친환경 생활실천의 동기부여를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이 일을 계속 하게 된 이유죠.”

    2015년 환경재단에 정식 일원으로 합류한 심 국장은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했다. 서울환경영화제 등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각종 영화제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밤새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기획에 이어 DVD로 제공받은 영화들을 하나씩 살피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직원들이 출근을 하고 있더라구요. 요즘은 시스템이 마련돼 나아졌지만, 돌아보면 그때 어떻게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심 국장은 그러나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환경을 주제로 한 영화가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실제로 알게 됐다. 영화제를 마친 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지난 9월 개최된 ‘2018 채식영화제’도 그랬다. 심 국장은 당시 한 관객의 말을 소개했다.

    “채식영화를 관람한 어느 분께서 재밌는 말씀을 하셨어요. 원래 행사 끝나고 감자탕을 먹으려 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콩나물국밥으로 메뉴를 바꾸셨대요.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작은 실천들이 중요하잖아요. 소소한 변화지만 보람은 컸죠.”

    올해로 15년째 ‘서울환경영화제’를 개최한 환경재단은 지난 9월과 11월에 각각 ‘채식영화제’와 ‘고양이영화제’도 열었다. 심 국장은 이 모든 행사의 기획 등에 참여했다. 그는 해당 영화제들이 전부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채식영화제와 고양이영화제는 사실 준비 기간이 빠듯했어요. 상반기에 서울환경영화제에 집중한 탓에 체력적으로도 강행군이었죠. 그럼에도 많은 분께서 찾아 주셨어요. 그분들과 대화하는 코너를 통해서는 환경의 소중한 가치들도 잘 전달됐다고 생각하고요.”

    왜 채식과 고양이였을까. 그의 설명은 명료했다. 고양이는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접하는 동물인 만큼 사람과 더불어 사는 생명체를 대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에 더해 그 외 동물들도 다르지 않음을 고려해 채식도 주제로 정했다. 환경보존의 궁극적 가치는 모든 생명체의 공존이고, 환경문제는 그 모든 게 연계돼 있다는 말이다.

    심 국장이 영화만으로 환경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속한 그린페스티벌팀은 저마다의 불필요한 물건을 폐기하는 대신 나눠쓰는 ‘에코브릿지 페스티벌’ 등 다양한 행사를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심 국장은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한 가지라고 했다. ‘반전에 따른 친환경 실천’. 이는 그가 최근 한 강연에서 들은 표현인데, 무척 감명을 받아 자신 또한 일종의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최근 쓰레기로 만든 디자인 물품 회사 대표님의 강연에서 들은 말이에요. 예뻐서 산 물건이 실은 친환경이기까지 한 ‘반전’을 소비자에 전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죠. 저도 그러길 바라요. 그저 즐기러 온 사람들이 환경의 가치를 알게 돼 돌아가는 반전을 선사하고 싶어요.”

    심 국장은 이를 위해 내년을 기약 중이다. 또렷한 자신감은 아직이지만 큰 틀 정도는 갖춘 목표가 있다고 한다. 60초 환경 다큐 등 조금은 가벼운 방식으로 시민 곁에 다가가는 것이다.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 영화제를 홍보하자는 제안도 들은 적 있는데 이 역시 기대된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시민 곁에 친숙히 다가가고 싶은 목표는 결국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함이라고 심 국장은 말했다. 마음 같아서야 환경영화를 넷플릭스 등을 통해 학교에 방영하고 싶으나 현실적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라고 한다.

    친환경적 모범을 실천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환경재단만 하더라도 연중 다양한 행사를 열면서 일회용품 등의 사용을 최대한 억제하려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의 문제는 해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행사 때 배포되는 책자의 경우 잠시는 유용한 정보지로 쓰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폐지가 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처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의 해법은 앞으로도 꾸준히 고민해야 할 대목이라 생각해요.

    쓰레기줄이기 등 개인의 노력도 물론 중요해요. 그러나 사회 전체의 쓰레기나 유해물질 상당수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죠. 문제는 공정상 나올 수밖에 없는 쓰레기나 유해물질들이 있다는 점인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고민이 더욱 진지하게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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