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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잉여 D+1] 연극 '2호선세입자'&'옥탑방고양이'
    일상 끼적 2019. 9. 9. 15:20

    스토리가 참신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딱한 사연만으론 둘째가라면 서운할 이들이 그 안에 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배우 분들의 재기발랄한 연기도 물론 볼거리였다. 연극 <2호선 세입자>다. 지난 8일 공연 라인업은 이진실, 김태은, 박주용, 박소영, 이원준, 이종훈 배우님이었다.

    연극 2호선세입자中
    (왼쪽부터)이종훈, 이원준, 이진실, 김태은, 박주용, 박소영 배우.

    여느 연극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뻔한 전개임에도 좋았던 건 각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비교적 짤막하게 드러냈단 점이다. 지루하지 않았던 게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버림받은 구의, 애인을 떠나보낸 성내, 술에 트라우마를 가진 방배, 제2의 삶을 시작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역삼, 그리고 철부지 홍대.

    연극을 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원작이 웹툰이란다. 웹툰을 안 보는 탓에 그에 대한 고려는 1도 안 하고 관람했다. 어떻든, 다 좋았는데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다. 재미와 감동 전부 충분했으나 ‘메시지’는 다소 부족하단 느낌이었다. 휴먼 ‘판타지’ 작품이기에 그랬겠으나, ‘휴먼’ 판타지란 점에 견줘보면 전달하려는 바가 약하지 않았나 싶다.

    적어도 ‘시청’ 캐릭터를 통해선 청년들의 문제를 조금 더 현실성 있게 드러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세입자들과의 관계 맺기에 충실했던 까닭에 그만의 고뇌는 선명함이 덜했지 싶다. 비록 그 모든 것이 정규직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지만 체감상 그러했다. 나도 막연하게 든 생각이라 구체적으로 “어땠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떠오르진 않는다. 걍 그랬단 게다.

    그럼에도 주변에 추천할 의사를 묻는다면 ‘YES’다. 소재 자체가 워낙 참신한 데다, 지루할 틈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 그 웃음 포인트 역시 억지로 자극적인 데에서 뽑아낸 흔적이 없다. 스토리 전개 속도도 빠른 편이다. 배우들이 관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에도 적극적이다. 공연이 대체로 ‘역동적’이란 느낌을 준다. 연출, 배우 분들께 감사할 따름.

    이에 앞서 <옥탑방고양이>를 봤다. 후기가 늦었는데, 다 내 게으름 때문이다. 정말 재밌게 봤던 공연이라 곧장 쓰고 싶었지만…. 이 공연에 대한 소감은 “역시 명작은 명작”이다. 역시 배우 분들의 열연이 큰 몫을 했겠지만, 그 외 모든 게 좋았다. 보는 내내 웃다가, 어느 순간 진지해지는 씬으로 접어드는데 그 흐름이 물결처럼 자연스러워서 새삼 놀랐다.

    사실 이 작품은 원작을 조금 감안하고 봤을 때 재미를 더할 수 있다. 거진 20년 전 처음 쓰인 소설 옥탑방고양이는 당시 ‘동거’라는, 다소 불편한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냈단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요즘이야 부정적 이미지를 다소 씻어낸 동거라지만, 여전히 그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럿이란 점을 감안하면 지금도 생각해볼 만한 지점들을 낳는 작품이다.

    이 연극의 주요 포인트는 당연 뭉치&겨양이였다. 이들은 서울메이트들과 직접 소통하진 않지만, 그들 각각의 면면을 보여주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면서 조용할 날 없는 옥탑방을 연출해 공연 전반에 활기를 띄어준다. 무엇보다 이 역을 맡은 배우들의 ‘1인 다역’은 그 자체만으로 웃음을 준다.

    지난 3월부터 서울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진행된 2호선 세입자. 지난 2010년부터 서울 대학로 틴틴홀에서 막을 올린 옥탑방고양이. 두 작품 모두 오픈런으로 펼쳐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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