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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든 영월은 좋았다
    일상 끼적 2019. 8. 28. 12:42

    지난 25~26일 이틀에 걸쳐 어머니와 강원 영월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앞서 부모님은 지난달쯤 백령도 여행을 계획했는데, 심한 안개에 배가 못 뜬 탓에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당시 아쉬움이 워낙 컸던 아버지는 “엄마랑 나는 잘 놀 줄을 모른단다. 네가 계획을 잘 짜서 엄마랑 어디 한 번 다녀와”라고 내게 말했다. 이번 나들이는 그렇게 가게 됐다.

    전 직장에서 출장차 2~3번 발길 들였던 영월. 그 가운데서도 늘 같은 데서만 일을 봤던 까닭에 지역 지리를 잘은 몰랐다. 다만, 동강 등 잠깐 마주한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꼭 한 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긴 했다. 나도 아버지처럼 잘 놀 줄은 모르지만, 어머니와 여차저차 영월에서의 이틀을 만들었다. 

    젊은달와이파크

    코스는 이런 순서였다. 젊은달와이파크, 고씨동굴, 별마로천문대, 뗏목마을, 한반도지형, 사진박물관. 이들 중 고씨동굴을 제외하면 전부가 만족스런 일정이었다. 실은 사진박물관도 특별할 건 없었으나, 귀가 전 잠깐 눈요기 목적의 방문이었단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괜찮았지 싶다. 그 사이 틈틈이 한 식사도 전부 맛있게 잘 먹었다.

    어머니는 젊은달와이파크와 별마로천문대가 좋으셨나보다. 전자는 생긴 지가 얼마 안 된 곳 같았다. 건물 내외부가 상당히 깨끗했다. 새집 냄새 비슷한 게 느껴졌다. 주변의 초록초록한 풍경과 전시장을 감싼 빨강의 또렷한 대비가 인상적인 곳이었다. 내부 내용물들도 꽤 신선한 요소들이 많았다. 요금이 좀 비쌌지만 어차피 돈 쓰러 가는 여행, 그 정도면 쏘쏘.

    천문대의 경우 여느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장소인 만큼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천장이 열리는 옥상, 거기서 망원경으로 바라본 각 행성들이 정말 신기했다. 옥상에 오르기 전 지하에서 듣는 강연(?)도 감동이다. 의자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마치 진짜 별이 떠있는 듯한 환상의 모습이 연출된다.

    영월의 야경 

    모자지간이지만 지내온 삶이 다르니 같은 걸 봐도 다르게 느낀단 사실을 깨달았다. 영월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이다. 시골에서 살아본 적 없는 나는 그런 풍경에 “참 예쁘다. 평화롭다. 아름답다”는 말을 쏟아냈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어머니는 “참 힘들겠다”고 말하셨다. 이에 대해 대화했더니, 어머니는 “어릴 때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어머니는 어릴 적 캄캄한 길이 무서웠단다. 그러면서도 친구랑 무척 놀고 싶은 나머지 그 어둠 속에서 친구네 집을 오갔더랬다. 가로등 하나 없는 길. 눈 밑에 보이는 길가의 형태만 바라본 채 뒤도 안 돌아보고 냅다 뛰었다고. 그래서 영월의 어둠을 보니 물소리도 풀벌레소리도 들리는 거 없이 그때 기억만 난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이번 여행에 만족하신 어머니는 다음을 기약했다. 그땐 당연 아버지와 함께 가야한다. 마음 같아서야 해외여행이라도 보내드리고 싶지만, 아직은 사정이 녹록지가 않다. 허나 언젠간 풀어야 할 과제(?)로 지니고 있다. 나보다 해외를 더 많이 다녀본 부모님이지만 그저 도리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숙제 같긴 하다.

    영월 한반도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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