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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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 D+1] 연극 '2호선세입자'&'옥탑방고양이'일상 끼적 2019. 9. 9. 15:20
스토리가 참신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열차에 세를 들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딱한 사연만으론 둘째가라면 서운할 이들이 그 안에 살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 배우 분들의 재기발랄한 연기도 물론 볼거리였다. 연극 다. 지난 8일 공연 라인업은 이진실, 김태은, 박주용, 박소영, 이원준, 이종훈 배우님이었다. 여느 연극이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웃음’으로 시작해 ‘감동’으로 끝난다. 뻔한 전개임에도 좋았던 건 각 인물들의 구구절절한 스토리를 비교적 짤막하게 드러냈단 점이다. 지루하지 않았던 게 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에게 버림받은 구의, 애인을 떠나보낸 성내, 술에 트라우마를 가진 방배, 제2의 삶을 시작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역삼, 그리고 철부지 홍대. 연극을 본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원작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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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리앙투아네트] "누군 행복에 젖고, 누군 눈물에 젖네"일상 끼적 2019. 8. 31. 21:16
“빵이 없어? 그럼 케잌 좀 해~!” 이런 황당한 말에 치민 분노가 바로 이어지는 화려한 무대에 잊혀졌다. 정말이지 대단한 공연이었다. 5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두고 하는 말이다. 뮤지컬보단 연극을 좋아하는 나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이래서 명작이구나. 압도적인 스케일, 배우들의 명품 연기, 짜임새 있는 전개, 발랄·웅장한 음악에 감탄했다. “누구는 행복에 젖고, 누구는 눈물에 젖네” “참된 정의란 무엇인가” 자꾸 맴돈다. 주인공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소화한 김소향 배우님을 비롯한 모든 연기자들의 표정과 목소리도 떠돈다. 잔상이 오래 갈 듯하다. 궁궐 사람들의 휘황찬란한 무도회에선 눈이 즐거웠고, 거리 시민들의 가열찬 시위에선 마음이 뜨거웠다. 그러다가도 ‘인간다움’이란 게 뭔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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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든 영월은 좋았다일상 끼적 2019. 8. 28. 12:42
지난 25~26일 이틀에 걸쳐 어머니와 강원 영월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앞서 부모님은 지난달쯤 백령도 여행을 계획했는데, 심한 안개에 배가 못 뜬 탓에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당시 아쉬움이 워낙 컸던 아버지는 “엄마랑 나는 잘 놀 줄을 모른단다. 네가 계획을 잘 짜서 엄마랑 어디 한 번 다녀와”라고 내게 말했다. 이번 나들이는 그렇게 가게 됐다. 전 직장에서 출장차 2~3번 발길 들였던 영월. 그 가운데서도 늘 같은 데서만 일을 봤던 까닭에 지역 지리를 잘은 몰랐다. 다만, 동강 등 잠깐 마주한 주변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기에 꼭 한 번 둘러보고 싶은 곳이긴 했다. 나도 아버지처럼 잘 놀 줄은 모르지만, 어머니와 여차저차 영월에서의 이틀을 만들었다. 코스는 이런 순서였다. 젊은달와이파크, 고씨동굴, 별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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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블루레인] 문화 젬병의 뮤지컬 프레스콜行일상 끼적 2019. 8. 24. 16:37
가끔 공연·문화 기사를 쓴다. 물론 회사 지시에 따른 일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업무인 탓에 처음에는 어렵기 그지없었다. 평소 전시와 공연은 물론 TV조차 잘 안 보는지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보도자료에 의지하는 마음이 유난히도 컸더랬다. 물론 지금도 별반 다르진 않다. 다만 재미를 조금씩 붙여가고는 있다. 가끔은 “역시 사람은 문화를 좀 알아야 해”란 생각도 든다. 각 전시와 공연 등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어떨 땐 기사보다 낫지 싶다. 부족한 기사나마 몇 차례 내고나니, 차츰 취재요청이 오고 있다. 특히 뮤지컬 기자간담회 초청이 많다. 나와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보도자료만 가져다 쓰는 것보다야 아무래도 나을 듯해 시간만 맞으면 참석하려 노력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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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절주로 새 삶 살래요"일상 끼적 2018. 10. 10. 18:07
주현웅이 금연 열흘째를 맞이한 가운데 절주까지 선언했다. 회사 공식 회식과 주요 취재원과의 술자리 및 다수가 납득할 만한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평일 중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것이다.10일 주현웅에 따르면 그는 금연 열흘차를 기점으로 평일 중 술을 마시지 않을 방침이다. 그동안 잦은 술자리로 인해 금전적 피해는 물론 ‘제정신의 상실’ 등을 겪어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실제로 주현웅은 지난 2년여 동안 술을 안 마신 날이 거의 없었다. 전주에서 야학교사로 활동할 때부터 사실상 하루도 빠짐없이 동기들과 술판을 벌였다. 간혹 술친구가 없는 날에는 혼술을 즐기기도 했다.그런 주현웅의 이번 절주 선언은 주변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그의 한 회사 동료는 “아주 지랄을 한다”며 “하기사 나도 주현웅 때문에 알코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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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카페에 와서 아주머니 얘기 경청 중일상 끼적 2018. 9. 9. 14:31
일요일 오후. 카페로 왔다. 책을 읽으려는데 깜빡하고 이어폰을 안 갖고 왔다. 원래는 음악 들으면서 읽는다. 별 수 없이 그냥 읽다가 난데없이 옆 테이블 아주머니들(3명)의 대화를 경청하고 말았다. 아주머니들의 대화스킬 정말 부럽다. 어쩌면 저렇게 빛의 속도로 주제가 바뀌는데도 끊김없고 자연스러운지. 대박이다. (자녀 숙제 고민)아주머니 A : 딸이 숙제를 매일 안 해서 얼마나 속이 타는지 몰라. B : 우리 아들도 똑~같애! 그래서 나는 “숙제 안 하면 밥 안 준다”고 경고하잖아~ C : 아니 근데 우리 딸은 이상해. 얘는 밥을 안 먹어도 된댄다? (자녀 키 고민)B : 그래? 근데 그렇게 키가 커? 몇이니? C : 이제 150센티 좀 넘어 ~ A.B. : 대박이다 !!! (본인 다이어트 고민)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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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 갚기 순환투어일상 끼적 2017. 11. 22. 01:57
취업 확정 후 약 열흘 간의 순환투어를 마쳤다. 그동안 전주에서 지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한 그런 투어였다. 투어의 주된 고객은 야학 패밀리들이다. 교장쌤과 전직 교감 이하 나와 친한 모든 이들에게 술을 한 잔씩 대접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 주머니 사정. 모두를 배불리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했다. 그동안 진 빚이 너무 많았던 탓에 고객도 많았다. 총알은 부족했다. 결국, 1차는 내가 샀지만, 2차는 얻어 먹었다. "아직 첫 월급도 안 받았잖아요"하며 쿨하게 이해해 준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 모든 마지막 인사 자리에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왜, 언제부터 다들 이렇게 변했을까"싶었다. 다 같이 야학서 지냈던 작년엔 그저 신나게 놀았는데. 지금은 아니다. 불과 1년 만에 불쌍해졌다. 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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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스무디와 닭도리탕일상 끼적 2017. 8. 25. 23:49
어제 낮에 영화 브이아이피를 보기 위해 객사에 갔다. 표를 끊고 1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에서 엄청 신박한 메뉴를 만났다. '참외스무디'다. 리얼 100% 참외로만 만든 듯. 무지 맛있다. 요근래 자주 가는 카페였는데, 이 메뉴를 왜 이제서야 발견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가격이 비싸서 그랬나보다.만 암튼 앞으로 기회 닿으면 또 먹어야겠다. 참고로 카페 이름은 잘 모르겠다. 갈 때마다 건물 모양만 보고 들어갔던지라, 정작 간판은 못 봤다. 영화를 다 본 후에는 닭도리탕을 먹었다. 닭도리탕은 늘 북대에서만 먹었었는데, 객사에도 맛집이 있다기에 그리로 갔다. 역시 간판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암튼, 맛은 엄청 좋았다. 북대에서 먹은 닭도리탕과는 사뭇 다른 느낌. 객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