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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미안한 심정이나..."
    기사 모음 2016. 7. 12. 19:00


    현재 전라북도 전주시 곳곳에는 위와 같은 현수막들이 내걸려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름도 보이긴 하지만, 사실 이 현수막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을 규탄하기 위해 제작된 것이다.  지난달 23일, 김 교육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 전북지부 전임자 3명에 대한 직권면직을 최종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김 교육감은 소위 '진보교육감'으로 일컬어지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전교조와는 부임 첫해인 2010년부터 줄곧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랬던 그가 제 손으로 직접 이들에 대한 직권면직을 최종승인했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전교조 전북지부를 비롯한 시민, 노동단체 등은 연일 김 교육감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김 교육감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산산조각이 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교육감은 지난 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내 삶에 두고두고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직권면직된 3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심정도 함께 전했었다. 김 교육감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난 11일 김 교육감의 집무실에서 그를 마주했다.

    "전교조 전임자, 교육감 자리 걸고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


    -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만이 능사였나?  

    "만약 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남으로써 전교조 전임자들을 살릴 수 있단 확신이 들었다면 깊게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교육감 자리와 무관하게 이들을 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가 아끼고, 전북교육에 꼭 필요한 전임자 세 분에 대해 직권면직 처리를 하게 됐다.

    내 생각은 그렇다.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의 단초가 되는 것은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다.(교원이란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원을 말하며 해고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교원으로 인정한다). 이는 헌법에 합치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 제33조 1항은 공무원들의 자유로운 결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에 따르면 조합원의 가입 자격 조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국가가 규범적으로 개입해선 안 된다. 이는 우리 헌법의 정신임과 동시에 ILO(국제노동기구)의 규약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는 헌법과 ILO규약을 위반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제2조 단서는 그동안 전혀 활용되지도 않았다. 현 정권에 들어서 고용노동부가 느닷없이 이 조항을 들고 나오면서 전교조에 규약개정을 요구했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 중에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최소 침해의 원칙'이 그것이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해도 그 침해 정도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전교조는 6만여 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다. 그중 단 9명의 해고 조합원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이 단체를 법 바깥으로 내몰 정도로 중대한 것이었을까. 

    따라서 나는 (문제가 된 교원노조법 조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법 제6조에 따르면 헌법에 의해 체결가능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규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ILO규약이 그것인데, 헌재는 이를 안 본 것인가 싶다.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이 정권은 아마 진보교육감들이 끝까지 버텨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직권면직하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수많은 교육감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교육감 자리를 희생시킨다 한들 전임자 3명을 지키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리과정 예산, 정부와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


    김 교육감은 지난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올해로 임기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2년의 시간이 남아 있다. 남은 기간 전교조와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과제도 남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누리과정 예산 문제다.

    전라북도는 경기도와 더불어 유일하게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하지 않은 지역이다. 그동안 김승환 교육감은 이 문제에 대해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란 의사를 강하게 피력해 왔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대통령 스스로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니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육과 보육은 별개로서, 이는 법과 원칙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고수했다.

    김 교육감은 이 문제로 인해 지난달 9일 뜻이 다른 어린이집 관계자들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곧 있을 국회 추경편성에서도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김 교육감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 여소야대 정국이다. 누리과정 예산문제와 관련하여 새롭게 기대하는 것 없나?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야당이 누리과정 정책에 관한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교육감들이 과연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 

    야당 의원을 만나보면 그들이 자주 쓰는 말이 있다. "정치는 현실이다"라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나는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맞는 말이지만 그 현실이란 게 지금은 법과 원칙이란 틀 내에서의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지금 그렇게 되어있지 않은가. 고로 여소야대가 누리과정 예산논쟁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어떤 식의 상황 변화는 올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됐건 지금까지 내가 지켜왔던 원칙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내가 1년 전 고군분투하던 상황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함께 뜻을 모으는 교육감들이 더러 계신다. 특히 7월 1일 자로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을 맡으신 이재정 경기교육감에 대해 상당히 신임하고 있다. 경기도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결코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서 정권과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 5월 감사원의 감사결과 "전북교육청은 누리 예산 추가 세입을 활용하고 과다편성된 세출예산을 조정하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편성할 수 있다"고 밝혔던데, 이에 대해 "왜곡이며, 생각해볼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감사원이 어떤 점을 잘못했다는 건가? 
    "감사원이 해서는 안 될 감사를 한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 직무범위에 대해서는 헌법 제97조에 명시돼 있다. 감사의 범위는 결산감사, 직무감찰, 회계검사 이 세 가지가 기본이다. 자, '직무감찰'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공무원 뇌물이다. 누리과정 예산은 감사원의 직무사항 세 가지와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주문자 생산방식의 감사'라는 비판을 받아도 문제가 없을 정도의 감사였다. 

    그 당시 감사원 감사관이 나와서는 우리 전북교육청에다가 "이 정도 예산 여유가 있다"면서 확인서에 확인해달라더라. 우리는 거부했다. 만약 감사원의 감사가 그렇게 헌법에 합치하고, 법률을 준수한 것이었다면 나를 지금껏 이렇게 놔뒀겠는가? 법적으로 감사 자체를 해선 안 될 감사였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맞서 전라북도 자체적으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를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참고로 여기에는 현재 광주·강원·세종교육청 등 4개 시·도교육청이 함께 하고 있다. 현재 진행 상황에 대해 물었다.

    -  역사교과서 부교재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안다. 어디까지 진행됐나?
    "내년 2학기부턴 학생들 책상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시안의 경우 올해 12월에 나올 것이란 당초 계획과 달리 10월 정도면 나올 것 같다. 그 시안을 전 국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또한 사람이 한 것인지라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안을 공개한 이후 오류를 잡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내년 1학기에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거기에서도 오류가 나올 것이니, 그에 맞춰 보완할 내용을 집어넣기도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내년 2학기부터 학생들이 받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김 교육감은 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 중인 정부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들이 모든 것을 누렸다 한들, 역사만큼은 손을 대지 않았다. 역사는 권력자들의 것이 아닌 온 국민의 것이고 동시에 모든 세계시민의 것이란 암묵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에 손을 대는 왕은 아무도 없었다. 연산군도, 이방원도 마찬가지였다. 영조와 사도세자 사건을 보라. 사관에게 '제발 좀 나가 있어라'라고 하는데도 그 사관은 나가지 않고 계속 기록을 해나갔다. 이는 우리 민족이 역사에 대해 강하게 유지해왔던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보장하라고 돼 있다. 교육의 영역에 정치는 개입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 메시지다. 여러 교과목이 있는데, 그중에서 정치화할만한 게 가장 크고, 권력자들이 가장 많은 유혹을 받는 그 교과목이 무엇이겠는가. 바로 역사다. 불행하게도 현 정권은 역사에 손을 댔다."

    한편 지난 6일 검찰로부터 징역 10월을 구형받은 점에 대해서는 여유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김 교육감은 지난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아래 교과부)가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토록 하는 지침을 정한 것에 대해 교과부와 마찰을 빚었다. 

    당시 김 교육감은 8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의 감사자료 제출요구를 거절했으며,  다음 해인 2013년 교과부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작년에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지난 6일에는 검찰로부터 징역 10월을 구형받았다. 오는 8월 19일 선고공판이 있을 예정인 가운데 김 교육감은 "특별히 어려울 것은 없어 보인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 검찰로부터 징역 10월을 구형받았다. 꽤 무거운 형량인데?   
    "학교폭력 가해자들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고, 그걸 가해 학생이 대학에 입학할 때나 취업할 때 제출하라고 한 장관의 훈령이 있었다. 그러한 장관의 훈령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며 법칙과 원칙에도 반한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자 교육부에서 전북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한 것이다. 

    당시 감사관은 단일 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들에게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런데 그 전에 이미 교육감 명의로 공문이 나갔었다. 교장에 관한 징계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니까 교육부 감사반이 어떤 협박을 하더라도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소신대로 하시라는 내용이었다. 전북에서 3개의 학교는 교육감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장관의 지시에 따랐다. 나머지 학교는 교육감 지시대로 했다. 그 행위가 검찰이 보기에는 형법상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징역 8개월이면 상당히 무거운 형량이지만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사실 이 정도가 되면 내 입에서 검찰을 비판하는 말이 한마디 정도는 나와야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현 권력 체제 하에서 검찰인들 자기 소신을 발휘할 수 있겠냐는 한계가 분명함에도 굳이 검찰을 비판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부터 불거진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문제를 비롯해 누리과정 예산문제, 역사교과서 부교재 및 검찰의 징역 10개월 구형. 임기를 2년 앞두고 만만치 않은 과정들을 겪고 있는 상황 속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고 있는지를 묻자, 그는 "즐기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순신 장군, 넬슨 제독, 나폴레옹 등을 통해 전쟁사 속 위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확실히 '이 사람들은 전쟁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하는 게 있더라(웃음). 싸움은 항상 치밀하게 하는 것이지만, 그 바탕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정권의 힘으로 나를 뭐 어떻게 해볼 테면 해보라, 하는 그런 게 있는 것이다. 굽히지 않고 법과 원칙을 통해 꿋꿋이 헤쳐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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