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전북 3천여 촛불 "박정희 소리 듣고 긴장...하지만"
    기사 모음 2017. 1. 21. 16:20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치 않았다.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17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진 가운데, 같은 날 전라북도 전주시에서도 3천여 명의 인파가 운집해 촛불을 들었다. 

    이날 오후 5시 전주시 관통로사거리에서 개최된 ‘제 6차 전북도민총궐기’에서 시민들은 대통령과 황교안의 즉각 퇴진, 새누리당 해체, 헌재의 탄핵안 조기 인용 등을 외쳤다. 이들은 “대통령만 물러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이번 사태에 부역한 자들과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부패들을 청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번에 이어 이번 집회에서도 시민들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분노 섞인 분위기가 조금은 사그라졌고, 희망 섞인 분위기가 차츰 솟아났다. 곳곳에 “국민이 이겼다”는 현수막이 부착됐으며, 무료로 따뜻한 차를 나눠주는 부스도 크게 증가했다. 또한 검찰청 굴착기 돌진 사건의 당사자인 장석만씨에 대한 탄원신청 부스도 함께 설치돼,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장씨는 전북 임실 출신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집회는 시민들의 연설로 시작됐다. 첫 연설자로 무대에 오른 안주열(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조합 의장)씨는 이 자리에서 “이번 시민혁명이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무대에 오르기 전 시민혁명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왔다는 안씨는 “성공한 시민혁명은 몇 가지 조 건이 있다”면서 “국민 3.5%의 참여, 그리고 비폭력”이 그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전 세계적 망신을 당하고 있지만, 우리 시민들은 찬사를 받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촛불을 계속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뒤이어 연설에 나선 유연태(43)씨는 촛불집회를 볼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난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하나, 대한민국은 할 수 있다”고 외쳤다. 

    “지난 달 촛불집회에 처음 참여해보고 아버지 생각이 났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30년 동안 청소부 일을 하셨습니다. 아버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 찡해져서 눈물이 납니다. 그런데 그 감정을 저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아버지처럼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아무리 날씨가 추워져도 꺼지지 우리의 촛불...이 모습에서 희망을 봤습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합시다”

    주최 측은 이날 기존까지 지속되어 온 집회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시도했다.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시민들의 자유연설에 더해 문자신청을 통한 창작구호 선정, 찾아가는 인터뷰 등을 도입했다. 이날 익명의 제보자들이 신청한 창작 구호로는 “황교안도 물러나라, 그래야 살만하다” “박근혜도 물러나고, 새누리도 물러나라” 등이 선보여졌다.

    사회자가 앉아 있는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즉흥적으로 진행한 인터뷰는 특히 인기를 끌었다. 인터뷰는 어린이부터 청년, 노인층까지 다양하게 이루어졌으며 현장을 취재 중이던 모 매체 기자도 여기에 동참했다. 



    이들 중 백발노인의 이영호(78)씨는 시민들로부터 특히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씨는 “어떤 나라를 원하느냐”고 묻는 사회자 질문에 낮고 중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박정희 정신....박정희 정신을...무너트려야 합니다. 일제의 잔재, 군부독재의 부역자들이 기득권을 행사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커다란, 근본적인 문제에요. 우리의 미래 발전에 커다란 장애물이자 걸림돌입니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시는 여러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오후 7시 40분쯤이 되어서야 각종 연설과 공연 등이 끝이 났다. 날씨가 조금 풀렸다고는 하나, 해가 떨어지면서 공기가 차가워졌음에도 시민들은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집회에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바로 이어진 행진에도 대다수 시민들이 함께 했다. 관통로 사거리에서 서노송동의 세이브존, 풍남문까지 이어지는 거리행진에서 시민들은 “황교안도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부역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행진에는 특히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청소년들이 대열 선두에 섰고 구호의 선창도 이들이 맡았다. 수십여 명의 청소년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촛불과 피켓, 현수막 등을 함께 펼쳐들었다.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진선씨는 마이크를 들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노래의 합창을 유도했다. 여기에 호응한 시민들은 더 큰 목소리로 화답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낯선 광경에 가던 걸음을 멈춰 서서 응원했다. 어김없이 경적시위를 지속 중인 시내버스들이 경적을 울려대며 힘을 보태줬다. 

    행진을 마지막으로 이날 집회는 오후 8시 20분경 끝이 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풍남문 광장 앞 사거리에 모여 짧은 연설 등을 진행한 후 질서정연하게 해산했다. 주최 측인 전북 비상시국회의는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는 24일에도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전라북도에서는 군산과 익산, 정읍과 임실 등 도내 각 시·군에서도 1천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촛불을 들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