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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으로 정치권이 일대의 혼란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유난히도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최근 갤럽조사에서 TK(대구ㆍ경북)포함 전국 지지율 1위를 기록, 창당 이래 역대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불어 닥칠지 모르는 ‘역풍’에 대한 고심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여론이 처음으로 불 붙었던 때에도 민주당은 역풍을 우려하며 ‘신중론’ 입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이 80% 가까이 치솟았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오히려 ‘신중론에 따른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최근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민주당은 역풍은커녕 최대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전국 지지율 1위를 거머쥐었다. 무엇보다도 친박의 텃밭이라고 불리는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새누리당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령별로도 60대를 제외하고는 모든 연령층에서 최고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바야흐로 최고의 대권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정치상황, 그리고 당내상황은 민주당을 또 한 차례 시험대 위에 올려놓고 말았다. 민주당은 현재 ‘차기 대권을 위한 준비를 해도 될 것인지’ ‘한다면 어떤 경선방식을 채택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에 놓여있는 상태다. 조기대선 준비? “헌재가 탄핵안 기각한다면....” 당장의 문제는 조기대선 준비 여부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민주당은 현재 당헌개정을 위한 물밑 작업들의 실행계획을 논의 중이다. 헌재의 탄핵안 인용가능성이 꽤 높게 점쳐지면서 조기대선이 실제로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했을 경우다. 만에 하나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곤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헌재의 결정을 예단하고 미리 조기대선을 준비했다는 점이 자칫 ‘김칫국 마시기’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민주당의 조기대선 준비가 물밑에서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안을 인용했을 시에도 문제가 없진 않다. 현재 민주당 당헌에는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대선 180일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대선 1년 전에 당내 경선 규칙도 마련되어야 한다. 이 가운데 일각의 전망대로 헌재가 심판결과를 내년 1월 말 경으로 서둘러서 내린다면, 민주당은 차기 대선준비를 당장에 서두를 수밖에 없다.
선방식은? 저마다 제각각 주장... 논의과정 길어질 듯
서두른다고 능사는 아닐 터, 또 다른 문제는 경선방식을 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의 숫자가 많은 만큼이나, 경선방식을 정하는 데에도 저마다의 입장차가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히 논의가 격해지거나 길어질 수 있다.
아직까지 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당원 참여 비중이 높은’ 경선 방식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대권에 대한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고 있는 문대표지만, 당내 장악력이 가장 높은 인물인 만큼 일반 시민들보단 당원들의 참여 비중을 높이려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명의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그리고 이재명, 안희정, 김부겸 등의 인물들은 문 전 대표와 반대의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내 입지보다는 대중적 지지기반에서 희망을 찾을 듯싶다. 실제로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부겸 의원 측도 이 같은 입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알려진 상태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경선방식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참여 방식의 경선이 유리할 것이라는 데에는 다수가 입을 모은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안희정, 이재명 이 3명의 인사는 또 지자체장을 맡고 있다. 대선 30일 전이 되면 지금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따라서 경선방식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전국에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자리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민주당이 이 같은 상황들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면 과연 어떠한 광경들이 펼쳐질까. 국민들은 언제라도 지지를 철회하고, 되려 정치혐오는 더욱 극심해질 수 있다. 배신감에 따른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고뇌가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