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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아닌데..." 경사노위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기사 모음 2019. 3. 23. 13:51

    야심차게 출범한 노·사·정 대타협기구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찝찝한 운영과 함께 되레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예견된 상황이라며 앞으로 정부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경사노위가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 종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과 함께 소수계층의 반대도 워낙 거세 접점이 도무지 안 보이는 까닭이다. 최대 쟁점이었던 탄력근로제 논의가 이처럼 전개되자 경사노위가 협의체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그간 경사노위가 개최한 여러 회의 대부분은 각계의 이견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달 19일 열린 9차 전체회의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최장 6개월 확대를 뼈대로 한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이는 민주노총의 본격 장외투쟁을 알린 신호탄이 됐다.

    그 당시 경사노위는 마치 다수가 합의한 사항을 두고 민주노총만 반대한다는 듯 여론전을 펼쳤다. 문성현 경사노위원장과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달래기’에 나선다면서도, 한편에선 사실상의 마무리를 준비했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의 본위원회 참석도 예고했다.

    하지만 놓친 게 있었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등 소수계층의 목소리를 그동안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문 대통령의 참여가 예정됐던 지난 7일 제2차 본위원회는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의 불참으로 결국 무산됐다.

    본위원회 불참한 이들은 “탄력근로제는 확대, 최저임금 결정구조는 이원화된 데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마지막 단계인 민간위탁 분야 정규직화를 포기하는 정책이 나왔다”면서 “경사노위에서 가장 힘이 센 정부의 태도에 경사노위의 성패가 달렸다”고 밝혔다.

    청년·여성·비정규직 대표들은 그 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사노위는 지난 11일 최고 의결기구인 본위원회를 열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대한 최종 의결을 시도했으나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는 애당초 예견된 사태란 시각이 많다. 경사노위 논의의 최대 쟁점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의 경우 정부와 여당마저 일찍이 찬성 입장을 밝힌 채 “6개월이냐 1년이냐”를 두고 야당과 갈등을 벌였다. 노동계가 경사노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해온 이유다.

    ILO핵심협약 비준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부가 바로 비준하면 될 일이지만 경사노위 테이블에 올렸다. 그런데다 합의 시한까지 설정하면서 노동계의 반감만 키웠다. 가뜩이나 탄력근로제 관련 논의도 편향됐는데, ILO핵심협약 비준이 흥정대상처럼 작용하고 만 것이다.

    그런 탓에 경사노위가 오히려 사회분열의 불씨가 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실제로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한 가운데, 최근에는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현장연석회의는 지난 19일 “경사노위는 사회적 대화가 목적이라지만 실제로는 노동자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 출범한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 생존권을 탄압하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노동개악 정책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경사노위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지 못하고 계속 균형 잃은 정부기구로만 남는다면 해체의 운명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한국노총 지도부는 노조 본연의 역할에 맞게 노동자 권익과 생존권을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논의 결과는 국회로 넘어갔다. 이전까진 경사노위에서 나온 첫 합의안인 만큼 국회 통과가 무난할 것이란 분석이 컸다. 하지만 현재는 다르다. 경사노위 취지와 달리 일부 계층을 제외한 ‘반쪽짜리 합의’로 만들어진 결과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고용노동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었지만 해당 안건을 상정조차 안 했다. 경사노위가 애써 ‘1호 합의안’임을 내세워 의미를 부여했음에도 국회는 논의조차 안 한 것이다.

    앞으로도 국회 문턱은 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민주노총의 장외투쟁, 한국노총의 내부비판, 소수계층의 거센 반대를 확인한 더불어민주당 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를 밀어붙이긴 힘들 것이란 시각이 많다. 자유한국당은 1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환노위는 내달 3일 전체회의를 다시 연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이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야간 이견도 있지만,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절차) 등이 정국을 지배하고 있는 점도 처리 여부를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ILO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두고 EU의 압박을 받고 있다. 앞서 세실리아 말스트롬 EU통상장관은 지난 6일 한국 기재부 장관과 국회의장을 참고인으로 명기한 서면을 보냈다.

    그는 “한국-EU FTA에서 약속한 ILO핵심협약 비준을 조속히 이행해 달라”며 “내달 9일까지 한국 정부가 이를 마무리 짓지 못한다면 EU는 전문가 패널 회부가 불가피하다”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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